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무서운 어린 포주들 천태만상

가출 여학생 모텔로 밀어넣고 ‘벗어!’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가출한 10대 여성 청소년을 유인해 성폭행한 후 성매매 시킨 10대 포주들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을 먹잇감 삼아 돈을 갈취하는 조폭 어른 포주들의 범죄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른보다 무서운 10대 포주들의 범죄 행각을 살펴봤다.

지난 4일, 울산지방경찰청에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10대 청소년 2명을 포함한 일당 6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가출한 자매 A(14)양과 B양(18)을 비롯한 10대 가출 여학생 6명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모텔로 유인한 후 성폭행했으며 스마트폰 채팅어플을 통해 1200여회의 성매매를 알선했다. 여학생들이 성매수 대가로 받은 화대 1억8000여만원을 갈취했으며 상습적인 감시와 폭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경찰은 설명했다. 일당은 울산 지역의 조폭 이모(30)씨가 성매수남으로 위장해 성매매 알선을 고발하겠다고 협박, 600여만원을 갈취하면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1290건 
70%가 미성년자

지난해 4월 가출한 C(18)군과 D(13)양은 가출팸으로 만나 찜질방과 모텔을 전전하다 생활비가 떨어져 오갈 데가 없어지자 C군이 D양에게 성매매를 제안했다. 1년여간 부산 및 경북지역에서 성매매 활동을 해온 C군과 D양을 성매수자 E(21)군 등 일당 4명이 유인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 200여만원을 갈취했다. 부산사상경찰서는 지난 3일, E군 일당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C군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구속했다.

가출 여성 청소년들을 감금한 후 지방 대도시를 돌며 성매매를 시킨 박모(21·여)씨 등 일당 6명도 지난달 22일 서울경찰청에 의해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올해 3월부터 스마트폰 채팅어플에서 성매수남으로 가장해 17세, 18세 여성 4명에게 접촉, 가출팸을 구성한 후 지방 대도시에서 성매매 알선을 해왔다. 가출 여성 청소년에게 하루 최소 4번, 성매매 한 건당 13만∼14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게끔 강요하고, 이를 채우지 못할 시 부족금을 강탈하고 폭행했다.

박씨는 가출팸을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나머지 남성 5명은 포주 및 감시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당은 모두 21세 동갑내기로 천안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후 친구로 지내던 사이로, 동종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출팸 멤버 한 명이 탈출하자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 고향으로 피신했다가 경찰 수사로 붙잡혔으며, 성매매 청소년 4명도 함께 구속됐다.

청소년 성매매 배후 잡고보니…무서운 10대
스마트폰 채팅어플로 접근해 사지로 내몰아

지난달 7일, 전북지방경찰청은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매수남의 금품을 갈취한 10대 일당 6명을 붙잡았다. 18세 여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어플로 성매수남을 모집, 고발 협박으로 남성 15명으로부터 900여만원을 뜯어내는 등 꽃뱀과 포주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러왔다. 전북지방경찰청은 포주 F양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일당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대 여성을 6개월간 감금한 후 성매매를 시킨 20대 남성 김모(23)씨와 10대 동거녀 문모(19)씨가 지난 5월8일 경기시흥경찰서에 붙잡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도 시흥 소재 자신의 빌라에 G(20)양을 감금하고 400여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해왔다. 또 화대 5000여만원을 갈취해왔으며 협박 및 폭행도 일삼아왔다.

G양이 성매매로 임신까지 하게 되자 빌라에서 도망쳐 나와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게 됐다. 경찰은 동거녀와 짝퉁 지갑 사업을 하기 위해 G양을 납치·감금·성매매 알선을 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김씨를 구속하고, 임신 중인 문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G양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세 가출 여학생 2명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매매를 알선한 장모(17)군 등 일당 5명이 지난 3월 구속됐다. 지난 1월 중순부터 10여일에 걸쳐 하루 2~3차례씩 성매매를 알선해왔으며,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일본에 팔아 넘기겠다”는 협박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 일당은 여학생들에게 성매수남의 현금 및 휴대전화를 훔치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며, 성매수남의 현금 도난 신고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1일, 울산포항경찰서도 4개월 동안 14·17·19세 가출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박모(2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 4월부터 가출팸 여성들을 대포차에 태워 김해·포항·진주 등을 돌며 스마트폰 채팅어플로 성매매를 알선해왔다. 성매매 한 건당 매수비 15만원 중 5만원을 챙기는 포주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경찰조사에서 “내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냐?”며 뻔뻔한 모습을 보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성매매 알선 10대 포주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승희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성매매사범 연령별 사범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사범이 2008년 4만7869명에서 2012년 2만903명, 2014년 2만4455명으로 줄어든 반면, 20세 이하 성매매사범은 2008년 871명(1.82%), 2012년 1094명(5.23%), 2014년 1290(5.27%)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세 이하 성매매사범은 2010년 대비 2.4배나 증가한 셈이다. 18세 이하 성매매사범은 2008년 388명(0.83%)에서 2012년 541명(2.59%)으로, 19세~20세 성매매사범은 483명(1.01%)에서 553명(2.65%)으로 증가했다.

하루 최소 4번
건당 13만∼14만원

유의원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청소년이 성매매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중·고교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제대로 시행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범으로 단속된 청소년에 대해서도 현장 전문가들과의 상담 연계·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20세 이하 청소년 성매매사범 건수가 유독 증가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는 청소년에 의한 성매매가 대폭 늘어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복준 전 동두천경찰서 수사과장도 YTN과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알선 범죄에서 10대 포주 범죄가 70%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경찰서에 접수된 13~18세 가출 신고 건수는 1만1279건이나, 가출청소년의 규모는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4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산되는 가출청소년의 규모는 남성 16만명, 여성 23만명으로 39만명이다. 가출 여성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벌고자 성매매로 뛰어들고 있어 성매매사범은 경찰 조사 수치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라는 여성단체의 설명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발생한 가출 청소년의 범죄는 17만1127건으로 주로 절도(36.3%), 폭력(27.4%), 사기 및 횡령(10.9%)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단체는 가출청소년의 주요 범죄유형이 남성 청소년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절도나 사기 및 횡령보다 불법유흥업소(가요주점, 오피스 등) 취업 및 스마트폰 채팅어플을 통한 성매매가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60만명 회원이 가입한 한 스마트폰 채팅어플을 조사한 결과, 한 달간 ‘조건만남’ ‘원조교제’ 등으로 메시지를 전송한 성매수남이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수남의 규모 이상의 성매매 알선자 및 성매매 여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스마트폰 채팅어플 운영 업체는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등을 포함해 100여개 업체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성폭행…그리고 성매매 알선
대부분 미성년자 상대 ‘조건만남’

여성단체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부모 및 후견인 동의 없이 아르바이트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 가출 여성 청소년들이 성매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범죄 중 절도와 사기 및 횡령, 성매매가 높은 이유가 여기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단체는 “가출 여성 청소년들이 여전히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상에서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유일한 곳이 성매매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66조(연소자증명서)에서는 ‘사용자는 18세 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그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데도 제약이 따라 편의점·PC방·일반 식당 등의 청소년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성인은 줄고
아이는 늘고

여성인권상담소는 “가출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성매매하다 임신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하며 가출청소년에 대한 보호시설 마련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출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 청소년쉼터는 전국 119개소로 수용인원은 1200여명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가출청소년 추산 대비 0.3%, 가출청소년 1000명 중 3명만이 청소년쉼터에 머무르는 셈이다. 청소년쉼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쉼터에 머물지 못한 가출청소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및 밀집지역에서 가출팸을 모집해 숙박을 모색한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해당 커뮤니티 카페나 스마트폰 채팅어플을 통해 숙식제공자를 모집, 이 과정에서 성매매 알선자 및 매수자와 접촉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출청소년들의 커뮤니티 카페 ‘가출한사람들의놀이터’(회원수 5134명, 8월13일 기준) ‘일행구해요’ 카테고리에서는 금전 및 숙식 제공하는 도움 제공자의 글이 하루 40여건이나 게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우발적인 가출이 많다”며 “청소년쉼터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안정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속의 가출청소년들에게 청소년쉼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라 안타깝다”며 “정부 예산 확대 방침에 따라 청소년쉼터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출청소년의 지원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남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소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쉼터는 가출 여성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아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만한 쉼터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조건만남은 가정폭력과 방임을 못 견뎌 가출한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 청소년들의 보호처분에 대한 처벌 피해 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매매 알선자 및 성매수자들이 이를 악용해 신고를 못하도록 협박하거나 상습적인 성폭행을 하기도 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이에 청소년 성매매 피해 전문 상담소가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숙식 어려워
성매매 자청?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도 <여성신문> 인터뷰를 통해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 체계가 빈약하다”며 “심지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피해 전문 상담소는 전국에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검찰과 경찰 수사 과정 시 안전하게 지원받을 수 있고, 재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통합지원 서비스가 제공하는 상담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한국소년정책학회는 ‘아동·청소년 성매매 지원 대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의 증가는 죄의식 약화(78.5%), 기업화 및 조직화(45.8%), 포주 및 보도방의 부활(13.3%) 등으로 분석된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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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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