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가족에 짓밟힌 여고생 사연

아버지·오빠 번갈아가며 성폭행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초등학교 때부터 친아버지(45)에게 성폭행을 당한 A(16)양이 마포대교에서 두 번의 투신자살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은 A양의 추가 진술을 통해 친오빠(17)에게마저 성폭행 당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A양의 정신과 병원 입원 치료를 요청했다. A양의 사연을 정리해봤다.

친아버지로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7년에 걸쳐 수차례 성폭행을 당한 A양이 성폭행 사실을 밝힌 건 지난해 10월이다. A양이 자신의 실명으로 된 페이스북에 성폭행 사실을 밝히며 자살을 예고한 것이다.

초2 때부터…

A양의 포스팅이 확산돼 페이스북 내에서 논란이 일자 A양의 친구가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하고 담임교사에 알린다. 담임교사는 지난해 11월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를 통해 시흥경찰서에 신고한다. A양은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아버지로부터의 보복이 두려워 가출 후 쉼터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어머니가 사는 인천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시흥경찰서는 A양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A양이 진술을 거부해 이 사건은 지난 2월10일 내사 종결하고 만다.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A양은 지난 8일 세상을 비관하며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한다. 마침 마포대교를 순찰하던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A양이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자 경찰은 A양을 어머니에게 인계한다. A양은 다음날인 지난 9일 또 다시 마포대교를 찾는다. 같은 날 오후 11시경 성폭력피해자보호센터로부터 A양의 실종신고를 접수 받은 영등포경찰서는 여의도지구대의 출동 명령을 내리고, 해당 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와 박모 경장에 의해 A양의 자살 사고를 막았다.

전날 경찰 조사에서 침묵을 일관하던 A양은 태도를 바꿔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 그래서 자살하려고 했다”는 말을 반복하는 등 경찰조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성폭력수사대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A양의 어머니와 담임교사를 설득해 A양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진술 받은 것이다.


딸·동생 맞아? 7년간 수차례 성폭행
정신적인 충격으로 두 번이나 자살시도

경찰조사에서 A양은 아버지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지난 2006년 시흥시 신청동 집에서 성추행한 사실을 밝혔다. 당시 A양은 어머니가 없을 때를 틈타 성추행을 강행한 아버지와의 불미스러운 일을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듬해인 200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해왔으며 부모가 이혼한 2009년부터는 성폭행의 횟수와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추가 진술했다. 아버지, 고모, 오빠와 함께 살고 있던 A양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때마다 하나밖에 없는 친오빠에게 이 사실을 밝히고 의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친오빠마저 세 차례에 걸쳐 A양을 성폭행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두 번의 자살 시도 사건이 일어난 직후 화성시의 한 정신과 병원에 A양에 대한 치료를 요청했다. 현재 A양은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딸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아버지와 오빠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양의 추가 진술을 받은 후 아버지와 친오빠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피의자 조사

경기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진술분석 전문관의 의견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은 피해자의 주장만 있는 상황이나, 신속하고 면밀하게 조사해 A양 아버지와 오빠에게 혐의가 있다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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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