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도 아니고… 의사 성과급제 논란

환자가 봉?…병원서 바가지 쓰게 생겼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사의 과잉진료 실태를 돌아보고 서울대병원의 파업에 대해 짚어보자.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과잉진료 건수를 조사한 결과 2억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 많을수록
의사 월급 많아져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4503만건, 2011년 4836만건, 2012년 4976만건, 2013년 4526만건, 2014년 4488만건이다. 과잉 진료 조정 금액은 2010년 2912억원, 2011년 3222억원, 2012년 3546억원, 2013년 3563억원, 2014년 3822억원으로 총 1조7065억원에 달해 과잉 진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김의원은 “과잉 진료의 피해가 국민에게 쉽게 전가됐다는 뜻”이라며 “적정 진료를 시행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회 이동훈 보험과장은 “병원의 과잉진료 제공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4월, 진료비에 대한 객관적 심사와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적정성 여부 평가로 과잉 진료 및 부당 청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환자들의 진료비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너도나도 과잉 진료를 보고 있어 의료계의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들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탓에 의사의 진료 소견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 심평원에 조정안을 제출한 수치보다 과잉진료를 받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실손보험사의 손실률에 따른 국민의 보험료 부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감 훼손, 국민의 의료선택권 침해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의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보면 급여진료비 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료계의 과잉 진료로 손해보험사의 손실률이 커짐으로써 오는 9월부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비급여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20%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심평원의 민영 손보사 심사 위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8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유난희(21)양은 “눈이 작아서 쌍꺼풀 수술만 하려고 갔다가 코 성형까지 함께해야 자연스러운 얼굴이 된다는 의사의 권유에 코 수술까지 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은 추가 수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수익창출 위해
수술강행 우려

성형외과의 무분별한 과잉 진료로 인해 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이사회는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으며, 과잉 진료를 예방하기 위한 성형외과 윤리위원회가 신설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지난달 과잉 진료와 검사를 억제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신설 방안을 내세웠다. 정형외과 윤리위원회에서는 관리 규정으로 과잉 진료 병원을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부 정형외과에서는 나일롱 환자들을 장기 입원시키거나 제대혈주사, 프롤로테라피, PRP주사, 줄기세포주사 등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면서 과다한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를 주축으로 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는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갑상선암 과잉 진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를 문제 삼았다.

당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은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갑상선유두암으로 나타난 반면 악성인 갑상선역형성암의 발생빈도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갑상선암 진료 추이를 살펴보면 논란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연평균 15.8%의 증가추세를 보인 갑상선암 수술이 2012년 4만4783명에서 2013년 4만3157명으로 3.6% 감소했다. 이후 2014년에는 24.2% 감소한 3만2711명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를 거부하고 고가의 수술·시술을 하지 않는 정직한 의료’를 모토로 내건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생기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정답병원의 건물에는 ‘꼭 필요한 수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과잉 진료 사례를 공개해 과잉 진료 없는 정직한 병원으로 앞장서고 있다.

5년간 과잉진료 2억3000만건
조정금액만 1조7065억원 육박

정답병원 조기현 원장은 “의사의 실력이 같다면 진단 역시 동일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수술이나 시술의 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고가의 수술 등을 권유하는 행위는 의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과잉 진료가 외환위기 이후 재정이 어려워진 병원이 수익 증대 목적으로 시작돼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측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의사의 성과급제를 도입, 이로써 과잉 진료의 양상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사 개개인이 봉급을 높게 받기 위해 환자에게 병원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말이다.

손보사 손실 걱정
자기부담금 확대

지난 2011년 보건의료산업학회지에 게재된 <병원의 성과급제 운영실태 및 활성화 전략> 논문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 120개 병원 가운데 89개 병원(74.2%)으로 나타났다. 설립형태별 성과급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공병원의 94.4%, 민간병원의 70.6%가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수입 실적의 일정률을 정해놓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21개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에 대한 일정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병상규모별로는 5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수입 실적 기준으로,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 기준에 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제 시행 병원을 대상으로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체 89개 병원 중 52개(49.5%) 병원이 수익증대라고 응답했고, 33개(31.4%) 병원이 직원에 대한 우대라고 답했다.
 

지난 4월 한길리서치센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명 중 4명이 과잉 진료의 근본 원인으로 의사의 성과급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립대병원 이용 응답자의 83.1%도 성과급제가 과잉 진료를 유발한다고 답했다.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3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분석한 성과급제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환자의 건강과 무관한 처방 및 처치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병원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됨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미성과급여자의 능력 저하 ▲성과급제의 의료부문 성과의 지표평가의 기준 모호 등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서비스 저하 지적
표준진료지침 개발 10년째 진도 없어

실제로 서울대병원분회가 근거로 제시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해당 병원의 경상이익에 따라 인센티브 수당이 차등 지급되고 있었다. 경상이익 70억∼1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0%, 110억∼1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60%, 150억∼20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10%, 200억∼2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60%, 250억∼3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10%, 310억∼37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60%, 370억원 이상이면 기본급 월총액의 310%를 지급하는 임금 협정을 했다.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 운영 보라매병원은 로봇수술의 활성화를 위한 로봇수술 수당 지급을 운영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로봇수술의 종류에 따라 건당 30만∼50만원의 수당을 수술 집행 의사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연세세브란스병원 양승철 교수(현 강남차병원)가 “병원들이 기존 복강경수술과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로봇수술을 수익 창출을 위해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양심고백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가 의료계의 암 덩어리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표준진료지침 개발이 10여년간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표준진료지침 개발을 지난해 6월까지 담당부서 및 전문기관 배정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알아서 해결해”
보건당국 팔짱
 
감사원 측은 “지침에 기초한 지표를 개발하여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최적의 의료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과잉 진료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관리 부서를 지정하고 표준진료지침 개발의 우선순위 및 매뉴얼 등을 정비하는 한편 그 지침을 단계적으로 개발·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진료지침은 표준적인 진료 방법과 절차를 적어 놓은 의료 안내서로서 과소·과잉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