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양귀비 키우는 사람들 백태

대마 씨앗이 관절염에 좋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농촌과 도심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대마와 양귀비의 밀경작이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마 씨앗 구하기가 용의해졌기 때문에 시설만 갖추면 누구든지 실내재배도 가능해졌다. 경찰은 매년 대대적으로 대마 단속에 나서지만 대마관련 범죄는 줄지 않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번화가인 명동 한복판에 있는 주택 옥상에서도 버젓이 대마재배를 한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다. 적발 사례와 수법 등을 통해 골칫거리 대마재배에 대해 파헤쳐 본다.

경찰청의 ‘대마 및 양귀비 압수량 현황’에 따르면 대마 적발량은 2013년 4675포기에서 지난해 1만3787포기로 3배 증가했다. 양귀비 적발량도 같은 기간 4만7545포기에서 8만5158포기로 증가했다. 대마 포기는 대마씨를 재배해 대마초로 가공하기 전 상태로, 잎을 포함한 줄기를 의미한다. 대마 포기의 적발량이 늘었다는 것은 밀경작이 성행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대마초 적발량은 6643g에서 1만2665g으로 2배 늘어났다.

잘못된 지식

시중에 대마와 양귀비가 흔해지면서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가정집에서 대마초를 키워 판매한 혐의로 뉴질랜드 국적의 이모(39)씨가 쇠고랑을 찼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조명시설과 발열텐트 등을 갖추고 대마초를 대량으로 재배해 왔다. 이씨의 집에는 대마초 특유의 향을 숨기기 위해 환기 시설과 냄새 차단 시설까지 구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이렇게 기른 대마초는 46그루, 9만2000명이 한꺼번에 피울 수 있는 양이다. 이씨로부터 대마초를 사서 흡입한 혐의로 김모(24)씨 등 68명과 판매업자 5명도 줄줄이 법의 철퇴를 받았다. 대마초를 구입한 피의자의 대부분은 해외유학생들로 외국에서 대마초를 접한 뒤 국내에서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대파를 피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부산에서는 도심 아파트에서 대마를 재배해 피운 미국 국적 A(43)씨가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에 꼬리를 잡혔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외국어 강사로 근무하는 A씨는 2012년 미국에서 가져 온 대마씨를 화분에 심어 아파트 발코니에서 재배했다.


도심 속 아파트지만 앞 동과 거리가 멀어 이웃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키울 수 있었다. A씨는 대마가 국내에서 마약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재배한 대마를 사적인 모임 등에서 공공연하게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전인 작년 4월에는 도심 한복판에 온실까지 설치하고 대마초를 재배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모(47)씨 등 3명은 2013년 9월부터 서울 동대문구와 경기 남양주시의 주택을 빌려 대마 재배 시설을 갖춘 뒤 미국에서 밀수입한 대마 105주를 키우고 일부를 판매해 500여만 원을 챙겼다.

아파트 발코니에 버젓이…농촌선 재배
한방 약재로…국제항공우편 통해 유통

또 싱가포르인인 A(25)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신촌과 이태원 등지를 돌며 서씨 등이 재배한 대마를 엑스터시와 함께 판매하거나 흡연·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씨 등은 미국에서도 마약 등 관련 범죄를 저질러 한국으로 추방당했지만 또다시 대마재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마를 관리하도록 대학생인 김모(23)씨를 고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심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가정집 옥상이나 텃밭 등지에서 버젓이 양귀비를 재배한 농촌지역 주민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양귀비·대마 집중 단속을 벌여 양귀비를 기른 주민 57명을 붙잡았다.

단속과정에서 6523포기나 되는 양귀비를 폐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농촌지역 마당·텃밭·비닐하우스 등에 관상용이나 약재로 쓰기 위해 재배했다. 단속 당시 화분에 빨갛게 꽃이 핀 양귀비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적발된 주민 대부분은 60∼70대 노인들.

일부 한우 사육농가 사이에서 가축이 설사할 때 양귀비를 삶아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따라 양귀비를 기른 것이었다. 또 시골 노인들 사이에서는 배탈이 나거나 설사 등이 발병했을 때 비상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텃밭 등에 소량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있었다.
 


도심에서부터 농촌까지 대마와 양귀비가 흔하게 퍼져있는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과 정부의 관리 부실을 들 수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대마 씨앗을 찾기가 어렵지 않고, 국제우편을 통해 받을 경우 공항 검색대에서도 이를 적발하기 어렵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산, 미얀마산 대마 씨앗이라는 설명과 성장한 식물의 잎사귀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대마를 재배할 경우에는 반드시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때는 세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공항 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항공우편물이 하루 10만 건에 달한다. 총포류 등은 적발이 쉽지만 대마 씨와 같은 씨앗류는 상대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잘못된 지식도 한몫 한다.

실제로 한방 약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대마 씨앗이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노인과 젊은이들에게 특효약인 것처럼 소개돼 있다. 사이트에서는 “경동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등에서 삼씨(대마 씨앗)를 구입해 오리와 함께 푹 고아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적발 어려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관계자는 “대마의 중독성이 약해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대마는 다른 마약에 손을 대는 관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처벌 규정이 강력해 대마의 불법 재배 및 소지 등이 많이 차단된 편이지만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고 단속도 덜한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대마 씨앗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마초 쑥태우는 냄새?

지난 2일 대낮 주택가에 세워둔 차량안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일당과 이들에게 대마초를 제공한 공급자 등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모(45)씨를 구속하고 김모(44)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조씨에게 대마초를 공급한 또 다른 조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회 선후배로 알게 된 조씨와 김씨 등 3명은 지난달 24일 오후 4시10분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공급자 조씨로부터 제공받은 대마초를 흡연했다. 이들은 “남자 3명이 차량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쑥 태우는 냄새가 난다”는 행인 A(30)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애초 “성묘를 갔는데 야생 대마초가 있어 채취했다”며 대마초 확보 경로를 숨겼으나 경찰이 현장수사에 나서자 거짓임을 자백하고 공급자 조씨에 대한 신원을 밝혔다. 경찰은 11월30일 공급자 조씨를 검거하고 흡연자 차량과 공급자 조씨의 주거지에서 대마초 335g(약 800명 동시 흡입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공급자 조씨를 상대로 대마초 확보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신고자 A씨에 대해서는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