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김선권 신화 풀스토리

우후죽순 토종카페 순식간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신승훈 기자 대형 커피브랜드를 상대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성공신화를 써내려갔던 김선권 회장. 승승장구 하던 그가 잇따른 사업실패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토니버거를 론칭해 승부수를 띄운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카페베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를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사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낮아지면서 경영권을 잃게 됐다. 신규·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바퀴베네라고
불리더니 결국

김 회장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20대부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여행 중 오락실 산업을 보고 1997년 한국에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업그레이드, 리뉴얼 등 본사의 관리가 필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었다.

특히 2006년 추풍령 감자탕은 4년 만에 3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격적으로 커피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84월 천호점에 론칭 하면서부터다. 초반에 낮은 인지도와 업계 후발주자로써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렸다. 하지만 2009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제휴를 맺고 한예슬, 최다니엘, 장근석, 송승헌 같은 스타마케팅 및 당대 인기드리마 <아이리스>의 간접광고(PPL) 효과까지 더해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10년 한 해에만 335개의 매장을 열고 2011800호점을 개설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11년 김 회장은 블랙스미스를 강남역에  론칭하면서 “‘2의 카페베네신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10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업계 선두권으로 뛰어올라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해 사업성공을 자신했다. 블랙스미스는 1년 만에 매장을 75개 까지 늘려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블랙스미스는 직격탄을 맞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카페베네는 201312월 블랙스미스에서 손을 뗐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출범한 제과점 마인츠돔도 중기업종에 지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 밖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 또한 GS왓슨스, CJ올리브영, 코오롱W스토어 등 대기업주도의 시장 질서를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철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선권 신화를 있게 한 카페베네의 추락이다. 김 회장은 창업 5년째인 20138월 카페베네 1000번째 매장을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째 중국 진출의 실패가 뼈아팠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50 합작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한 때 600여 곳의 점포를 운영해 사업이 정상 괘도에 오른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상하이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 605만위안(10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실이 드러났다. 

마이더스 손, 마이너스 손으로 몰락
자금난으로 매각경영서도 물러나

가맹점을 빠르게 늘린 결과 유통망과 관리조직을 갖추지 못해 원두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피해를 입은 매장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미진한 성장의 돌파구를 해외로 삼았지만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2012년 2208억원, 2013년 1874억원, 2014년은 1463억원으로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김 회장은 20119월 청년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지급된 수당을 모두 지급하고 가맹점 교육을 시행할 것을 약속했고 이에 청년유니온은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근로자 처우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카페베네 가맹점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근로감독 조사에서 55개 지점이 최저임금위반, 임금 정기 미지급 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카페베네의 가맹점 처우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20148월에는  통신사 제휴 행사로 인한 할인 금액 가운데 일부를 가맹점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2번째로 지난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초까지 본사 직원 300여명의 50%에 달하는 인력에 대해 근무지 재배치, 권고퇴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칼을 빼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지난해 9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은 공개자료를 통해 10대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가 62(20.2%)로 가장 많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고 탐앤탐스, 엔젤리너스가 뒤를 이었다. 위반 내용으로는 위생교육 불이수’ ‘영업장 외 영업’  ‘유통기한 위반등으로 나타났다

신규·해외서 
손실 데미지

소비자의 평가도 냉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카페의 맛과 가격에 모두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스타벅스만큼 비싸지만 맛은 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특히 카페베네는 지난해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이 가맹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잇따른 악재와 본사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카페베네는 30개의 점포가 폐점했고 2012년도부터 누적 합계 137개 가맹점이 폐업했다. 엔제리너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는 각각 19, 5, 8개로 카페베네의 폐점숫자에 못 미친다. 반면 가맹점 신규오픈의 경우 지난해 카페베네 40, 엔제리너스 40, 이디야 237, 투썸플레이스 81개로 나타났다. 카페베네가 가맹점 신규오픈 대비 폐점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10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승우 전 웅진식품 대표를 신임 카페베네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카페베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체제 도입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임 사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최 대표가 경영을 맡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페네베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부채를 진 상황에서 사모펀드 출신의 최 대표가 새로 부임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은 모든 경영권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연말까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넘기고 회사에서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신임 대표는 해외 사업 방향과 기업의 성장 동력 발굴 등 무너져가는 카페베네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인사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가맹점주를 직접 면담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사업 확장
그리고 곧 그림자

또 가맹점주 모임을 정례화해 카페베네의 고질병인 가맹점주와의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한 카페베네는 대주주를 기존의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자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하면서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회장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20147K3에쿼티파트너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해 224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당시 투자금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지분 일부도 함께 매각해 경영권 분쟁을 남기기도 했다. 또 카페베네는 자금유동성을 위해 지난해 1210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코스닥상장업체 플랜티넷으로부터 주당 500원으로 1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다.

케이쓰리제5호의 보통주 전환은 기존 15000원에서 플랜티넷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500원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케이쓰리제5호는 우선주 1491300주를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량 전환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84.2%로 늘어났고 김 회장 지분은 49.5%에서 7.3%로 줄었다.

이를 통해 카페베네는 지난 20147월 유치된 증자대금 약 223억원이 전액 보통주 자본금으로 반영하게 됨에 따라 지난해 9월 부채 비율이 865%에서 300% 이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됐다.카페베네 측은 해외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졌고 경영권 매각이 주주들 합의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카페베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신사업을 계획했다. 카페베네는 세컨드 브랜드로 중저가 커피전문점 바리스텔라를 론칭했다. 바리스텔라의 매장규모는 평균 20평으로 평균 40평 이상의 대규모를 자랑한 카페베네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엔 버거 사업이다!”
 토니버거 론칭 승부수

커피 가격도 아메리카노 기준 평균 29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중저가 이미지를 표방했다. 또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타격을 입은 마인츠돔이지만 그때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화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는 복안이였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기존 커피전문점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커피와 음료 외에 차별된 메뉴를 준비했다다양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텔라는 론칭 때부터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카페베네가 세컨드 브랜드를 개설한 이유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신규 개점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다. 개정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와 점주가 영업 지역 범위를 협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즉 카페베네는 300m 내 신규 개점을 하려면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신규 개점 제한으로 기존의 공격적 점포 확장을 못 하게된 카페베네는 세컨드브랜드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카페베네가 부진을 직접 타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컨드 브랜드 출시로 피해가려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당시 카페베네는 언론을 통해 아직 가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고 가맹점을 내더라도 기존 카페베네 상권과는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론칭을 계획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카페베네는 바리스텔라에 대해 테스트를 위해 개설한 점포 일 뿐이라며 가맹사업을 할 의사는 없고, 현재까지 추가로 직영점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페베네는 논란이 커지자 바리스텔라를 포기하고 카페베네 이름을 유지한 채 베이글을 강조한 카페베네126베이글을 지난해 5월 론칭했다. ‘카페베네 126 베이글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만에 점포수 100개를 넘어서며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세컨드 브랜드를 내기 보다는 기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긍정적이지만 좀 더 지켜볼 부분이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버거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베네타워(구 카페베네 사옥) 1층에 토니버거’ 1호 매장을 론칭 했다. 버거사업은 카페베네 법인과 관계없는 김 회장 개인 투자 사업으로 알려진다.

구겨진 자존심
신사업으로 회복?

토니버거의 법인 대표는 서바이벌 오디션<마스터셰프코리아3>에 출연한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사 홍다현 씨가 맡고 있다. 토니버거는 가성비를 강조해 론칭 초반 빠르게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2008년 카페베네의 성공 이후 신사업에서 줄곧 쓴잔을 마신 김 회장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먹튀카페베네 미국서 무슨일이

카페베네가 미국본사 사무실 임대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분쟁 중에 있다지난 13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까페베네는 지난해 81일부터 101일까지 두 달간 월세 78025달러를 내지 못해 미주본부 사무실 건물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매장 임대계약서는 김선권 회장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고 카페베네 측이 일체 대등하지 않아 궐석판결로 넘어가 카페베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147월 미국내 한국인들이 카페베네 관련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카페베네 먹튀논란이 일자 지난해 3월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기사 속 기사> ‘토종 신발스베누 몰락 스토리  

토종 신발 브랜드 스베누를 론칭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황효진 대표가 신발 제조 대금을 제조공장 업주에게 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 경찰의 서류 조사 결과 황 대표는 200억여원의 납품 대금을 주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스베누는 2012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 2014년 스베누로 이름을 바꾸고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신생브랜드 답지 않게 아이유, AOA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내세우며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지만 과도한 스타마케팅과 가맹점 확장으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1215일에는 중년남성이 회사로 뛰어들어 내 돈 내놔라며 자해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신발 공장주로부터 28억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스베누의 자금부실이 심각한 수준이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자금난에 빠진 스베누가 땡처리 업체에 싼값으로 물건을 넘겨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의 경우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금으로 목돈을 챙기려 땡처리 업체에 물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스베누 측은 땡처리 매장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확인 즉시 해당 불법 매장에 방문해 판매 중단 요청 및 법적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스베누 사태에 대해 황 대표는 피해를 입은 업체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하도록 하겠다그동안 스베누를 사랑해 주신 소비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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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