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잠재운 한샘 브랜드 파워

쩔쩔 매는‘가구 공룡’ 훨훨나는 ‘가구 지존’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메기 한 마리를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은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고 생기를 잃지 않는다. 이른바 ‘메기효과’는 오늘날 기업 경영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케아의 국내 가구시장 진출 이후 시작된 업계의 발 빠른 행보는 메기효과를 순기능을 극명히 보여준다. 2016년에 또 한 번 도약을 꿈꾸는 한샘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70년 부엌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한샘은 입식 부엌의 개념조차 낯설었던 국내에 현대식 부엌문화를 소개한 선구자였다. 제2의 거실로 변모한 부엌의 위상과 함께 한샘은 가구업계 일등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싱크대로 통칭되던 부엌가구에 아름답고 편리한 ‘인텔리전트 키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까지 한샘의 역할은 지대했다.

고공행진 중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한샘에게 2014년 12월 커다란 태풍이 몰려왔다. 연간 매출이 40조원에 육박하는 ‘가구공룡’ 이케아가 마침내 경기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열고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케아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100만번째 손님을 맞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했다. 가구업계가 이케아 공포에 휩싸인 건 당연했다. 중소업체들은 물론이고 대형업체마저 살아남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샘 역시 걱정어린 시선을 감내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케아의 공세는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12월16일 열린 1주년 간담회에서 이케아는 2020년까지 국내에 총 6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고양에 들어서는 신규 매장의 경우 부지면적 5만1000㎡, 총넓이 16만4000㎡규모로 2017년 하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점차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시장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좋은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의 홈퍼니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케아의 공격적 투자가 계속되지만 정작 공멸을 논하던 국내 가구업계의 반응은 일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구업계의 위기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희미해졌고 오히려 한샘을 비롯한 국내 가구업체들은 자생력을 갖출 만큼 강해졌다.

실제로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에이스침대 등 가구업계 빅5가 2015년 3분기까지 거둬들인 매출은 2조30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원가 절감, 매장규모 확대 등 체질 개선에 힘쓴 까닭이다. 특히 가구업계의 맏형이자 대항마로 여겨졌던 한샘은 국내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사이 실적은 눈부실 만큼 뛰어올랐다.

한샘은 2015년 3분기에 매출액 4093억1800만원, 영업이익 323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29.1%, 25.2% 증가한 수치다. 누적실적은 더욱 좋다. 2015년 3분기까지 누적된 실적은 매출액 1조1796억원, 영업이익 986억9700만원으로 2014년 한해 실적과 거의 맞먹는다.
 

순조로웠던 2015년은 한샘에 대한 올해 기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일단 이케아와 차별화된 한국적인 특수성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긍정적이다. 심혈을 기울인 매장의 대형화, 고급화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2015년 8월 국내 최대 홈인테리어 명품관을 내걸고 오픈한 한샘플래그샵 대구범어점에서 이 같은 특징은 한층 명확해진다.

우려와 달리…실적 승승장구 거듭
올해도 장밋빛 가득 “굳건한 맏형”

연면적 9200m²의 단층 형태인 대구범어점은 원의 형태를 띈 매장 구성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쇼핑 중간에 언제든지 중앙 통로로 나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단점을 보완했다. 각 쇼룸끼리 연결돼 있어 인테리어 전반의 흐름대로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직선을 강조한 이케아 매장의 동선이 주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제품 전반에 걸쳐 이케아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혼합형 부엌, 한국식 조리기구 보관함 등 복합형 생활용품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20%를 점유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수년 내 30∼4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핵심 거점지역에 플래그샵을 20개까지 확대한다는 포부가 원활히 이뤄지면 외곽에 위치한 이케아와의 차별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의 성장세는 그간 한샘이 강조해온 유통망 강화 등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이케아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한샘을 이끌어갈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샘은 그간 소유와 경영을 나눠왔다.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회사의 밑그림을 챙기고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회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다.

지난 12월21일 발표된 한샘 내부 인사에서는 강승수 기획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임원 14명을 비롯한 428명이 승진 인사에 포함됐다. 성격은 명확했다. 회사 실적에 기여한 사업부 책임자들을 치하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미래의 한샘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불과 2년 만에 경영지원실 부사장에서 또 한 번 승진한 이영식 신임 사장이다. 1996년 한샘에 입사한 이 사장은 2003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 대열에 합류했고 5년 만인 2014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미 회사 전반의 활동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낸  데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던 그의 발자취는 사장이라는 직책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전임이었던 강 신임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일들을 최전선에서 도맡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국내 종합 홈인테리어 1위 기업을 지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강 부회장은 한샘의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능력을 입증해왔다.

강 부회장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했던 사업에서도 이 사장이 전면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까지 부엌가구의 비중이 높은 한샘이 최근 사업영역을 가구 일반으로 확대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그에게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짊어진 짐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셈이다.

이영식호 주목

한샘 관계자는 “올해 회사 실적에 기여한 사업부의 책임자와 직원들에 대해 보상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미래 한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한샘에 대한 세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케아 실적은?


1년 전 한국에 상륙한 이케아의 실적은 어떨까.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 12월16일 열린 경영성과를 발표에서 “경기도 광명시에 개장한 1호점이 지금까지 3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누적 방문객 수는 670만명, 등록 회원 고객은 60만6000명”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2017년 하반기 개점하는 경기 고양점을 비롯해 서울 강동과 그 외 수도권에도 매장을 1개씩 추가로 낼 계획이다. 대전·충청권과 부산·경남권에 매장을 포함하면 2020년까지 총 5개 매장이 운영된다. 슈미트갈 대표는 그때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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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