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의무휴업 피하기 논란

쉬는날 가판대 깔고…딱걸린 꼼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추석 당일에도 대형마트는 문을 열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명절이 괴롭다. 고향을 가거나 가족을 만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한 달에 두 번이나마 쉴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일부 홈플러스 지점이 임대매장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석에도 가족들 외면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달에 두 번 있던 휴일마저 포기하라고요? 구청장이 허가해서 영업한다고 하셨죠. 그럼 여기서 일하는 우리들 의견은 물어보기나 하셨나요?”
이달 초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에서 고성이 오갔다. 홈플러스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못 박았고, 점주들은 “일방적인 ‘갑의 횡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는 점주들

홈플러스 임대매장(입점업체)은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등을 말한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 측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은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정했다. 그런데 최근 강서에 있는 홈플러스가 마트 내 임대매장을 의무휴업 없이 영업하도록 만들어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도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 등급, 경품사기사건, 노조파업 등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점주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한 의류매장 직원은 “그나마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활력소를 얻고 다음날 열심히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무기력해졌다”며 “앞으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일 식품매장을 열지 않기 때문에 손님은 들어오지도 않았고, 매출도 미미했다”며 “직원과 점주는 죽을 맛인데, 영업을 하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생기니까 홈플러스만 돈 버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 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임대매장 통해 손실 메우기…상인들 빈축
“일방적 영업 강행”…“절 싫으면 떠나라”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주변에서 보세의류를 판매하는 사장은 “일 터질 때마다 지역 상권과 상생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규제를 피해 돈을 벌어가려는 수작”이라며 “대기업 자본이 규제 망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어기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서구에 사는 한 주부는 “솔직히 식품매장이라면 몰라도 주변에 맛집이나 쇼핑몰도 많은데, 홈플러스 내 의류매장이나 식당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무휴업을 은근슬쩍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부터 홈플러스는 매장에 입점한 업체들을 ‘대형마트’에서 ‘쇼핑센터’로 등록을 변경해 의무휴업 피하기 ‘꼼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의무휴업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쇼핑센터는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들 역시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점주에게 영업을 강요했다. 직영점이 아닌 별도의 쇼핑센터라는 점을 들어 임대매장은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이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일정을 구청장이 별도로 공고하도록 하고, '임대매장의 의무휴업은 매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서구청이 홈플러스 임대매장들에 의무휴업일에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강서구청은 이러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전적인 책임은 슬쩍 다른 곳에 떠넘겼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입점업체 개인사업자에 대해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해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여건에 맞게 상생 협의할 수 있게 하라는 지시가 들어왔고, 개인 사업자를 제한할 수 없는 근거가 미약하다보니 우리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명확한 규정을 따지기 어렵고, 사실상 모순점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산자부에서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의 영업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즉, 휴일 없는 정상영업은 의무조항이 아닌 자율조항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유통법을 어기지 않았다 해도 점주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점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내 임대매장 점주는 “홈플러스는 자꾸 강서구청에서 임대매장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점을 내세워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며 “우리가 열 받는 것은 홈플러스가 점주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통화가 되지 않아 문자 및 메일까지 보냈지만 끝내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럴줄 알았다”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인천 남구의 홈플러스 인하점 임대매장도 의무휴업일에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매출효과가 거의 없다보니 점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 인하점 한 의류매장 점주는 “직원을 하루라도 쉬게 해줘야 하니까 나 혼자 장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며 “손님은 안 들어오고 매출은 거의 없는데,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서 있다보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홈플러스 숭의점도 올 초까지 휴일 없이 영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구의 인하점과 숭의점의 임대매장들이 별도 상업시설로 인정돼 의무휴업일에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한 언론사의 고발로 점주 및 소비자로부터 빈축을 샀고, 이후 숭의점 임대매장은 휴일 없는 영업을 철회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인정보 유출' 홈플러스 수사 윗선 확대
이승한 전 회장·도성환 사장도 수사 받는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이 출국금지 됐다.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보고 받고 이를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기 때문. 이에 따라 검찰은 두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진들에게도 출국금지령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17일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최근 약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보험서비스팀 정모 과장과 최모 대리가 경품프로그램을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MW,아우디 등 외제 승용차 4대를 빼돌린 범행 외에도 다른 경품조작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유출에 윗선까지 개입하고, 경품 조작 규모가 당초 밝혀진 것 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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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