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개발 태광실업 특혜 의혹

눈 떠보니 '600억 대박'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김해시의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구역’ 사업이 태광실업 특혜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 지역 정치권은 김해시의회 배창한 의장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이에 김해시는 기자회견을 마련해 “특혜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태광실업이 해당 부지에 서민용 임대주택을 100% 건립하겠다는 공증서를 공개했다.

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산162-1번지. 이 지역은 김해시가 추진하고 있는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구역’ 사업 부지로, 태광실업이 사업을 맡은 곳이다. 전체 25만8000㎡의 부지로 태광실업(19만2000㎡)과 김해시도시개발공사(5만5000㎡)가 95.9%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부지는 국가공공기관이 2.3%, 개인이 1.8%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 태광실업은 부지의 74.5%를 소유하고 있어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돼 김해시가 태광실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지역 시끌시끌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김해시의원들은 시의회 시정질문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태광실업의 옛 석산부지는 국정감사와 경남도 감사결과 사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줄 수 있다”며 “용도 변경 반대 지적이 나와 지난해 3월 시가 용도 변경을 중단한 땅으로 자연을 회복시키거나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해시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마련해 태광실업 특혜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해시는 60만 규모의 도시 확장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2020 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제2종 일반주거지역 개발 계획 자료를 제출했다.

또한 사업시행자인 태광실업은 당초 삼계나전지구에 건립하기로 한 임대주택 비율을 43%에서 100%로 수정 건립하겠다는 공증서도 함께 공개했다. 태광실업은 지난해 9월 김해시에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 신청을 하면서 ‘3329가구 중 임대 아파트 건축비중을 42.9%로 한다’는 사업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이번 특혜 논란에 100%로 확대 수정했다.


김해시 김홍립 도시관리국장 직무대행은 “2013년 민선5기 서민용 주거단지로 검토되다 민선6기 공약인 임대주택 4000호 건립을 위한 예정 부지”라며 “특혜 논란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임대주택은 전세난과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12만호 건립에 부응하는 시책”이라며 “낮은 분양가로 사업성이 없어 사업자들이 꺼리는 임대주택에다 기반시설용지를 공제하면 개발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무소속 이영철 의원과 13명의 새누리당 김해시의원들은 “김해시가 왜 앞장서서 태광실업의 사업이익을 설명하고 임대아파트를 100%로 짓게 하겠다고 먼저 나서냐”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계획안 수정을 제시한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을 향해 “김해시를 견제하라고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 편인지, 김해시 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소유 부지 개발사업…막대한 차익
김해시 밀어주기? “규정대로 진행”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혜 의혹의 또 다른 정황을 제시했다. 의원들은 태광실업이 해당 부지를 사들인 시점을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인 점을 내세우며 김해시가 2008년에 수립한 ‘2020 도시기본계획’보다 먼저 이뤄졌음을 밝힌 것이다. 이들은 김해시가 임대주택 100% 건립 계획을 밝힌 점에 대해 “일반 분양과 임대분양의 차이는 아파트 건설 이익금을 동시에 거두느냐, 나중에 거두느냐일 뿐이지 개발이익 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태광실업이 33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분양할 경우 최소 59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이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1000가구 분양 수익을 300억으로 가정,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의 60% 수익률로 계산한 수치다.

반면 김해시는 태광실업이 100% 임대주택을 건립할 경우 60억원에서 7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혜 의혹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해시는 관련 행정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로써 사업시행자 태광실업은 내년까지 사업비 1120억원을 투입해 3329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건립하고 도로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해시와 태광실업 간의 특혜 의혹은 지난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김해시는 해당 부지에 고층 아파트 건립을 계획하고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려다 국회 국정감사와 경남도 감사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다. 강기윤 국정감사는 “해당 지역은 태광실업 소유의 땅”이라며 “태광실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고 경남도에 감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남도는 중앙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 태광실업이 해당 부지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평당 20만원에 사들인 정황을 밝혀냈다. 당시 김해시가 추진한 용도 변경이 이뤄졌을 경우 평당 가격은 240만원으로 급등, 시세 차익이 1174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김해시는 용도 변경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태광실업은 공장을 짓기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난해 9월 김해시에 다시 한 번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 신청 사업계획안을 제시했다. 이는 김해시와 태광실업이 용도 변경 추진 대신 ‘도시개발사업’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해에 경남도로부터 시세차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도시개발사업은 공공사업이어서 특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대 아니다”

 

태광실업은 해당 부지에 임대주택,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한 후 기부채납과 상하수도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기부채납을 하더라도 엄청난 개발이익금이 남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김해시가 특혜 의혹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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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