[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2012년 롯데그룹에 편입된 이후 하이마트는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46.6%였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1147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렇듯 잘나가던 하이마트가 최근 직원을 단속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뜻하지 않은 진실공방에 휘말렸다. 횡령 혐의로 내부 조사를 받던 직원이 갑자기 회사의 폭력적인 취조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하이마트는 적반하장이라며 혀를 차는 형국이다.
잠 못 자게 했나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 모바일 상품팀의 책임으로 근무하던 김모(38)씨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휴대폰 2667대, 23억1100여만원어치를 빼돌린 의혹을 받아 지난해 8월 회사 감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회사 전산시스템상에 주문 사실을 누락한 후 물류센터 등에서 휴대폰을 직접 가져와 외국인에게 팔거나 해외로 수출했다. 김씨가 휴대폰을 빼돌려 얻은 수익은 무려 13억원에 이른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오래지 않아 물류센터 직원의 제보로 롯데하이마트 자체 감사팀이 사실을 알게 됐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허나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터졌다. 하이마트를 상대로 김씨가 가혹행위를 걸고 넘어졌고 제출된 고소장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5일 고소장이 접수됐으나 김씨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 고소인 조사도 아직 하지 못한 상태”라며 “조만간 일정을 잡아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고소장을 통해 지난해 8월7일부터 10일까지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채 거듭된 조사를 받았음을 호소했다. 또한 하이마트 관계자들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신이 말한 경찰 조사 요구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하이마트 측의 강요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모두 회사에 귀속한다는 각서까지 썼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마트 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적법한 절차에 걸쳐 횡령에 대한 내부 조사가 이뤄졌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김씨의 횡령 정황을 포착한 뒤 나흘간 조사가 이뤄진 건 맞지만 적법한 절차에 의한 조사였고 강압적인 부분은 없었다”며 “강요·감금은커녕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동의를 받고 자발적인 협조하에서 이뤄졌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횡령 직원의 다른 꿍꿍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김씨의 횡령혐의는 따로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명백하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4년을 결정했다. 23억원이라는 횡령 액수를 감안하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결과다.
김씨가 부당이득을 챙긴 13억원 가운데 변제된 금액은 현금 82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장으로 가혹행위를 걸고넘어지자 하이마트 측은 2심에서 감형을 노리는 김씨의 의중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을 말하고 있다.
횡령 내부조사 받던 직원 경찰 고소
감사팀 가혹행위 폭로 “강압 조사”
게다가 하이마트 측은 김씨가 먼저 합의를 유도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다고 주장한다. 김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합의서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사용되는 처벌불원서를 먼저 언급했다는 것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만약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먼저 합의서를 내밀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속이 뻔히 보이는 김씨의 적반하장 격 행동에 응할 가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생각지 못한 악재에 휘말린 하이마트는 당장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장기간에 걸친 내부 감사로 구설에 올랐던 2014년의 사례가 다시금 들춰지는 양상이다.
당시 하이마트는 8월부터 무려 3개월간 그룹 내 감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하이마트 직원은 물론 배우자의 통장 내역까지 들춰내고 협력업체까지 동원해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치러진 감사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분명 이례적이었다. 다만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여건임에는 분명했다.
이 시기에 롯데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납품 비리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임원들이 연루된 납품 비리·횡령 사건으로 신격호 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구속되기까지 했다. 그룹의 이미지 타격은 당연했다.
“치졸한 수법”
하이마트 관계자는 “감사는 기간을 정하고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설령 기간이 길어져도 내용이 많다기보다 상황에 따른 진행 속도 차이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제범죄 범인·수법은?
경제범죄의 주된 수법은 회사 내부자의 자산 횡령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인 PwC가 115개국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경제범죄 서베이 2016’에서 범죄를 경험한 기업들의 답변을 종합해보면 내부자가 자산을 횡령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 기업들의 36%는 최근 2년 이내에 경제범죄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범죄 유형으로는 자산 횡령이 64%로 가장 많았고, 사이버 범죄와 뇌물수수가 각각 32%, 24%로 뒤를 이었다.
경제범죄는 피해 기업의 임직원에 의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범죄자들은 31∼40세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남성 직원인 경우가 많았다고 PwC는 집계했다.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난 산업은 금융업이었다. 이어 공공기업, 유통, 소비재 산업 등도 범죄가 잦은 산업군에 속했다. 경제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으로는 기회가 주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응답자 비율이 70%에 달했다.
신재준 한일회계법인 상무는 “그간 해온 부정 적발 등의 업무 경험을 고려하면 설문 결과가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경제범죄와 예방을 위한 기업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사이버 범죄 예방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