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CEO 리스크’해부

교체 또 교체…파리목숨 사장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우리카드가 1년 여 만에 CEO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뒤 2년도 안돼 세 번째 사장을 맞이하게 됐다. 잦은 CEO 교체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우리카드는 유구현(53) 전 우리은행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이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취임사에서 “우리카드가 미생이 아닌 완생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객 최우선, 혁신선도, 소통을 통한 성장 등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나가나? 내보내나?
 
그는 강원 전 사장이 그간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된 것에 불만을 표한 노조와의 관계를 의식한 듯 “노동조합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해 노사상생, 노사화합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잦은 사장 교체로 인한 노조의 불안감을 의식한 것이었다.
 
21일 우리카드 노동조합은 강 전 사장의 교체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경호 우리카드 노조위원장은 “사장 인사의 원칙이 상실됐다”며 우리카드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노조는 “올해는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위한 중요한 해”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사장이 교체되면, 새로운 사장이 기존의 틀을 무시하고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회사의 기세가 꺽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강 사장 취임 후 우리카드 분사직전 7%였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8.3%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12월에는 처음으로 월매출 5조를 달성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이뤘다”면서 “그런데 지난 12월 초 우리은행 은행장이 이광구 행장으로 교체되면서 또다시 CEO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카드 노동조합은 원칙 없는 사장 인사에 분노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대구고,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상업은행에 입행, 우리은행에서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영업지점장, 수송동지점장, 대구경북영업본부장, 마케팅지원단 상무 등을 역임했다. 유 사장은 실무경력이 있는 인물로 개인의 역량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강 전 사장이 퇴임하면서 조직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독립법인 분사 후 2년 만에 사장 3번 교체
8개월에 한번꼴…이번에 바뀐 새 수장도?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 전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우리카드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우리금융으로부터 독립 법인으로 분사 후 초대 CEO인 정현진 전 사장이 두 달 만에 퇴진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펼치면서 이러한 내부 상황을 정리했고, 우리카드를 업계 후발주자에서 주류로 단번에 올려놓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출시한 ‘가나다 카드’를 들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단순·체계화시킨 가나다 카드로 취임 1년여만에 시장점유율을 1% 이상 끌어올렸다. 포화상태인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뤄낸 의미있는 성과였다. 여기에 분사직전 7%였던 시장점유율을 2014년도에 8.3%까지 올렸으며 같은해 12월에는 우리카드 최초로 월매출 5조원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실적이 더해지면서 조직원들은 자연스레 강 전 사장을 신뢰했다. 업계도 그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우리카드에 따르면 2014년 매출은 전년대비 7조2000억원 증가한 54조5000억원으로 15.3%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이는 시장증가율 4.3%의 3.5배 수준이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연임이 점쳐졌다. 
 
강 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4년 우리카드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며 “작금의 성장세를 놓치면 우리에게 언제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새해에도 거침없는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파죽지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 전 사장은 연임 의지도 강력했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30일, 1년4개월만에 종료됐다.
 

신임 유 사장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강 전 사장의 존재감이 너무 뚜렷해 어떠한 사업적 전략을 제시해도 직원들의 신뢰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인사는 실적과 상관없이 이뤄졌다. 즉 CEO의 발언과 행동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 사장이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조직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카드의 잦은 사장 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중장기 비전 수립은 물론이거니와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유 사장이 강 전 사장의 흔적을 지우고 신사업에 비중을 둘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카드는 2013년 4월1일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1대 사장으로 정현진 전 우리금융 부사장을 초대 사장으로 내정했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며 2개월여 만에 퇴진했다. 이후 3개월간에 공백기가 있었다. 그리고 강 전 사장이 우리카드 2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카드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리카드 사외이사 보니…
 
우리카드 사외이사 중 절반이 관료 출신이다.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우리카드 사외이사 4명 중 2명은 범 관료 출신으로 조사됐다.
 
강병호씨는 현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재직중이지만, 한국은행 조사부 과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을 거친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출신이다. 김흥걸씨도 관료 출신으로 분류된다. 그는 감사원 제도담당관, 감사교육원장, 국가보훈처 차장 등을 지냈다. 나머지 사외이사 2명은 학계와 언론계에서 선임됐다. 배병일씨는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학계 출신, 김봉국씨는 매일경제, 이데일리 등을 거친 언론계 출신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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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