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직격탄' 위기의 국순당은 어디로?

갑질 수렁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가짜 백수오’ 사태의 불씨가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의 대표제품 백세주로 옮겨 붙었다. 백세주의 원료 시료 두 건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국순당은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올해에는 돌발 변수가 발생해 타격이 막심한 상태다. 위기에 빠진 국순당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백수오 제품 추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순당의 주력 제품인 백세주의 원료 시료 두 건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국순당에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백세주에는 한방재료 10여가지가 들어가는데 그중 백수오도 있었다. 백세주 한 병(370ml)에 0.013g 정도의 백수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꽉막힌 주력제품
 
국순당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으며 완제품에서는 검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백수오 원료로 제조된 제품은 아직 시중에 유통된 바 없다. 현재 제조 공정 중에 있는 제품과 해당 백수오 원료는 격리 후 전량 폐기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국순당 측은 “국순당은 원료를 검증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이번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백수오 매입 시 영주농협이 농가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한 재래종 백수오만을 매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 3자를 통한 품질 검사 확인을 거쳐 납품 받았다. 당사의 백수오 매입 가격 또한 kg당 약 5만원 선으로,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원료를 납품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순당은 식약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국순당에서 과거에 사용한 백수오의 원료에 조금이라도 이엽우피소가 혼입됐을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순당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안전성을 우려할 것으로 판단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순당은 백세주 3종(백세주, 백세주 클래식, 강장 백세주) 모두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도 전 점포에서 백세주 제품을 철수시키고 구매 시기와 관계없이 구매 사실만 확인되면 환불해주기로 했다. 국순당은 식약처 조사 결과 바로 다음날인 27일 백세주 제품에 대해 자진회수 조치를 결정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가 중단된 국순당 백세주 규모가 총 1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매출액 대비 20.0% 수준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납품된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돼 제품의 안정성 및 소비자 우려 해소를 위해 유통되고 있는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백수오를 비롯하여 품질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어떤 재료도 원료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1개월 이내에 백수오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백세주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짜 백수오’ 파문 백세주로 불똥
이엽우피소 혼입…판매 중단 리콜
 
국순당이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충격 여파는 컸다. 논란이 일자 국순당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다. 국순당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하는 전통술 전문점 ‘백세주마을’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간판과 메뉴판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순당은 지난해 말 도매점주들에게 신제품 매출목표를 할당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순당 대리점주들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요 등의 혐의로 국순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대리점주들은 국순당이 영업실적이 부진하면 신제품을 강제로 할당해 ‘밀어내기’를 하거나 일부 대리점을 강제로 퇴출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사가 퇴출시킨 대리점주의 거래처는 신규 대리점에 넘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이 교체한 도매점은 안양, 강서, 도봉, 종로, 동대문 등 23곳으로 파악됐다.
 

대리점주들이 들고 일어서자 국순당은 배중호 대표이사에게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한 염유섭 대리점협회 회장 등 18명을 상대로 현수막 게시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순당 본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후 가처분 신청 당시 국순당은 밀어내기 논란과 관련된 공정위 시정명령을 이미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른 불공정한 약관만 시정했다.
 
이후 지난해 12월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국순당 회사법인과 배중호(61) 대표이사, 조모(54)·정모(39)씨 등 전·현직 간부 3명을 공정거래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순당은 도매점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도매점에는 공급 물량을 줄이고 전산을 차단해 스스로 문을 닫도록 했다. 구조조정에 주도적으로 반발하는 도매점들에 대해서는 본사 서버에 입력한 거래처와 매출정보 등 영업비밀을 본사 직영점에 넘겨 거래처에 반품을 유도했다.
 
국순당은 국내 약주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도매점주들은 소주·맥주 등 일반 주류가 아닌 약주·탁주 등을 취급하는 특정주류 면허로 영업한다. 개인사업자인 도매점이 국순당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 구조 때문에 이러한 횡포가 가능했던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
 
국순당의 갑질 논란은 2013년 5월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자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자살한 대리점주는 물량 밀어내기와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주류업계 대리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의 광범위한 물량 밀어내기, 대리점 무력화 압박, 반품 거부 등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백수오 파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곡류가공품 등 원물에 가까운 형태의 제품에 대해 성분을 확인했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확인 불가’ 판정을 내렸다. 대신 식약처는 ‘자율적 회수 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해당 제품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자율회수 대상 품목에는 풀무원건강생활, 천호식품, 한국인삼공사, 김정문알로에 등 기업 제품들이 포진해 있었다.
 
천호식품의 경우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황후백수오’ ‘백수오와 홍삼’ 등 4개 제품을 생산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5월26일 최종검사 결과 이엽우피소 검출 명단에 천호식품은 없다”고 쓰고 있다. 자율회수 조치 대상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서 관련 제품들을 철수한 상태라고 알려진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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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