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사설응급차 ‘허술 관리’ 논란

‘삐뽀삐뽀’ 사이렌만 달면 끝?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다요금 징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구급차 점검이 도마 위로 떠올랐다. 응급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특수구급차가 응급현장에 출동되고 있어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구급차 신고제 이행 상황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점검한 결과, 법정 기준을 충족한 구급차가 5802대(특수구급차 2339대, 일반구급차 3463대)로 확인됐다고 지난 3월26일 발표했다. 응급환자 이송 안전 강화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5일부터 구급차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별로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전수·점검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 환자에 
과다요금 징수

지자체의 법정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특수구급차에 후두경 등 기도삽관 장치,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 장치, 휴대용 간이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 쇼크방지용 하의(MASK), 부목 및 기타 고정장치(철부목, 경부·척추보호대), 자동제세동기, 휴대용 산소포화농도 측정기 등의 응급의료장비와 비닐팩에 포장된 수액제제(인공혈액제제 등), 리도카인, 아트로핀, 주사용 비마약성진통제, 주사용 항히스타민제, 소독제(과산화수소, 알콜 및 포비돈액), 니트로글리세린(설하용),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등 구급의약품을 갖춰야 한다. 일반구급차에는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장비와 기도 확보 장치,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를 구비해놔야 한다. 특수구급차 5대당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각 8명씩 총 16명의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법정 기준 충족 구급차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자체 운용 구급차가 1634대(특수구급차 1328대, 일반구급차 306대), 의료기관 구급차가 3280대(특수구급차 416대, 일반구급차 2864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구급차가 787대(특수구급차 534대, 일반구급차 253대), 기타 법령에 따른 운용자 운용 구급차가 101대(특수구급차 61대, 일반구급차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보다 특수구급차가 202대 늘었으며 일반구급차가 108대 줄어들어 총 94대가 증가했다. 사설응급차는 의료기관과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이 운용하는 구급차로 특수구급차 950대와 일반구급차 3117대로 총 4067대가 이에 해당된다.

<일요시사>는 1013호 사회면을 통해 ‘환자 울리는 사설응급차 횡포 백태’라는 제목으로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잉 요금 징수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두 명의 제보자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와 관련된 사실을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민간사업자와 응급구조사의 제보에 따르면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의 특수구급차 상당수가 응급의료장치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민간사업자가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민간사업자에게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줌으로써 지자체 점검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한 제보자는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신고제 도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사설응급차가 신고필증 발부를 위해 임시적으로 타 사설응급차에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지자체 검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건복지부가 구급차 관련 법안을 개정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의 만행을 고쳐보려 했으나 허술한 점검에 콧방귀를 낀 민간사업자가 많다”며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가 많다 보니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의료장비 미비
정상영업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법정 기준 미충족 구급차는 행정지도를 통해 미비사항을 개선하도록 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해줬다”며 “점검한 구급차의 응급의료장비에 스티커를 부착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장비를 대여 받아 신고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덧붙여 “근거 없는 제보임에 틀림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는 “점검을 마친 타 지역 사설응급차 업체로부터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한 후 점검 받은 것”이라며 “응급의료장비의 고유번호를 점검자가 적어가지만 중복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필증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스티커를 제거해도 정상영업이 가능하고 다시 붙이면 된다”며 “깡통차(응급의료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구급차)를 운용하는 업체도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와 다를 게…의료장비 없이 운송만
보건부 신고필증 부착만으로 허술 점검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는 의료기관 416대와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534대로 총 950대다. 구급차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규모를 살펴보면 의료기관 387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413대로 각각 29대, 121대씩 증가한 것이다. 이에 사설응급차 관계자들은 기존 사설응급차를 운영하는 전 업체의 특수구급차가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기존 응급의료장비 미비 특수구급차의 상당수가 대여한 응급의료장비로 지난해 6월 실시된 지자체 검수를 통과,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채로 1년 넘게 운용해 왔다는 말이다.


한 사설응급차 관계자는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려면 1대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 사장들이 인맥을 활용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점검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특장차전문업체에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구매비용을 조사해본 결과, 1대당 최소 45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1억원가량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설응급차 등록 허가를 받으려면 특수구급차 5대 이상을 운용해야 하므로 한 업체당 특수구급차에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 비용만 2억25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제보자는 “점검기간 동안만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1년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하는 것”이라며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에 응급의료장비가 미비한 특수구급차가 출동될 경우 큰 위험이 초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시사>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에 특수구급차의 미발부 신고필증 건수 및 점검 결과 자료를 의뢰했으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매년 6월 실시하는 사설응급차 점검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조차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비 대여
점검 임시 대응

지난달 17일, 메르스 확진자 133번 환자와 145번 환자가 사설응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인 것으로 밝혀져 사설응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응급의료장비 미비로 인한 응급처치 부실 대응이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주 1회 이상 구급차 소독이 이뤄져야 하나 이를 시행하지 않아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특수구급차의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특수구급차가 갖춰야 할 장비 기준에 통신 장비가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자와 응급구조사간 핸드폰 통화로 인한 의사소통 불편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 및 동반탑승자, 응급구조사가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필증 부착과 관련한 지자체 점검에서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이 점검 리스트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6일 보도한 구급차 신고필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법정 설비 및 장비 기준 충족 여부를 관할 지자체에서 직접 확인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법정 설비에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가 부착돼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칸막이 부착 여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사설응급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의료기관 구급차 3280대 가운데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구급차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로부터 사망통보를 받지 않은 실제 사망자의 경우 응급환자로 간주하지 않아 119구급차 이송이 불가하며 사설응급차를 통한 장례식장 이송만 가능하다. 특히 사설응급차에는 냉동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사망자 이송간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 사설응급차 출동 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칸막이 미부착…감염병에 노출
다른 지역서 장비 빌려 눈가림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사망통보를 받지 않았으나 사망한 지 오래된 사망자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해야 하는 사망자를 종종 태운다”며 “구급차에 냉동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동반 유가족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냉동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운용해야 시신의 훼손 및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장비 미비사항과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장비 및 구급의약품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살펴보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1개월에 처하며 2차, 3차 위반 시 업무정지가 각 1개월씩 늘어난다. 환자에 대한 과다요금 징수 처분도 장비 미비 행정처분 기준과 같으며, 응급구조사 미탑승 적발 시 1차 위반 업무정지 7일, 2차 위반 업무정지 1개월, 3차 위반 업무정지 2개월에 처한다. 위반 시 영구 면허 및 자격 정지 처분은 행정처분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다.


수당 줄이려
구조사 출동 자제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는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특수구급차 5대당 각 8명씩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나, 실제 응급출동 시 응급구조사가 동반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북 지역의 응급구조사 미동반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지역에서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응급구조사에게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응급구조사의 동반 출동을 꺼리는 것”이라며 “출동 문의 시 위급하지 않았다가 이송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응급구조사가 없으면 환자는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속 기사> 119 구급활동 현황
19초당 한명씩 실려간다

<일요시사>가 통계청 e나라지표에 공시된 지난해 119구급활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119구급차의 이송건수는 163만1724건, 이송환자는 167만83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31명 중 1명이 구급차를 이용했으며 하루 평균 4598명, 18.8초당 한 명씩 이송된 셈이다. 2005년 대비 이송건수는 54.1%(57만2728건), 이송인원은 52.5%(57만7645명)이 증가했으며 10년간 평균 이송건수는 134만7940건, 이송인원은 139만5237명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이송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22.3%), 서울(19.6%), 부산(6.2%), 경북(5.7%), 인천(5.4%), 충남(4.8%) 순이다.

국민 31명 중 1명꼴 구급차 이용
하루 4598명 이송…8월 가장 많아


월별 평균 이송건수는 13만5977건으로 8월이 14만7345건, 15만216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월이 11만6791건, 11만9566명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119구급차의 출동장소별 이송인원을 살펴보면 가정이 52.2%(87만539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도로(14.4%, 24만2124명), 주택가(6.6%, 11만78명), 공공장소(5.3%, 8만9540명) 순이며,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하철(18.3%, 1만393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 이송인원은 50대가 30만1534명으로 전체 18%를 차지했으며, 70대가 15.2%(25만5665명), 80세 이상이 10.7%(18만232명)였다.

한편 119구급차의 총 출동건수는 238만9211건으로 정상출동이 88.1%(210만3968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취소(9.1%, 21만6768건), 오인(2.2%, 5만1779건), 기타(0.6%, 1만5139건), 허위(0.1%, 1557건) 순으로 조사됐다. 119구급대가 미이송한 75만8237건 가운데 25.7%가 사설응급차 및 자가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평균 소요시간은 현장에서 병원간 17.6분이며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 평균 34.4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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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