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황제관광 실체 해부

100만원만 주면 2박3일 풀코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동남아 최고의 휴양지 필리핀 세부의 한 패키지 여행상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낮에는 관광ㆍ골프, 밤에는 성매매 업소 방문 일정으로 구성된, 속칭 ‘황제관광’이라 불리는 여행상품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일 황제관광은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의해 발각됐으며, 수사대는 브로커 1명과 성 매수자 55명을 붙잡았다.

지난 1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세부의 황제관광 여행상품을 판매한 브로커 김모씨를 구속하고, 성 매수자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11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필리핀 세부 관광, 골프투어, 성매매 업소 방문을 포함한 황제관광 여행상품을 1인당 1100∼1800달러에 판매해왔다. 고객의 취향 및 형편에 맞춘 여행상품은 2박3일(1200달러), 3박4일(1400달러), 4박5일(1800달러), 짱박기형(1100달러) 등 네 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었다.

하루 한명씩 대행녀 고용

자유여행으로 진행되는 이 상품은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에게 현지 성매매업소와 연결을 시켜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관광객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여성을 애인대행으로 고용한 후 여행 내내 낮 시간대에는 연인 또는 여행가이드로, 밤에는 성 관계 파트너로 삼는다.


여성은 매일 교체해주는 형태로 운영됐으며 통상적인 여행상품(리조트, 식사, 관광, 마사지 등)과 골프투어를 포함한 주류, 차량, 시티투어 등을 제공했다. 여행 일정표를 살펴보면 여느 해외 여행상품과 다를 바 없으나, 여행가이드가 애인대행 고용녀인 점과 현지 성매매업주와의 연결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세부에 거주하며 필리핀 서버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온 김씨는 지난 2010년 현지 성매매 알선업자와 결탁해 카페를 운영해왔다. 인터넷포털사이트에 ‘황제관광’ ‘필리핀 밤문화 체험’ ‘24시간 애인대행’이라고 검색하면 상단 검색창에 공개되는 해당 카페를 통해 관광객을 모집해 온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13개월 동안 김씨가 판매하는 여행상품을 구매한 성매수자는 55명으로 30대에서 50대까지의 대학 교수, 공인회계사 등의 전문직과 대기업 직원, 자영업자 등 고소득자다. 이들은 2명에서 4명의 그룹을 이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로부터 김씨가 챙긴 금액은 72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는 폐지된 상태다.

황제관광 브로커와 성매수자를 검거한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세부 외에 필리핀 마닐라와 중국 등지에 서버를 둔 원정 성매매 사이트를 추가로 포착할 계획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 폐쇄에 대비해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때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줘 수사 확대를 도왔다. 

낮 골프 밤 성매매 패키지로 판매
가이드 겸 파트너도…브로커 활개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의해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가 폐쇄된 데 이어 관련 카페 및 사이트가 대부분 사라졌다. 경찰의 수사를 확대하면서 해당 브로커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숨어들어 간 것이다. 사이트는 대부분 폐지됐지만 관련 블로그를 통해 황제관광을 유도하는 브로커들이 성행하고 있어 경찰 수사가 느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인터넷포털사이트에 ‘황제관광’을 검색한 후 관련 블로그에 접속하자 해당 사이트와 연락처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특히 황제관광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체험담이 성인인증 없이도 검색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한 블로그의 경우 황제관광을 직접 경험한 한 남성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 남성은 필리핀 현지인 여성 두 명을 품에 안고 있으며, 여성은 남성의 중요부위를 매만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에서 제외되는 필리핀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도 문제다. 이는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행위는 법 처벌이 가능하지만 국내 관광객이 필리핀 현지에서 직접 성매매 업소에 방문해 성매매를 갖는 경우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블로그의 메인 페이지에는 50여명의 비키니복장을 한 필리핀 여성의 사진이 도배돼 있었으며, 다른 한 블로그에는 황제관광을 하는 방법, 비용, 업소 위치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황제처럼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다 챙겨주니 그저 받기만 하세요” “아름다운 세부에서 환상적인 밤을 선물해드립니다” “100만원이면 황제급 밤 문화를 즐길 수 있어요”라는 선정적인 광고문구도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황제관광이 언론에 이슈화된 후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해봤더니 수많은 관련 글들이 검색돼 놀랐다”며 “황제관광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한 남성이 두 명의 필리핀 현지인들을 품에 안은 채 음란한 행위를 하는 사진을 보았다”며 “국내에서는 단속도 심할 뿐만 아니라 고액이 드는 반면 필리핀은 100만원대에 몇날며칠을 저렇게 놀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코피노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피노란 한국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지칭한 말이다. 최근 필리핀으로의 관광 및 사업, 유학을 간 한국남성들이 현지에서 아이를 만들고 책임지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코피노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아동성착취반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피노가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마닐라의 경우 코피노가 만여명을 육박했으며 대부분 원정 성매매를 하러 온 한국 남성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피노 3만명 사회적 문제

한편 지난 1월13일에는 배우 엄지원이 필리핀 다바오에 거주하는 코피노 및 빈곤층 아동을 위한 두드림아동센터에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엄지원은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미혼모 역할을 맡은 이후 월드휴먼브리지가 후원하는 ‘미혼모 여름캠프’에 직접 방문해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위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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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