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속는 '보이스피싱' 예방법

우물쭈물 하다 ‘골든타임’ 놓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막상 본인이 사기를 당하면 피해자들은 무엇부터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려고 해도 ARS를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 상담원과 연결되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의 흐름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보이스피싱’이란 개인정보(Private Data) +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타인의 재산을 편취하는 사기범죄의 하나로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비대면거래를 통해 금융분야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특수사기범죄다. 일반적으로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며 사례에 따라 ‘컴퓨터 등 사기이용죄’ 또는 ‘공갈죄’ 적용이 가능하다.

아리송한 수법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보이스피싱 방지 사이트 ‘보이스피싱 지킴이’에는 보이스피싱의 주요 특징과 사기과정 및 주요유형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피싱사기의 특징은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기관사칭의 경우 사기범이 검찰, 경찰, 금감원 등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을 번갈아 사칭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노출, 범죄사건 연루, 자녀납치 등 거짓사실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의 전화번호가 발신번호창에 나타나도록 조작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발생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사기범이 어눌한 우리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해 피해자를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사기범들은 피해자의 금융거래정보(계좌번호, 카드번호, 인터넷뱅킹 정보, 텔레뱅킹 정보 등) 편취를 통해 직접 돈을 인출한다. 또 대출이나 취업 등을 미끼로 획득한 예금통장을 사기에 이용하기도 한다. 사기과정은 사기이용계좌 확보-전화·문자 메시지 시도-기망·공갈-계좌이체-인출·송금 순으로 요약된다.
 
보이스피싱의 주요유형은 ▲자녀납치 및 사고 빙자 편취 ▲메신저상에서 지인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카드론 대금 및 예금 등 편취 ▲금융회사, 금감원 명의의 허위 긴급공지 문자메시지로 기망, 피싱사이트로 유도해 예금 등 편취 ▲전화통화를 통해 텔레뱅킹 이용정보를 알아내 금전 편취 ▲피해자를 기망해 자동화기기로 유인 편취 ▲피해자를 기망해 피해자에게 자금을 이체토록해 편취 ▲신용카드정보 취득 후 ARS를 이용한 카드론 대금 편취 ▲상황극 연출에 의한 피해자 기망 편취 ▲물품대금 오류송금 빙자로 피해자를 기망해 편취 등이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으로 사칭한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75번꼴로 금융사기가 발생했다. 특히 경찰 등 사법부라고 속인 사기가 절반 이상에 달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24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사기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금융사기 범죄가 총 5만8435건 발생했다.
 
일단 의심되면 받지도 클릭도 말아야
즉시 112·금융사 콜센터에 도움 요청
 
금융사기단이 가장 자주 사칭하는 기관은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부로 범죄 건수가 3만1000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총 피해액의 60.5%를 차지했다. 이어 금융회사 사칭이 1만7930건(피해액 570억원), 우체국과 전화국 사칭이 4898건(31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사칭도 3355건(201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1만319건에서 2013년 2만561건, 지난해 2만7555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피해액은 2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12년 503억원, 2013년 896억원에서 지난해 1492억원으로 뛰었다. 3년간 총 2829억원에 발생한 것이다.
 
 
신학용 의원은 정부기관 사칭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1년 9월에야 금융사기에 대한 신청을 받았고, 2012년 금융사기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무용지물이었다는 설명이다. 금융사기의 1차 접수처인 경찰청은 금융사기에 대한 별도의 통계도 집계하지 않았고 대책도 없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서민금융상품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이를 사칭한 금융사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다른 금융사기와 달리 금융당국을 사칭한 사기는 서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커 금감원, 경찰청이 공조해 차별화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전화로 개인정보 유출, 범죄사건 연루 등을 이유로 계좌번호, 카드번호, 인터넷뱅킹 정보를 묻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세금, 보험료 등을 환급해 준다거나 계좌안전조치를 취해주겠다면서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납치 보이스피싱 대비를 위해 평소 자녀의 친구, 선생님, 인척 등의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 사기 전화를 받으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파밍’ 예방을 위해 컴퓨터·이메일 등에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사진, 비밀번호 저장을 하지 말고, OTP(일회성 비밀번호생성기), 보안토큰(비밀정보 복사방지)을 사용하고 보안카드번호 전부를 절대 입력하지 않는다.

진화하는 수법
 
‘스미싱’ 피해 예방을 위해 지인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라도 인터넷주소가 포함된 경우 클릭 전에 전화 확인해야 한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메시지의 인터넷주소를 클릭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금융기관을 사칭해 이메일 등을 발송해 가짜 금융기관 사이트로 유도한 뒤 개인 금융정보를 빼내가는 ‘피싱’을 경계해야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출처불명 또는 금융기관 주소와 다른 주소로 발송된 이메일은 즉시 삭제하고 이메일 첨부파일에 확장자가 ‘exe, bat, scr’ 등 압축파일이면 열람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경우 경찰청 112콜센터 또는 금융회사 콜센터를 통해 신속히 사기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이 발급한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제출해 피해금환급 신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환급 피해액이 5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에 남아 있는데도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은 돈은 539억 원이며 21만5000명이 아직 환급받지 않았다. 100만원이 넘는 돈을 찾아가지 않은 피해자도 1만9446명이나 됐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전화나 우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고, 영업점에도 관련 홍보물을 부착해 피해구제 방법을 적극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사기 피해자는 거래 은행 등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경찰서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해주는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 받아 피해구제신청서와 함께 금융회사에 서면으로 제출하면 된다. 돈이 빠져나간 계좌와 입금된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 모두 가능하다. 금융회사 및 금감원의 심사절차와 채권소멸공고, 피해자별 환급액 결정을 거쳐 보통 3개월 이내에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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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