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4대강 살리기 저격수 민주당 이석현 의원

“의혹의 실체 끝까지 파헤치겠다”


국감·대정부 질문서 4대강 사업 정조준 중진 저격수
4대강 턴키입찰공사 담합, 대통령 모교출신 특혜 의혹
“추가 자료 확보·조사 통해 진실 밝히겠다”

여의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 첫 삽을 뜬 4대강 사업 앞에 험난한 의혹의 고개가 굽이굽이 펼쳐진 것. 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지표조사, 입찰담합의혹을 제기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공세의 수위를 날로 높여가면서 ‘4대강 저격수’들도 뜨고 있다. 이 중 초선 못지않은 열정과 경험에서 쌓은 연륜으로 4대강을 정조준한 중진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4대강 저격수’로 떠오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정감사부터 대정부 질문까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맹렬히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감에서 4대강 사업 턴키 입찰공사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입찰사 간 담합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대정부 질문에서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 4대강 맞춤 저격수로 떠올랐다.
‘4대강’과 함께 쉴 새 없이 한 달 반을 달려온 이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감과 대정부 질문에서 제기한 4대강 턴키 입찰공사 담합 의혹이 이슈화됐다.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인가.
▲ 낙찰 결과를 보니 1위 업체와 떨어진 2위 업체 사이에 그 금액차이가 너무 적었다. 예를 들면 낙동강 18공구의 경우 3030억에 낙찰이 됐는데, 1위와 2위 업체의 입찰금액 차이가 겨우 0.01%에 불과했다. 설계내용이 다르고 업체 경쟁사가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귀신같이 근소한 차이를 내나, 이건 국가에서 예정한 예정가에 근접한 금액을 내기로 합의해서 ‘너 좀 더 내라, 나는 좀 덜 쓴다’ 이랬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돼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

- 의혹이 생겼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정황이 있어서 조사를 해봤다. 입찰담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 봤더니 담합사실이 나왔다. 지난 5월과 6월이 걸쳐서 모 호텔, 그리고 삼계탕집 이런 데에서 현대건설이 주도하고 6대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담합회의를 한 걸로 나왔다.
제보도 있었고 내가 증언을 듣기도 했다. 6월 말 7월 초에 걸쳐 서초동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도 몇 차례 구성사와 주관사들이 모였다. 이렇게 모여가면서 담합을 했다. 실제 낙찰 결과를 보더라도 거의 담합한 내용대로 9월에 낙찰을 받았다.
일반 경쟁 입찰에 붙이면 예정가의 65% 정도에 보통 낙찰된다. 그런데 담합으로 평균 93.4%나 되는 높은 낙찰률을 보였다. 이번 4대강 1차 공사만 해도 예산이 4조2000억원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 30%의 국민혈세가 줄줄이 샌 거다.

- 턴키 입찰 방식은 경제나 사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대기업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일이 이렇게 진행돼 간다고 보는가.
▲ 이 대통령이 마음이 바빠서 그러지 않겠나. 4대강을 속전속결로 빨리 하고 싶은 거다.
대통령의 불도저식 행정에는 턴키가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먼저 설계를 공모한다. 설계 공모하는 데 한 1년 설계하고, 몇 달 심사하고… 오래 걸린다. 그러고 나서 또 설계 하나 뽑고 나면 그 설계 맞춰서 시공 회사를 선정한다. 그 입찰과정이 또 절차가 복잡하다. 그 다음에 감리를 한다. 이것도 좀 길다. 그 대신 신중하다.
그런데 턴키로 하면 설계, 시공, 감리를 일괄 입찰에 부쳐서 한 회사가 그 세 가지 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참 손쉽고 빠르다. 절차가 적다.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라 턴키로 쉽게 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턴키 입찰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통상 턴키로 입찰을 하면 업계에서는 담합이 이뤄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담합의 유혹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큰 공사 같은 것은 설계비용만 해도 100억, 200억, 몇 백억씩 나온다. 그런데 너나없이 설계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버리면 그 회사가 기우뚱할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설계·시공·감리를 한꺼번에 하는데 설계비용만 해도 많이 나오니까 떨어져버리면 큰일 나는 거다. 그래서 서로 모여 앉아서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어느 구역은 네가 먹어라’ ‘이번엔 네가 양보 좀 해. 다른 건 너한테 플러스 요인을 줄게’ 이런 식으로 짜 맞추기 해서 누이 좋고 매우 좋은 걸로 해놓는 거다.
이렇게 담합을 하니 제대로 된 경쟁이 되겠나. 낙찰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턴키 입찰을 하면 일반 경쟁 입찰보다 보통 몇 십 퍼센트가 높게 나온다. 이는 결국 나라의 세금이 새는 것으로 이어진다.

- 이런 입찰 담합에서 건설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나.
▲ 이번 4대강 턴키 입찰 평균 낙찰율은 93.4%이다. 일반 경쟁 입찰을 하는 경우 보통 낙찰율이 65% 정도 나온다. 턴키는 보통 80% 이상 나오는데 이번엔 특히 높게 나온 것이다. 크게는 30% 차이가 난다고 본다.
4대강 1차 사업만 하더라고 4조 2000억원 규모다. 여기서 30%면 1조 2000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터진 자루에 쌀 새듯이’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담합으로 인해서, 또 턴키로 인해서.
 
- 턴키 입찰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예산 낭비는 피할 수 없다는 소린데.
▲ 왜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도망 다니듯이 서둘러서 해야 하나. 신중하게 천천히 해서 일반 경쟁 입찰로 하면 이번 1차 공사만 해도 1조 2000억이 절약이 된다. 2차, 3차 계속 있어서 약 30조 투입된다고 하는데, 큰돈이 절약될 수 있는 거다.
 
-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들의 4대강 사업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어떤 내용인가.
▲ 낙동강에 8개의 공구가 있는데, 그중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했다. 그런데 컨소시엄 구성 현황을 우연히 한두 개 봤더니 포항에 오너가 동지상고 출신이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낙동강 공구에 선정된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 조사해봤더니 포항과 동지상고가 많이 휩쓸고 있었다.
거기에 포항 6개 기업이 9개 공구에 걸쳐서 선정됐다. 포항기업 하나가 두세 개 공구에 다 선정된 것이다. 또 9개 중에 8개 이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졸업한 동지상고 출신이 대표나 오너로 있는 기업으로 밝혀졌다.
지금 경상도에 수백 개의 중소 건설회사들이 있다. 공구에 하나도 못 들어가서 걱정인데 이렇게 휩쓸어도 되는가, 이게 어떻게 우연일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정부 질문 때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낙동강은 경상남북도 전역을 흐르고 있고 경상도에는 43개 시군이 있지 않냐. 그런데 왜 유독 포항기업만 선정이 된거냐. 또 고등학교도 경상도에 알아보니 374개나 있었다. 왜 하필 동지상고 동문들이 이 낙동강 사업을 휩쓰냐, 이런 얘기를 했다.


-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고 있나.
▲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담합 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 컨소시엄 선정과정에서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 같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예, 그렇게 파악하겠다’고 했다.
공정위하고 검찰에 담합조사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력 대기업들에 대해서 컨소시엄 선정과정에 권력실세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 같다.

-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은 지난 국감에서도 제기했지만 공정위의 조사에서 난항을 겪었던 부분이다. 구체적인 정황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10월 정무위 국감 때 공정위에 ‘여러 가지 정황을 보니 담합의 개연성이 있다. 낙동강 18공구 낙찰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각 공구별로 두세 개 회사씩 안배되는 등 골고루 선정됐다. 이러한 정황상 담합 가능성이 높으니 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공정위원장도 내 주장에 공감하면서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15개 대형 건설사를 방문해 서류들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 공정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담합이라는 게 서로 좋았던 일이라 말들을 안 한다. 거기서 소외됐던 소외 세력들도 있지만 그들도 말을 안 한다. 앞으로 2차 공사, 3차 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누가 고자질을 했다가 알려지면 업계에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다음에 담합할 때 또 소외시킬 것 아니겠냐. 그러니 말들을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이만큼 조사해서 입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나름대로는 엄청 고생한 거다.

-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이 입찰 담합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 조사는 빨라야 6개월 걸리고, 결과 나오는 데도 보통 2~3년 걸린다. 그 사이에 증거 인멸 다 해버린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결과가 되고 만다.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조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10년 전에 이런 경우를 위해 공정거래법 71조 3항에 새로 하나를 신설했다. 검찰총장이 공정위에게 고발을 요청할 수 있고 그러면 고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공정위로서는 결과가 나와야 고발을 하니까, 검찰총장이 먼저 공정위에 ‘그거 우리가 할 테니까 고발해주시오’라고 요청을 하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갈 수 있다.

- 4대강 사업이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우선 환경영향 평가가 4개월 만에 끝났다. 정말 초능력이다. 4대강이 얼마나 긴가. 2천리 물길이다. 2천리 물길이면 둑방을 따라서 걸어가더라도 사드락 사드락 걸으면 4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2천리 물길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그 사이에 뚝딱 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4계절 조사를 해야 하는 건데 그것도 안 했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이 많다.
당에서는 지금 ‘공사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마는 국민의 힘으로 싸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당의 의석이 부족하니까, 국민,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들이 단합을 하고 연대를 해서 싸워나가야지, 잘못하면 환경에 큰 재앙이 올 것이다.
예산 낭비도 큰 문제지만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그 내용도 모르면서 돈부터 30조 투자하면 나중에 뜯어 고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데에서 그런 전례가 많이 있다. 강 치수사업 했다가 나중에 도로 뜯어고친다고 생돈 들어가고 환경을 망쳤던 경우들이 있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바쁘게 활동한 만큼 좋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국감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2009년 국회 국정감사 평가 결과’에서 국감 스타로 뽑혔는데.
▲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시민단체로부터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이번에도 경실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니 기분이 좋다. 지난 여름부터 자료를 챙기며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이번 수상을 계기 삼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우수의원 선정을 칭찬이라기보다는 격려로 여기고, 시민단체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 우선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제기했던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칠 생각이다. 4대강 사업에서의 담합과 권력 실세 개입, 효성 일가의 해외 부동산 투자 및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에 대해 앞으로도 추가적인 자료 확보 및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
아울러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중단, 미디어법의 재논의 등을 위해서도 같이 싸워나가겠다.

▲1951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
▲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의장비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1996년 환경운동연합 국정정책위원
▲2001~2003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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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