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⑥수상한 국책사업 비결

나랏일로 흥하고 나랏일로 망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평소 경제보다는 정치 인맥이 많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치상인’으로 통했다. 이에 충남ㆍ경남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였던 경남기업이 전국 도급 순위 16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치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성 회장을 둘러싼 정치 로비 의혹과 경남기업의 국책사업에 대해 정리해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경복합경영자로 평가 받아왔다. 대아건설 회장으로 지낸 1992년 민자당 재정위원을 지낸 데 이어 경남기업 인수 후 2014년 국회의원으로 지내기까지 성 회장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경남기업의 사세 확장을 도모해왔다. 특히 한가람회, 충청포럼 등 정치계 모임의 핵심 인물로 참여하면서 정치권 인맥 쌓기에 힘썼으며, 수많은 로비 의혹도 받아왔다. 이에 성 회장은 기업인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정치상인’ ‘정치권 줄대기의 달인’으로 통했다.

정경 복합경영자
국책 낙찰률 98%

성 회장의 기업경영 마인드가 정경일치임이 드러난 건 민자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2년 8월31일이다. 그날 오후 한준수 연기군수가 국회 민주당 원내총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권개입 부정 사례를 폭로한 것이다. 한 군수는 충남지사와 민자당 후보로부터 8500만원 상당의 선거자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수표 일부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조사 과정에서 수표 90여장의 일련번호를 조회해본 결과 대아건설이 발행한 수표임이 밝혀졌다. 1980년 전국 도급 순위 169위에 그쳤던 대전 지역 중소기업 대아건설이 1992년 전국 61위에 올라선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대아건설이 1988년 이후 수주한 51건의 충남 발주관급공사의 낙찰률이 98.62%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낙찰 사업의 응찰가가 1만원 차이인 사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돼 충남지사 선거 과정에서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 회장의 한 지인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권력의 향방을 기막히게 읽고 ‘맨주먹 붉은 피’로 들이댄 사람이었다”며 “공직이나 정치권에서 뜨는 사람이 있으면 30∼40명씩 모아 성대한 축하연을 열어주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4년 대아건설은 서울 일부 지역의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며 서울로 무대를 확장했다. 당시 대아건설은 1996년까지 동작구 사당동의 3개 지역과 노원구 공릉동·월계동, 강서구 등촌동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으며 6구역재개발지구 참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 회장은 1995년 한가람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1995년까지 한양대 법과대학원 겸임교수로 지내다 1996년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직을 맡았다. 성 회장이 정치 인맥을 맺기 위해 미리 김비서실장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성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충청권 정치인과 관료 및 언론인의 모임 충청포럼도 정치권 인맥 쌓기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하는 성 회장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성 회장은 개인 비용을 투자해 롯데호텔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충청포럼 출범식을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급순위 169위→14위로 급성장
‘정치상인’인맥 활용해 기업경영

성 회장이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에게 대전 민방 협조 명목으로 1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성 회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김총리의 도움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 8월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이듬해인 2004년 대아건설 등과 합병해 통합법인 경남기업을 출범시킨다. 경남기업 인수전에 보성건설, 금광기업 등 5~6개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인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데에 대해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2004년 성 회장은 노무현 후보 캠프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회창 후보 캠프에도 거액이 제공됐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사실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총선 직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전제로 자유민주연합에 정치자금 16억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성 회장은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지만 특별사면으로 1년형의 징역에 그쳤다.

참여정부의 도움
대기업으로 성장

2004년 당시 경남기업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996억1800만원 사업비의 토당-원당 도로(고양시대체우회도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1000억830만원 사업비의 오리-수원복선전철4공구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다. 또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한국철도시설공단, 농업기반공사 등 한 해 동안 3616만2200만원 상당의 토목사업을 진행했다. 전년 대비 72.25%의 사업을 확보했다.  

경남기업이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5년 러시아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으로 석유공사에서 260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았다. 정부로부터 받은 성공불융자 전체 330억원 중 상당 금액이 노무현정부 때 집중돼 있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과 멕시코만 가스탐사 사업에 나서면서 70여억원의 추가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경남기업이 공물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일반융자금은 130억원이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 필요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할 때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경남기업의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져 정부예산 260억원은 사라진 셈이다.

경남기업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노무현정부 시절 사세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경남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은 2003년 4888억8305만원, 2004년 6153억8639만원, 2005년에는 9061억8670만원, 2006년 9617억1227만원, 2007년 1조2890억7194만원으로 2004년보다 2배 이상 급성장했다.

반면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에는 매출액이 1조7624억1400만원으로 출발이 좋았으나 2009년 1조7103억5648만원, 2010년 1조5962억5237만원, 2011년 1조4156억9587만원, 2012년 1조1345억2846만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7492억568만원으로 급락하고 만다.

MB정부 이후
매출 급락

2007년 11월 성 회장은 행담도 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받는 조건으로 김재복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징역 1개월 만인 2008년 1월 노무현정부로부터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돼 석방됐다. 이로써 성 회장은 노무현정부로부터 두 번째 특별사면 대상자로 지정됐다.

2007년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주상복합타운 랜드마크72(사업비 1조370억700만원)을 건립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남기업은 2009년 5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채권단에 신청하기에 이른다. 경남기업은 당초 예상한 워크아웃 극복시기인 2012년 6월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굵직한 국책사업의 시공사 및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1년 앞당긴다.

최근 랜드마크72에 정관계 인사 수백명이 다녀갔다는 현지 직원의 증언이 나오면서 성 회장의 로비 장소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성 회장이 생전 명절 기간에만 랜드마크72에 머물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수백명의 정관계 인사가 성 회장과 식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8년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는다.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주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관련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을 개연성이 엿보인다. 사업비 1325억29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1-2공구 사업과 사업비 400억52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우회도로 공사를 수주 받았다. 또한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로부터 서울지하철915ㆍ916공구 사업으로 1354억4800만원도 수주 받았으며 용인지방공사의 광교택지개발지구A23블록주택건설공사,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청양-홍성고속도로, 한국철도시설공단 경부고철10-1공구 노반공사, 환경관리공단의 광양시 광양읍 하수관거정비공사 사업도 진행했다.


정권 도움으로 성장
정권에 찍혀 급추락

반면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9년 경남기업의 국책사업 규모도 현저하게 줄어든 양상이다. 2008년 1조5930억8800만원에서 2009년 5705억2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 당시 경남기업은 민간도급건축 사업도 없었다. 2010년 1조331억7800만원 규모의 13개 국책사업을 맡았지만 경남기업은 2011년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지난 8일 성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 “나는 MB맨이 아니다. MB 정부의 피해자가 MB맨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중앙일보>와 JTBC가 공개한 성 회장의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2013년 9월3일 김전수 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만났으며, 9월13일에는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경남기업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날짜가 10월29일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차입금 상환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성 회장은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있었다. 

30년 로비인생
성공 VS 실패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경남기업의 도급 순위를 살펴보면 1981년 169위에서 1991년 72위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2006년 16위의 자리에 앉는다. 2013년까지 꾸준히 20위권 내에 머물다가 지난해 26위로 하락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200만원으로 건설 사업을 시작한 성 회장이 대아건설을 2조원대의 대기업 경남기업으로 성장시킨 데는 정치권의 인맥 쌓기와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치 자금 로비 의혹을 남긴 성 회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정치상인으로 자수성가한 성 회장의 30년 로비인생의 결말을 두고 과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방 중소기업 건설사를 대기업으로 사세 확장한 그의 비즈니스는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할까?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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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