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놀라는' 카페베네 급성장의 비밀

‘오버페이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커피업계 신화이자 청년들의 멘토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그가 청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도전의식이 부족하다고. 도전은 기회와 함께 존재한다.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의 절박함과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긁어모아 부를 축적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질주 그 자체다. 그런 그의 질주가 요즘 한계치에 치닫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1위 사업자 카페베네가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에 온갖 부정적인 이슈로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노동력 착취 논란은 김 대표의 발목을 붙잡았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새롭게 진출한 프랜차이즈 사업은 줄줄이 실패했다. 최근에는 불공정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

카페베네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소비자들은 카페베네를 ‘바퀴베네’ ‘달면 삼키고 쓰면 베네’라고 부른다. 커피업계 점주 및 직원들 사이에서는 ‘등골빼네’로 통한다. 모두 좋은 별명은 아니다. 맛없는 커피를 팔면서 커피가 아닌 기형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카페베네를 비웃는 말이다. 특히 카페베네의 ‘갑질’ 행태는 업계에서 지독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카페베네가 가맹점주들에게 판촉비용을 떠넘기며 ‘갑의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카페베네 음료를 구입할 때 통신업체 제휴카드인 올레KT를 내밀면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계역서상 내용과 달리 할인 비용의 절반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 또한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 공사 시 특정업체와 계약하도록 강요했다는 정황도 적발됐다.

계약서는 카페베네가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들의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200만원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은 27% 정도 비싼 셈이다. 카페베네의 상징인 ‘대형시계’ 하나당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조만간 카페베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카페베네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회의를 통해 제재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완료 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가맹점주에게 할인 부담을 떠넘겼다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 할인 비용 중 50%는 통신사가, 50%는 점주가 부담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사안”이라며 “할인은 가맹점주의 동의를 얻고 진행되는 것으로, 이를 거부한 가맹점은 할인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인 부담을 거부한 곳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할인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연예인 아끼고
알바비 아끼기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를 빠르게 키웠다.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은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서게 만들었다.

카페베네는 2009년 커피업계 최초로 연예인을 내세운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효과는 좋았다. 론칭한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10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한 국내 최대의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됐다. 2008년 3호점을 열고, 2009년 120호점, 2010년 446호점, 2011년 500호점, 2012년 810호점, 지난해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스타마케팅에 거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인모델 한예슬과의 인연도 깊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톱스타 한예슬을 모델로 기용했다. 2009년은 한예슬이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이후 몸값이 한창 치솟던 때였다. 올해로 한예슬과의 인연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김 대표는 카페베네 모델로 한예슬과 3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한예슬에게 2012년 개점한 미국 LA지점을 넘겨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모델로 발탁했다.


스타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드라마 및 영화 제작지원 홍보에도 매달렸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드라마 <대물>, <시크릿가든>, <옥탑방 왕세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 <최고다 이순신> <돈의 화신> 등 방송 프로그램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악덕기업’ 오명에 부정적 이슈들 가득
젊은 대표의 한계?…경영 능력 도마위

이처럼 스타마케팅에는 거금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가맹점주, 직원들에게는 인색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카페베네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8.3%에 달했다. 당시 카페베네는 점검 대상 56개 곳 중 55개 지점이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최저임금 위반 42건, 임금 정기 미지급 23건, 성희롱예방교육 미시행 32건, 근로계약서 미작성 45건 등 총 245건이었다.
 

2011년 청년유니온은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를 임금체불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카페베네에서 일하던 조합원 중 한명은 주 4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사업자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알바생이 1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당시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카페베네 주휴수당 예상체불 금액은 60억원이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카페베네는 부랴부랴 직영점 알바생들에게 체불된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가맹점에도 해당안을 권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알바연대가 카페베네 60곳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지점은 87%에 달했다. 수십억 원은 드라마 제작 및 스타 모델 섭외에 투자하면서 알바비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카페베네는 동반성장을 이유로 직영점에서 일하던 100여명의 직원을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켰다. 임직원 월급은 30%나 깎았다. 이런 상황에 김 대표는 지난1월 <조선일보>에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는 글을 기고했다가 청년들에게 “너나 잘하라”라는 몰매를 맞았다.

내실 없는
덩치 키우기

그렇게 카페베네는 가맹점주와 알바생들을 철저하게 부리면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야심차게 진출한 사업은 줄줄이 철수했다.

2011년 김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시작으로 2012년 베이커리 전문점 마인츠돔을 인수했다. 이어 세 번째 브랜드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를 여는 등 계속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로 카페베네는 블랙스미스 마인츠돔을 잇따라 철수 하기로 했다. ‘디셈버24’ 사업은 시작한지 5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지난2월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의 지분 50%를 마인츠돔 창업자 홍종흔 대표에게 매각했다. 법인의 지분을 매각해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페베네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카페베네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
노동 착취 논란 발목
스타 마케팅엔 ‘펑펑’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348억원으로 전년 419억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연매출만 봐도 2012년 2207억원의 매출에서 2013년 1873억원으로 15.1%나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5000만원이다. 2012년 66억3400만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 19억6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65%에 달했다. 이렇게 되면서 2012년부터 준비해왔던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국 김 대표는 사업 확장 중지를 선언했다. 청담동에 있던 옛 사옥도 광고대행사에 매각했다. 카페베네는 본사 사옥을 40억원에 팔아 넘겼다. 2005년 신축된 이 건물은 2011년 4월 카페베네가 매입해 사옥으로 사용해왔던 건물이다.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에 위치한 본사 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앤드리스백'은 기업이 현금 유동력을 늘리거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많이 쓰는 방식이다. 그만큼 현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당분간 커피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연예인을 내세워 눈길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카페베네 커피 맛은 여전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점 장사에 혈안 ‘바퀴베네’
가맹점주·알바생들 ‘등골빼네’

상황이 이런데도 김 대표의 카페베네 덩치 키우기 집착은 끝이 없어 보인다. 김 대표의 야심은 아직도 멈추지 못했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만개 매장을 오픈해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17일 카페베네 양주공장 준공식에서 “2017년까지 전 세계 4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각 진출국가별 매장과 제조품 등에 들어가는 원두를 전량 양주 글로벌 플랜트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제 커피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페베네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김선권 대표가 커피에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보니 커피 맛이 좋을 수가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메인메뉴인 커피는 외면 받고 엉뚱하게도 팥빙수나 케이크같은 서브메뉴만 팔려나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맛이 아닌 곁가지로 승부를 보는 업체는 한계가 있다는 부연이다.

대표님의 욕심
도대체 어디까지?

이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에서는 운 좋게도 맛이 아닌 스타마케팅과 유럽풍 인테리어가 지금까지 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맛을 중시하는 커피 전문점이 많은 해외에서 카페베네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커피전문가가 아닌 오로지 경영자의 시각으로 커피숍을 이끌어가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매장 내에 있는 책꽂이가 손이 닿기 어려운 높은 곳에 위치해있고, 책 종류도 김 대표의 자서전을 비롯해 대부분 자기계발서로 비치돼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실속 없이 겉모습에 치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맛 보다는 스타마케팅과 가맹점포 수에 의지하는 수익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의 무모한 마케팅은 초창기 인지도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카페베네를 위기로 몰았다. 맛의 성장 없이 마케팅에만 매달려온 카페베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김 대표가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대표 김선권은 누구?

국내 커피시장 1위 업체 카페베네의 창업자 김선권 대표는 처음부터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카페베네를 창업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만큼 김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커피업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뜻밖의 경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8세 취업을 할 나이에 김 대표는 일본에 갔다가 게임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1998년 온갖 악재 속에서도 3년 만에 400여개의 가맹점을 세웠다. 하지만 개설 수익 외에 운영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외식사업에 도전했다.

2000년 삼겹살 전문점, 2004년 감자탕 전문점 행복추풍령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프랜차이즈 미다스의 손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갔다가 보게 된 커피전문점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커피사업을 본격적으로 계획한다. 2007년 그가 커피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은 김 대표를 말렸다. 주변인의 만류에도 김 대표는 2008년 커피사업을 시작했고, 우려와 달리 카페베네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너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탓일까. 요즘 김 대표의 카페베네는 난항을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착취, 가맹점에 대한 갑의 횡포 논란에 이어 실적악화까지 겹쳐 온갖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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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