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케이블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에 앞서 매물로 나올 것이라 예상되던 다른 업체들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사업자 간 합종연횡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사이 LG유플러스와 씨앤앰이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일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의 지분 약 53% 가운데 30%를 50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2019년 이후 단계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 인수된 CJ헬로비전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 절차를 밟게 되며 총 지분매입 가격은 약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3강구도 붕괴
국내 케이블TV 시장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가입자 약 450만명을 확보한 업계 1위 업체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시장에서 KT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은 KT에 이어 국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위 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모두가 최근 LG유플러스와 강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씨앤앰이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때문이다.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에 따르면 향후 케이블 업계에서 인수합병이 가능한 통신사업자는 사실상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달리 해석하자면 LG유플러스가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지난 1일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CJ헬로비전 최대주주변경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간 합병을 위한 인가를 내어달라고 신청하자 이를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한 곳은 LG유플러스였다. 지난달 30일 LG유플러스는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저지를 공식입장으로 내놓은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건이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통합방송법안 등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결합상품이 넘쳐나고 방송은 공짜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해 케이블TV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견해도 주된 이유였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케이블방송 가입자 415만가구를 보유한 CJ헬로비전을 인수가 완료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IP)TV 가입자 329만가구와 합해 단숨에 745만가구를 확보하게 된다. KT는 IPTV 405만,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430만 등 총 835만 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점유율은 이미 29%에 달하고 SK텔레콤은 합병 시 점유율이 26%로 올라간다.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를 추가 인수하고 싶어도 점유율을 감안하면 힘든 셈이다.
SKT, CJ헬로비전 합병
LG유플러스 씨앤앰 인수설 확산
결국 합산규제를 감안하면 KT와 SK텔레콤이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고자 시도하는 것보다 LG유플러스가 뛰어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240만가구, 시장점유율은 8.59%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 2위인 KT와 SK텔레콤은 사실상 추가적인 몸집불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순식간에 벌어진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LG유플러스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씨앤앰 인수 과정에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단 씨앤앰의 인수가격 부담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씨앤앰 매각 소문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지만 번번이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2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인수가격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케이블TV 시장점유율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거의 모든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과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부각된다. IPTV 사업자들이 케이블TV 시장을 잠식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경쟁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사업자들 간 씨앤앰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된다면 씨앤앰의 가치는 시장의 평가금액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시장 점유율 2위와 4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씨앤앰을 인수하면 단숨에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턱 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며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합병의 먹잇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인수의 주체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들 간 인수합병 방안 이외에도 지분을 섞지 않는 사업협력 방안도 배제하기 힘들다. 내년부터 글로벌 최대 유료방송 기업인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 된 만큼 이들과 협력하는 게 이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걸림돌
한편 케이블TV업계가 IPTV 사업자에 종속되는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유료방송이 이동통신시장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방송상품이 부속화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청자 편익 측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