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입찰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업계는 LH의 속 시원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LH는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에서 롯데쇼핑 컨소시엄(이하 롯데쇼핑)이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이하 현대백화점)과 STS개발 컨소시엄(이하 STS개발)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지난 7월24일 밝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약 600억원 가량 더 많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4000억 한입에
밀어주기 지적
업계에서는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 비해 입찰가를 16.5%나 더 쓰고 탈락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4144억원을 입찰가격으로 제시했다. 동탄 백화점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쇼핑(3557억원)보다 587억원 높은 금액이다.
평가가 끝난 점수표를 보면 의혹은 더 짙어진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항목에서 현대백화점이 모두 일등을 했지만 주관적인 평가 부문에서 전부 꼴찌를 해 심사의 객관성에 물음표가 찍힌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했던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입찰가격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400점을 기록했으며, 사업수행능력 부문에서 130점 만점에 127점을 기록했다. 객관적 평가의 영역인 가산점에서도 현대백화점은 20점으로 만점을 받았다.
반면, 롯데쇼핑은 입찰가격평가 영역에서 360점을 기록해 현대백화점보다 40점 낮았다. 가산점은 20점을 받아 현대백화점과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사업수행능력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요약하자면 현대백화점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항목에서 롯데쇼핑을 최소 40점 이상 앞섰다. 1·2점 차이에도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점수 차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쇼핑에 밀려 탈락했다. 주관적 평가에서 모두 꼴찌(3위)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업부지 지정용도가 백화점으로 돼 있어 개발가능 시설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백화점으로 제한된다”며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차별화 할 수 없는 사업구조에서 모두 3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계획 부문에서 현대백화점이 3위를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재무계획의 하위 평가 항목인 ▲사업수행능력 ▲토지비 납부 계획은 객관적 평가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백화점은 이 부문에서 총 127점으로 만점(130)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1위를 했다. 그러나 재무계획 평가의 주관적 평가 영역인 ▲재원조달계획 ▲사업성분석 및 리스크관리 계획 평가 부문에서는 총 배점 70점 가운데 56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황금부지’ 롯데쇼핑 우선협상자 선정
600억원 더 써낸 현대백 탈락 ‘의문’
결국 재무계획 영역에서 현대백화점은 3위로 밀려났다. 의외인 부분은 재무계획 1위 기업이 STS개발이라는 점이다. STS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 양재 파이시티M&A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사업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시공사의 광교 파워센터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와 소송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적자 기업이 재무계획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결과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쇼핑은 주관으로만 평가하는 개발계획(200점 만점)과 관리운영계획(200점 만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 현대백화점을 2.4점 차로 역전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혜 의혹은 심사위원 선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주관적 평가 부분은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입찰 경쟁 시 참여업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때 LH는 불투명한 방법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했다.
시간을 입찰 심사 이틀 전인 지난 7월21일로 돌려보면 당시 LH는 입찰 신청을 받으면서 입찰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심사관련 안내를 했다. LH는 심사위원 선정과 관련해 입찰참여업체가 심사 하루 전(22일) LH측이 선정한 심사위원 후보군(100명)을 확인하고 기피신청을 할 것을 공지했다. LH는 입찰참여업체의 기피신청 결과에 따라 최종 심사위원 10인을 선정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성적표 놔두고
사람 입맛대로
그러나 22일 LH는 심사위원 선정 과정을 통째로 바꿨다. LH는 심사위원 10인을 선정하기 전 받겠다던 기피신청을 보안유지를 이유로 심사 당일(23일) 오전으로 갑자기 미뤘다. 또, 심사일인 23일 오전에는 기피신청을 포기할 것을 몇 차례에 걸쳐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찰참여업체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LH는 미리 임의로 선정한 심사위원 10인 가운데 기피신청을 받았다.
결국 입찰참여업체가 기피신청을 하더라도 LH가 원하는 인사 10인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된 셈이다. 특히, 개발계획 부문의 심의위원 4인 가운데 1인이 개인사정으로 당일 참석이 어려워지자 LH 내부 직원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점은 심사위원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공모지침에 따르면 정원의 70% 이상이 섭외됐기 때문에 내부직원을 참여시킬 이유가 없었다. 이에 따라 10인의 심사위원 가운데는 2명의 LH 직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임의로 선정된 10인의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더욱 불투명했다. 통상적으로 공모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찰업체 관계자나 경찰관이 참관해 공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10인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당시 참여한 인사가 LH 내부 직원과 LH와 계약 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객관평가 1등…주관평가 꼴등
심사위원들 선정 두고도 뒷말
또한 심사 과정 역시 갑자기 바뀌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당초 심사 장소와 시간을 통보해주기로 했는데 수원의 모 리조트에서 비밀리에 심사를 진행하면서 입찰참여업체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
왜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수많은 번복이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내부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입찰 과정을 진행했던 실무자조차 납득할 수 없었던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기사 속 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주관적 영역으로만 평가되는 항목에서 모두 1위를 하면서 특혜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최고 입찰가를 쓰고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 측은 LH에 심사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LH에 지난달 24일 심사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다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LH은 롯데쇼핑 밀어주기 의혹 제기가 늘어나자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LH가 내놓은 해명은 특혜 시비를 완화하기는커녕 더욱 부추겼다.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LH는 롯데쇼핑의 컨소시엄이 그룹사 단독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며 사업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룹사 단독구성과 관계된 평가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 LH의 해명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 특히, 동탄 백화점 부지의 경우 백화점 외에 아파트 952세대를 의무적으로 시공해야 하는데, 아파트 시공경험이 있는 시공사가 포함된 그룹사는 롯데그룹뿐이기 때문에 애당초 롯데그룹을 사업자로 내정해 놓고 심사 평가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써낸 건축 설계사 가운데 A사의 경우 LH 출신 인사가 다수 참여해 세운 회사”라며 “A사가 이번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논란이 확대되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A사로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 키우는 LH
구차한 변명만
LH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밀어주기 논란이 좀 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LH가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공모 절차대로 입찰 심사를 진행했으면 해당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LH는 의혹 해명을 위해 성실한 답변해야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H 담당자 녹취록 공개
기피신청 변경…“윗분들이 했다”
심사 과정이 여러 번 바뀐 데에는 LH 본사 윗선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본사의 ‘윗분’들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은 입찰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와 LH 담당자간 대화 내용이다. LH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을 담당한 실무자는 당시 기피신청 절차가 바뀐 것과 관련해 “기피신청을 받기로한 수요일(22일) 아침에 그래서(절차가 바뀌어서)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며 “(그 결정은) 윗분들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 과정이 바뀐 것은) 중재안이었다”라며 “본사에서는 더 황당한 얘기(절차 변경 제안)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녹취록은 내부 직원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상의 문제를 방증하면서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