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인천시 테마파크 딜레마

돈 없는데 큰소리만 ‘떵떵’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테마파크 조성계획에 달려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이 바로 인천시다. 이미 인천시의 테마파크 조성계획은 상당히 구체화된 모습이다. 다만 인천시의 원대한 포부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디즈니월드’가 될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전국에서 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시에 테마파크 조성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인천시가 구상 중인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총 7건. 영종도 3곳, 송도 2곳, 서구 일대 2곳 등이다. 여기에 투입될 금액만 해도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퍼주기 우려

영종도 일대에 조성될 테마파크는 ‘영종테마파크’ ‘한상드림아일랜드’ ‘미단시티’ 등 3곳이다. 중구 운서동 270만㎡ 부지에 들어설 영종테마파크에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복합리조트를 비롯해 사계절 관광지, 장기체류시설이 세워질 예정이다. 중구 중산동에 조성될 한상드림아일랜드와 중구 운북동의 모습을 바꿀 미단시티에는 각각 2조원대 사업비가 책정됐다.

서구 일대에는 ‘글로벌 테마파크’와 ‘인천로봇랜드’가 새롭게 조성된다. 수도권매립지에 인접한 글로벌 테마파크에는 4조5000억원이 투입돼 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테마파크, 워터파크, 골프장, 아웃렛, 리조트, 캠핑장 등이 차례로 건립된다. 서구 원창동 일대에 들어설 인천로봇랜드에 투자될 금액은 약 7500억원이다.

이외에도 송도에 예정된 2곳의 테마파크 가운데 연수구 송도동 일대 송도엑스포시티에는 약 70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연수구 동춘동 인근 약 50만㎡에도 7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테마파크 조성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열을 올리는 인천시의 행보는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한 땅을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만약 제대로 실현될 경우 기대수익은 엄청나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인 테마파크 조성 수순과 별개로 당초 계획대로 사업 추진이 가능할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일단 돈이 문제다. 계획 중인 7개의 테마파크 중 자금확보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아직까지 2∼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로봇랜드의 경우 조성사업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자 했지만 아직까지 현실과 이상에 괴리가 존재한다. 당초 201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인 인천로봇랜드와 법인 설립에 참여한 투자자들 간 소송으로 테마파크의 착공이 계속 늦어진 까닭이다.

이 여파로 160억원 규모의 출자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토지 매입비용이 비싼데다 민자 유치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인천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타개책 마련도 여의치 않다.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서는 글로벌 테마파크는 용인 에버랜드의 약 3.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와 막대한 자금투자금액으로 인해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인근 대우자판 부지에 예정된 테마파크 조성 계획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영화, 게임, 음악 등을 응용한 이 프로젝트는 8년 만에 겨우 부지 매입이 성사됐을 뿐 언제 가속도를 낼지 미지수다.

총 7곳 조성 계획…10조원 투입 예상
꼬여버린 민간유치 “사업성도 의문”

인천시가 테마파크 조성에만 매달릴 여력이 없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루원시티 도시개발구역사업’을 비롯해 이미 인천시 곳곳에는 골치 아픈 현안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LH와 인천시가 2006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2009년 도시개발구역 계획변경이 진행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본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사업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마당에 인근 신도시의 3배에 달하는 조성원가가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인천시가 최근 토지이용계획을 마련하는 등 루원시티 개발사업 정상화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지만 원주민과의 마찰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루원시티 입주자 연합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인천시청에서 원주민들의 주거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부지를 헐값으로 내어주는 것도 모자라 특혜를 부여할 경우 오히려 인천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되는 각각의 테마파크가 차별성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은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지자체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외에도 적자 운영되는 테마파크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게다가 수년째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성된 테마파크가 즉각적인 수익을 뽑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뻔한 적자운영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보다 관광객의 발길을 잡을수 있는 특색 있는 대단위 테마파크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단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보자는 대응보다 제대로 된 계획하에 경쟁력 있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성화된 아이템이나 테마파크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고랜드 2050억 대출금 논란

레고랜드가 대출 받은 2050억원의 출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강원도의회 251회 정례회 경제건설위원회 글로벌투자통상국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레고랜드 사업 대출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강원도가 보증을 서주면서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받은 2050억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PF는 특정사업의 사업의 장래성에 따라 단계별로 대출을 받는 방식인데 아직 본 사업도 시작하기 전에 거액의 대출이 발생했고 이 중 약 500억원을 사업비로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강원도에서 이를 보증하고 있어 만에 하나 사업이 잘못될 경우에는 그 피해를 강원도가 떠안게 되는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홍성욱 의원(태백2)은 “매각한 토지를 담보로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기공식 직전에 변경약정을 하고 강원도 소유도 아닌 매각예정부지를 담보로 2050억원 대출이 발생했다”며 “아직 소유권도 넘어오지 않았는데 이런 큰 금액이 담보로 제공이 되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오상덕 엘엘개발 대표는 투자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 대표는 “초기 대표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며 “다만 토지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PF를 추진했고 강원도가 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레고랜드 사업은 내년 5월까지 2차 문화재 발굴 사업을 마치고 2017년 12월까지 완공해 2018년 3월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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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