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④음모론이 퍼진다

‘쉬쉬’ 비밀주의로 불신 자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메르스 감염자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에 대해 정부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정부가 메르스 유행을 조장했다는 등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도 오산을 배경으로 여러 추측이 나도는 상황이다. 
 

‘국내 메르스 확산은 미군과 관련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른바 메르스와 관련한 음모론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음모론을 비롯한 각종 괴담과 관련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 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군과 관련?
 
객관적 사실이 아닌 음모론이 전파되는 이유는 국민 개개인이 접근 가능한 정보가 언론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메르스 유입 초기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인 낙관론을 펼쳤던 것과 달리 감염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공기 중 감염 가능성 등 외부 학계가 정부 발표와 일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언론은 메르스와 관련한 보도의 빈도를 높이는 한편 진단이란 명목 하에 각종 ‘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 브리핑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를 의심받고 있다. 아울러 일부 매체는 다른 사안에 대해 음모론식 접근을 한 것도 모자라 메르스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선 메르스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음모론은 여러 정보가 충돌하는 과정에 싹을 틔운다. 불확실한 사실과 일부 거짓이 적절히 조합돼 폭발력을 지닌다. 한국에서 첫 번째 메르스 감염자가 확인된 건 지난달 20일이다. 감염자는 중동지역 4개 국가를 여행한 68세의 남성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농업 관련 회사 직원이며,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했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발표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은 68세의 남성이 첫 감염자가 아니며 메르스 바이러스를 반입한 집단이 미국이라는 ‘소설’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미 군사당국이 실험을 위해 메르스를 고의로 퍼뜨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해진다. 불확실한 사실과 일부 거짓이 조합된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정부-학계 상반된 입장
“다 못믿어” 목소리 높아
 
현재까지 나온 사실을 종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미군에 의해 반입됐을 가능성은 없다. 첫 감염자는 지난달 4일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다. 회사 업무차 중동을 찾은 것은 지난 4월이고 5월 초에는 혼자 여행했다.
 
귀국 후에는 발열 증세로 세 곳의 병원을 찾았다가 각 병원의 의사 및 간호사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정부가 첫 감염자를 포섭함은 물론 세 병원의 의료진 역시 속여야 한다. 보건당국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입도 막아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메르스의 유입은 우리 검역당국과 감염자 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부실 대응은 사태를 확산시킨 원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배경은 미군의 ‘탄저균 배달사고’가 뒤늦게 밝혀져서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미 정부는 지난달 22일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활성화된 탄저균이 배달됐다”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미군은 5일이 지난 27일에야 탄저균 국내 반입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 미군은 ‘실험훈련용’이라고만 용도를 밝혔을 뿐 배달된 탄저균의 양과 훈련 횟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미군에 가로막혀 정확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은 치사율이 무려 80%에 달하는 병원균으로 메르스보다 사망 가능성이 최소 2배 이상 높다. 생화학무기로 사용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군이 탄저균을 어떻게 폐기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군은 ‘실수’라는 입장이다. 비활성화된 탄저균을 받으려 했는데 현지 연구소에서 잘못된 샘플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 국내 탄저균 실험은 실행되지 않았고,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이 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은 2013년 6월부터 이른바 ‘주피터(JUPITR)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피터 프로젝트는 북한에 대응할 목적으로 한국 내 미군기지 연구실에서 생화학무기를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독소를 지닌 병원균이 외부로 반출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가루 형태의 탄저균 포자가 편지로 배달되면서 우편물을 받은 22명 가운데 5명이 숨지기도 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최근 있었던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에볼라바이러스는 유입 가능성에 그쳤고, 메르스는 실제 유입됐다는 점이 다르다. 두 바이러스 모두 비교적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는 공통점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메르스는 백신이 없어 완치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연 ‘미군 관련설’ 등장 왜?
황교안·성완종 의혹들 잠잠
 
지난 2012년 메르스가 첫 발견된 이후 전 세계에서 431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37%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치사율은 5.7%다. 추가 사망자가 나오거나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치사율은 변동될 수 있다. 당초 알려진 37% 수준보다 치사율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나친 경계는 필요 없다’라는 태도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메르스와 관련한 정보를 통제하면서 비밀주의로 일관해 또 다른 음모론을 낳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오산 공군기지 소속 A 원사의 메르스 양성 반응 사실이 알려졌다. 군은 A 원사와 접촉한 60여명의 인원을 감염 의심자로 분류해 격리했다. 공교롭게도 오산 공군기지는 다수의 미군이 우리 군과 함께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탄저균에 이어 메르스까지 노출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도는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군과 한국군이 서로 다른 구역의 막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미군으로의 감염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군 역시 메르스에 대한 예방수칙만 하달했을 뿐 별도의 추가조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묻히는 이슈들
 
하루에도 수천건씩 메르스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같은 이슈들은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물타기’를 목적으로 한 청와대의 보도지침을 의심하지만 억측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받고 있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고려하면 메르스 사태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 박근혜정부다. 일부 음모론자가 추측하는 것처럼 청와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엔 능력이 없어 보인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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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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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