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⑫능인선원 지광스님

바지사장 내세우고 부동산 소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2화는 49억8900만원을 체납한 (주)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의 실소유주 지광스님이다.

지난해 6월 지광스님(속명 이정섭)은 기자들을 만났다. 서울대 학력위조 파문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던 그는 7년여 만에 언론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지광스님은 문어발 인맥을 과시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자신을 찾아와 "국무총리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 중앙일간지 간부, 기업 경영인들이 차례로 언급됐다.

사실상 실소유주

신도 수 4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능인선원은 지광스님의 소유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시작한 능인선원은 서울 관악구, 경기 고양시, 수원 팔달구 등에 사찰을 갖고 있고, 캐나다 토론토, 중국 톈진, 태국 등에도 분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올렸다. 뉴욕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센터(NYIUC)로 알려진 이 3층짜리 건물은 11만5700여㎡(3만5000평) 부지 위에 세워졌다. 한국에는 더 큰 대학이 들어섰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은 56만1983㎡(17만평) 부지에 연면적 9917㎡(3000평)에 이르는 건물(지하 1층·지상 4층)로 탈바꿈했다. 능인선원은 이 대학 건립에 120억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광스님은 사실상 고액체납자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2014년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는 ㈜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이하 프레야PFV)란 회사가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야PFV의 등기상 대표는 백모씨다. 백씨는 2011년 8월30일 취임해 같은 해 9월7일 등기됐다.


백씨는 현재 능인불교대학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백씨는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프레야PFV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법인대표가 됐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대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과거 프레야PFV와 '비밀계약'을 맺었던 복수 관계자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백씨가 아닌 지광스님"이라고 지목했다.

I회계법인이 2009년 3월20일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프레야PFV는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7-2번지 소재 케레스타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산 매입, 취득, 관리, 일시적 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주주 구성상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임에 틀림없었다.

지분 39%(39만주)를 갖고 있는 이정섭은 지광스님의 속명이다. 지광스님이 소유한 능인선원은 25%(25만주)의 지분을 가졌다.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을 소유한 학교법인 한국불교학원은 5%(5만주)의 지분을 가졌고, 사회복지법인 능인선원(비법인사단과 구분)이 5%의 지분을 보유했다. 또 국내외 포교를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이 지분 20%(20만주)를 소유해 지광스님과 관련된 지분은 94%(94만주)에 이르렀다.

백씨는 프레야PFV의 회계업무를 담당했다는 진모씨를 소개했다. 진씨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지광스님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지광스님은 이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씨를 바지사장으로 앉힌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경영상의 필요로 한 것이고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뭉뚱그렸다.

서울시 25억여원 국세청 24억여원 체납
동대문 케레스타 리모델링 과정서 세금 발생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는 1998년 소유주인 거평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임차인연합위원회(이하 임연위)를 구성해 소송에 돌입했다. 법원은 2006년 임연위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런데 당시 임연위 대표이자 능인선원 사무장으로 알려진 배모씨는 "신규 법인으로 소유권을 넘겨 상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등장한 신규 법인이 바로 프레야PFV다. 임차인들은 '프레야PFV로 소유권을 넘기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도장을 찍었다. 소유권을 위임받은 배씨는 은행권으로부터 3200억원을 대출(PF)받아 건물 리모델링 등에 사용했다.


문제는 10년 사이 동대문 상권이 변했다는 것이다. 케레스타는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채권자인 경남은행은 2010년 6월 케레스타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임차인들은 또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지광스님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진씨는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였다면 조사를 받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씨의 말과 달리 법원은 지광스님이 프레야PFV의 실소유주임을 긍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들은 2011년부터 지광스님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지광스님은 자신의 재산을 신도 명의로 세탁하는 등 사해 행위를 저질렀다.

2012년 6월 기준 지광스님은 경기 화성시 팔탄면,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경기 광주시 실촌면 건업리 등에 땅과 주택을 갖고 있었다. 법원 판결 직전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소재 땅과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지광스님이 법인 명의로 갖고 있는 재산까지 더하면 보증금이나 세금을 못 낼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프레야PFV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프레야PFV는 2011년 3월부터 취득세 등 10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25억3400만원이다. 프레야PFV는 종합부동산세 등 10건의 국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액은 24억5500만원이다.

문어발 인맥 자랑

지광스님은 부산 시내에서 발행하는 모 신문사를 갖고 있다. 회사 자본금은 2007년께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지광스님이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재산 대부분은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묶여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법인 체납자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지광스님은 케레스타가 공매에 넘어가자 일부 임차인을 포섭해 '비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은 임차인들의 건물점거와 집회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증금 반환을 약속한 것이다. PFV는 해당 계약서를 썼고, 지광스님은 확인서에 날인했다. 그러나 케레스타가 파인트리로 인수되면서 계약은 유야무야됐다. 일부 임차인들은 아직까지 지광스님에게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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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