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초등생 골절수술 사망사고 전말

8살 지유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체육활동 시간에 놀이터 구름사다리에 매달려 놀다가 떨어져 왼쪽 팔이 부러진 서지유(8)양. 당시 서양의 부모는 담당 교사를 원망하지 않았다. 놀다보면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괜찮다”며 교사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아이의 수술 일정을 잡았다. 수술 날, 담당 집도의는 “수술을 잘 마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는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가족들과 이별했다. 이후 병원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지난 5월19일, 충남 천안의 B정형외과에서 팔 골절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았던 서지유(8)양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숨졌다. 끔찍이 아꼈던 딸의 죽음에 유가족은 망연자실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서양은 지난 5월16일 초등학교에서 체육활동으로 구름사다리 놀이를 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서양은 왼쪽 팔이 부러졌다. 당시 서양의 담임교사는 서양의 부상이 심각한 줄 몰랐으나 서양의 계속되는 고통 호소에 결국 B정형외과를 찾았고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의문점 투성이
 
B정형외과 측은 엑스레이 촬영으로 골절 사실을 확인했다. 서양은 병원에 3일 간 입원하게 됐다. 그런데 서양은 입원 기간 동안 몸에 열을 내며 코피를 흘렸다. 가족들은 담당의에게 이를 알렸지만 “아동용 약(해열제)이 없으니 필요하면 집에서 가져다 먹여라”는 대답을 들었다. 아동골절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지만 입원실에 가습기를 가져다 놓은 게 전부였다.
 
수술 당일, 마취전문의는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양의 아버지 서동균씨는 “부분마취를 하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담당의사는 “그러면 아이 아파서 죽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9시20분으로 예정된 수술을 앞두고 서양은 수술실 침대에 누웠다. 서양의 어머니는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마취하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네”라는 대답을 들었다. 마취하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한 것이다.
 
2시간 뒤인 11시20분. 집도의는 수술을 잘 마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양은 회복실로 옮겨지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되도록 깨어나지 않자 서양의 부모는 걱정됐다. 마취담당의는 “아이의 체력이 약해 좀 늦어지는 것 같다”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불안한 마음에 서양의 부모는 인근 대학병원인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 했다. 오후 4시가 지나자 서양의 맥박과 혈압이 점점 떨어져만 갔다. 그리고 5시, 서양의 부모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우려했지만 의료진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 30분 뒤, 의료진이 다급히 수술실로 부모를 불렀다.
 
이내 서양의 어머니는 쓰러졌다. 아이의 심장에 제세동기를 이용,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것. 병원 측은 그제야 “대학병원에 이송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서양은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8시48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왼쪽 팔 부러져 정형외과서 수술
전신마취 깨어나지 못한 채 사망
 
유가족은 서양의 장례를 치른 뒤 병원에 가서 진료기록 등을 확보한 후 검토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발견하고 지난 5월29일부터 천안 고속버스터미널과 인근 백화점 앞에서 매일 피켓시위를 벌였다. 진실규명과 함께 이 정형외과의 실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B정형외과는 소아병원을 표방하면서 ‘소아용 진통제’를 구비하지 않았다. 또한 법정 간호사가 5명 이상이 돼야 하지만, 정식 간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양에게 마취약을 투여한 것은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무자격자 ‘간호조무사’였다. 그리고 서양에게 사용된 마취제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었다. 수술 전 서양이 고열과 코피를 쏟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강행했다. 
 
 
수술 후 서양이 깨어나지 않자 부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5시간 이상 방치했다. 서양에게 투여한 마취주사와 마취약 등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수술 전 발열과 코피가 난 사실도 차트에 기록하지 않았다. 수술 후 맥박, 호흡, 심박수 등이 정상으로 표시돼 있는 등 조작도 의심스럽다. B정형외과는 서양 사망에 대한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심어린 사과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9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B정형외과 마취전문의 김모(49)씨가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한 것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 추정 문서를 확보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고 있다. 김씨는 서양 사고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후 서양의 유가족은 피켓시위를 중단했다.
 
코피·고열에도 수술 강행
깨어나지 않는데 5시간 방치
조무사가 마취약 투여 의혹
 
지난 1일 기자는 천안 B정형외과를 찾았다. 서양 수술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자 B정형외과 수술실장 임모씨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짧은 대답만 건넸다. 논란이 지속됐지만 병원은 평온했다. 주차장엔 차량이 가득했다. 사고와 무관하게 영업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B정형외과는 마취제 유효기간 문제로 보건소 차원의 행정처분을 받아 8월3일까지 마취와 관련된 업무가 정지될 예정이다. 때문에 병원 측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말 하는 건 어불성설.
 
<일요시사> 취재에 앞서 한 방송사가 이 사건을 취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직접적인 취재를 거부하고 변호사가 대신 취재에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고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지난달 마지막 주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방송분이 보류상태로 남아있다고 전해졌다.
 
서양의 아버지 서동균(36)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가 수술 전 코피도 났고 고열도 났다. 근데 간호 차트를 확인해보니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 한마디로 개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씨는 “사고 후 불과 며칠뒤인 6월4일부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인 6월5일 쫓아가서 따지려고 수차례 병원을 갔으나, 병원장은 진료실에서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며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씨 가족들은 처참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서씨 부부는 서양이 숨진 이후 건강이 악화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서씨는 “사고 이후 단 하루도 악몽을 안 꾼 날이 없고, 단 하루도 잠을 편히 자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씨의 아내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며 매일 괴로워했다. 이를 지겨보던 서씨는 결국 아내와 장모 그리고 어린 두 딸을 서양의 흔적이 덜한 미국으로 보냈다.
 
혼자 남은 서씨는 지금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최근 B정형외과에서 혹을 제거하려던 한 환자가 멀쩡한 부위에 부분마취를 잘못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사과 없이 뻔뻔
 
기자는 서양이 다니던 W초등학교를 찾았다. 마침 하교 시간이었다. 몇몇 학부모들은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나오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과 놀이터에는 인적이 없었다. 서양이 매달려 놀던 구름사다리는 철거된 상태였다. 놀이터엔 놀이 기구가 없었다. 놀이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을 뿐. W초등학교 관계자는 “서양 사고 이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거했다”고 말했다.
 
천안=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간호사 vs 간호조무사] 비교해 보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3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619만명 중 11.1%인 68만6000명이 장기요양신청을 했고, 이중 54만여명의 판정을 진행해 37만8000명이 등급내 인정(1∼3등급)을 받았다.
 
간호조무사는 7552명으로 전년대비 15.1%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는 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간호사는 2009년부터 매년 종사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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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