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후쿠시마 철근’ 아파트 추적해보니…

방사능 고철 9만톤 ‘어디다 썼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산 고철이 국내에 다량 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쿠시마 무역개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한 후쿠시마현 고철 중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수입한 고철은 전체 물량의 58%로 수출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처럼 방사능 고철이 수입될 동안 매우 형편없는 감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고철업 관계자들조차 방사능 고철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상황. 도대체 방사능 고철은 어디에 쓰인 걸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지난달 27일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본 오나하마 세관지서의 ‘후쿠시마 무역개황’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그랬다. 자료를 보면 한국은 지난 2011∼2013년 간 총 9만2455톤을 수입했다. 자그마치 29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마구 수입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후쿠시마산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했다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1년 9764톤(약 56억원), 2012년 4만3439톤(약 110억원), 2013년 3만9252톤(약 130억)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매년 고철 수입액이 늘어났다. 이 기간 후쿠시마 고철가격은 1kg당 2010년 약 62엔에서 2011년 약 51엔, 2012년 약 31엔, 2013년 약 40엔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량을 늘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일본에서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의 오염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수입액을 늘려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검사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얼빠진 감시 체계에 있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공항과 항만에는 방사선·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현재 방사능 감시기는 부산항 14대, 광양항 10대, 인천항 6대, 평택·당진항 6대, 울산항 4대, 목포항 3대, 군산항 3대, 포항항 1대 등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물동량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매년 60만∼80만톤의 고철이 수입되는 군산항에는 아직까지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국내에 다량 수입 의혹 “2배 이상 증가”
오염 무방비 노출…도대체 감시 체계는?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방사능 감시기 설치 담당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방사능 감시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담당자 1명을 더하면 총 3명이지만, 이들이 공항 9군데와 항만 31군데를 모두 실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류 의원은 “관리 인력이 보강되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칸막이가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항에서 일본산 수입고철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이 발견돼 반송 조치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도로공사에서 오염된 고철이 유입된 적이 있어 논란이 크게 일었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방사능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 고철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다량의 고철이 사용된다. 아파트를 지탱하는 철근, 고철로 만들어진 시멘트가 그렇다. 흔히 시멘트를 돌가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각종 폐기물을 섞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아스팔트도 마찬가지다.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이고 나온 폐기물이 우리 주변에서 재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새집증후군을 걱정했지만 최근에는 방사능수치를 걱정하는 이들이 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확한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멍한 정부
 
녹색당은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고철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방사능 오염조사 체계와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은 “건설 기자재 관리 감독 시스템이 매우 허술하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강조하지만,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명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방사능 관리·감독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흐르고 있다. 방사능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방사능은 무취 무색이어서 어디로 퍼지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국내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쿠시마 수입품 보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도 후쿠시마현에서 제조된 사케가 버젓이 한국에 수입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산 사케는 지난 2011년 3월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25톤이 수입됐다.
 
후쿠시마 인근 7개 현에서 수입된 것까지 합치면 4300톤에 이른다. 이 기간 수입된 사케는 ▲쿠라노하나 ▲유메노카오리 준마이슈 ▲알라딘 준마이 ▲쿠라다시 카라구치 ▲혼죠조 나마쵸조슈 ▲준마이슈 이이데 ▲기타가타지코미 준마이슈 ▲우마카라구치 ▲오쿠노마츠 아다타라 긴죠 ▲쿠로컵 등이다.
 
정부는 후쿠시마산 쌀의 경우 방사능 오염 위험 때문에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사케는 가공식품으로 분류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사케의 주원료가 쌀과 물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방사능 사케’ 소식에 애주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된 후쿠시마산 사케는 2011년 1만4176kg, 2012년 6612kg, 지난해 4073kg, 올해는 7월까지 567kg이다. 수입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후쿠시마산 사케가 꾸준히 수입됐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 지역 가공식품을 수입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후쿠시마 인근 13개현은 수출 시 일본 정부가 발행한 방사능 검사증명서 및 생산지 증명서를, 이 외의 34개 현은 생산지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 제품들을 국내에 수입할 때마다 샘플을 뽑아 방사능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사능 정밀검사 시 제조일자 기준으로 1건의 표본검사만을 실시하고 있어 식약처의 검사를 100% 안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일본의 쌀과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일본 사케의 원재료인 쌀과 지하수의 원산지를 알기는 더 어려워 후쿠시마 이외 지역 사케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사케 외에 동일본지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품목에는 수산물가공품, 혼합제제, 캔디류(사탕, 캐러멜), 드레싱, 빙과류, 과자 등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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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