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①변종 가능성 있다

'코리안 바이러스' 이미 한국형으로 진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명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가 변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메르스는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강한 전염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면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놀라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격리자가 하루 새 2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전파력에 해외에서도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메르스가 발견된 이후 한국에서의 감염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며 한국의 폭발적인 메르스 전파 사례를 ‘슈퍼 확산’으로 표현했다.

또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의료센터 다니엘 루시 박사도 “며칠 사이 12명 이상이 우르르 감염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메르스는 밀접한 접촉 없이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옮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가 변종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치사율은 높지만 그만큼 전염력은 낮은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었다.

전염력 낮다더니
격리 1000명 돌파

실제로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국가를 엄습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후 몇몇 국가로 확산됐지만 불과 몇명을 감염시킨데 그쳤다. 메르스가 ‘하부기도’를 감염시키다보니 사람 대 사람 감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무서운 메르스 확산세는 심상치 않다. 외국 과학자들은 단 한명의 전파자가 이처럼 많은 2차감염자를 낸 이유에 대해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국제적 보고는 없었다”며 우리나라에 유입된 메르스가 변종일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르스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DNA 바이러스보다 구조가 불안정해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빠른 전파력 두고 전세계 초긴장
"공기 통한 감염 무시 못해" 지적


지난 2003년 전 세계를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메르스는 일명 ‘중동 사스’라고도 불리는 데, 메르스와 사스는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RNA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그런데 보통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의 확률이 DNA 바이러스보다 십만 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이전보다 훨씬 강한 전염력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가 변종일 가능성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WHO는 지금까지 낙타 등 동물을 제외한 인간 간의 메르스 공기 감염 가능성을 아주 낮게 봐 왔다. 하지만 지난 1일 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사례를 들며 반드시 공기 매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HO는 국내 14번 환자와 15번 환자 사례에 주목했다. 같은 병동에 입원한 두 환자는 같은 날인 지난달 30일 확진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까지 첫 번째 환자와의 특별한 접촉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14번 환자는 결핵 환자로 첫 번째 환자보다 먼저 해당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보통 메르스는 비말(침, 분비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4번 환자와 15번 환자가 첫 번째 환자와 별다른 접촉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공기를 통해 감염이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 3일 “현재로선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종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공기 감염을 일으키는 변이종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만약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미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공기를 통해 감염이 가능하다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기 매개 감염을 유발하는 입자는 지름 5㎛보다 작아 공기 중 먼지와 함께 떠다닌다. 이렇게 되면 메르스가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다.

유전적 특성 때문에?
무차별 확산 초읽기?


지난해 3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1만1000여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병 첫 달에만 50차례 변이를 일으키며 빠른 변이 패턴을 보여줬다.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이를 일으키면 백신이나 치료법 개발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편 메르스 바이러스가 지역에 따라 위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노르버트 노워트니 오스트리아 비엔나수의대 바이러스학 연구소 교수팀은 오만 지역 낙타의 코와 눈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RNA를 추출해 이를 카타르와 이집트 지역의 메르스 바이러스 RNA와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RNA는 지역에 따라 그 서열이 약간씩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2013년 의학저널인 ‘랜싯 감염질환’에 게재됐다.

무차별 확산?
공포심 최고조

그런데 정부는 메르스 변이 여부 조사에 늑장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메르스의 비정상적인 확산세가 이어지자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해외 연구소 등과 공조해 변종 바이러스 출현 여부를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최초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후 거의 3주가 지나도록 정부는 변종 바이러스 출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조차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안이한 늑장 대응이다. 실제로 메르스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다면 방역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메르스에 유전적 취약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부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비정상적인 확산 사태와 관련해 변종 바이러스 출현과 한국인의 유전적 취약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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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