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범CCTV 점검> 범죄 사각지대 조명

깜깜한 '중구' 가장 위험하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범죄 예방을 통한 시민들의 안전을 꾀한다. 범행 당시 상황을 그대로 촬영·녹화하는 방범용 CCTV로 범죄 용의자 검거에도 일조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살펴보고, 범죄취약지를 알아봤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방범용 CCTV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범죄취약지 1만2619개소에 2만2555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5월31일 기준)

광역별로는 서남권(관악·동작·금천·강서·양천·영등포·구로구)에 3724개소 6969대, 동남권(강남·서초·강동·송파구)에 2446개소 4116대, 동북1권(동대문·중랑·성동·광진구)에 2023개소 3276대, 도심권(종로·용산·중구)에 1292개소 2767대,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구)에 1313개소 2747대, 동북2권(도봉·강북·성북·노원구)에 1821개소 2680대가 설치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에 비해 2.6배가 많은 셈이다.

양천구 1956대
도봉구 382대

서울시 25개 자치구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902.2대다. 평균 초과 설치 자치구의 설치대수는 1205.3대로, 나머지 16개 자치구(647.2대)에 비해 558.1대가 많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방범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양천구(1956대)로 가장 적은 도봉구(382대)에 비해 5.1배가 많았다.

양천구(1956대), 서초구(1528대), 강남구(1470대), 용산구(1447대), 은평구(1352대), 성북구(1202대), 동대문구(1186대), 구로구(1135대), 관악구(924대)가 평균 초과 설치 9개 자치구에 해당한다. 도봉구(382대), 마포구(501대), 중구(531대), 송파구(532대), 노원구(533대)는 가장 적게 설치된 5개 자치구로 꼽혔다.


25개 행정구역의 방범용 CCTV 설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구민들의 불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민 대비 자치구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송파구 1204.4명, 노원구 1097.4명, 도봉구 909명, 강서구 879.5명, 강동구 789.2명, 마포구 725.2명, 광진구 632명, 중랑구 607명, 강북구 573명, 관악구 553.2명, 영등포구 552.4명, 동작구 444.4명, 성북구 376.6명, 강남구 355.2명, 성동구 336명, 서대문구 334명, 은평구 331.4명, 동대문구 286.3명, 양천구 238.5명, 구로구 353.5명, 금천구 259.4명, 서초구 254.1명, 중구 220.8명, 종로구 191.5명, 용산구 150.1명당 한 대 꼴로 조사됐다(통계청 인구총조사, 2010년 기준).

송파구 잠실에 거주하는 이봄희(32·여)씨는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보면 범죄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한다”며 “방범용 CCTV라도 많이 설치돼 있다면 여자 혼자라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파구의 방범용 CCTV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4번째로 적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어린이나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라도 자치구가 방범용 CCTV를 대폭 추가 설치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 평균 설치대수는 1.8대다.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가 2대 이상 설치된 자치구는 서초구(3.4대-448개소 1528대), 동대문구(3대-390개소 1186대), 양천구(2.8대-708개소 1956대), 서대문구(2.8대-315개소 894대), 용산구(2.7대-541개소 1447대), 은평구(2.7대-497개소 1352대), 금천구(2.6대-304개소 780대), 성북구(2.4대-499개소 1202대), 종로구(2.2대-351개소 789대),동작구(2.2대-398개소 878대), 성동구(2.1대-407개소 864대)다.

성범죄위험도 전국 1위…폐쇄회로도 모자라
서울시 평균 절반 수준 “미온적인 자치구”

각 자치구별 평균 범죄취약지는 504.8개소다. 금천구(304개소), 서대문구(315개소), 종로구(351개소), 노원구(380개소), 도봉구(382개소), 동대문구(390개소), 동작구(398개소), 중구(400개소), 성동구(407개소), 강서구(450개소), 서초구(448개소), 은평구(497개소), 성북구(499개소), 마포구(501개소)의 14개 자치구에는 방범용 CCTV 설치구간이 평균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천구에 비해 강남구(882개소)가 2.9배나 많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 이어 양천구(708개소), 중랑구(659개소), 관악구(650개소), 구로구(630개소) 순으로 범죄취약지가 많았다.

도봉구,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마포구의 5개 자치구는 범죄취약지 한 곳당 방범용 CCTV각 각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조사돼 범죄예방 및 범죄 용의자 검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구민들의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2개소에만 방범용 CCTV가 1대씩 추가 설치되고, 나머지 528개소에는 방범용 CCTV 1대씩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 인구대비
설치 편차 커

서초구청 주민행정과의 방범용 CCTV 담당자는 “구민들의 민원과 지구대원들의 요청을 검토한 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하게 된다”며 “과거에 설치된 CCTV는 화질이 좋지 않아 한 곳에 여러 대가 설치되거나 야간조명과 함께 설치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설치대수 및 범죄취약지 선정 비율을 종합한 결과 중구, 도봉구, 송파구, 마포구, 노원구의 5개 자치구가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해당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도봉구는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7억원을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원받아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인재근 국회위원(도봉 갑)은 “여성과 아동 등 도봉구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밝혔다.

서울시 중구의 성범죄 위험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구의 방범용 CCTV는 400개소에 531대가 설치돼 있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범용 CCTV 설치대수는 25개 자치구에서 세 번째로 적었으며, 범죄취약지도 여덟 번째로 적게 선정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는 강간 125.16점, 성추행 233.93점으로 종합 203.78점을 기록해 전국 최다 성범죄 발생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구 행정구역별 거주민 대비 방범용 CCTV 설치대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공동이 4.9명당, 신당동이 757.3명당 1대꼴로 설치돼 행정구역별 편차가 큰 이유다. 이외 황학동 454명, 중림동 269명, 장충동 170.4명, 필동 138.6명, 광희동 93.7명, 회현동 75명, 을지로동 49.4명, 명동 37.5명 순으로 조사됐다.

서남권이 동북2권 대비 2.6배 
도봉·마포·노원 범죄취약지

서울시 중구의 방범용 CCTV 기종을 조사한 결과, 41만 화소가 297대, 130만 화소가 77대로 200만 화소 미만 방범용 CCTV가 총 374대(62.02%)로 조사돼 화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된 강남구의 경우 41만 화소 CCTV의 비율이 39.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청 전산정보과 박민상 담당자(방범용 CCTV)는 “지구대의 방범용 CCTV 추가 설치 요청이 많지 않아 타 구에 비해 적게 설치된 점에 대해서는 구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올 하반기 동화동을 제외한 전 행정구역에 174대의 방범용 CCTV를 추가하고 30개소의 41만 화소 방범용 CCTV를 200만 화소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범용 CCTV 화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영상정보처리기기 기술기준권고안을 살펴보면 방범용 CCTV 최저 해상도는 100만 화소로 규정하고 있다. 100만 화소 미만의 방범용 CCTV 녹화 화면으로는 자동차 번호 식별이 불가하며, 야간 촬영 영상의 경우 남녀분간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기존 설치 구간의 방범용 CCTV 성능 향상에는 1대당 200여만원, 신 구간 설치에는 1500여만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방범용 CCTV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방범용 CCTV 모니터링 강화로 범인 검거 건수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방범용 CCTV를 통한 범죄 용의자 적발 건수는 175건으로 지난해 동기간(47건) 대비 272.3%가 늘어난 것이다.


관재센터 관계자는 “범죄 용의자 검거에 있어 방범용 CCTV를 통한 관재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국비 지원이 늘어나 범죄취약지에 방범용 CCTV가 대폭 추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CTV 설치하니
5대 범죄 감소

한편, 서울시에 최초로 설치된 방범용 CCTV는 2002년 12월30일 강남구 논현돈 영동시장 인근의 주택가에 설치된 방범용 CCTV 5대다. 2003년1월1일부터 2003년 8월31일까지 방범용 CCTV가 설치된 논현동 일대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율이 42.5%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논현1파출소가 2003년 상반기 범죄감소율 전국 최우수 파출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범용 CCTV의 녹화 영상은 60일간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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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