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차기 원내대표를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가 100일도 남지 않은 탓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진두지휘하게 되는 중요한 자리다. 때문에 각 계파 간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를 향한 민주당 내부의 치열한 경쟁을 미리 살펴봤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5월15일 만료된다. 100일도 남지 않은 기간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공천과정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각 계파별로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결국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새해 첫 일성에서 분파주의 극복을 선언했지만 원내대표 경쟁을 계기로 당내 계파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다.
계파갈등 증폭?
특히 친노계열의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김 대표와의 대립으로 당 지도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가장 먼저 원내대표 출마를 시사하고 나선 것은 친노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이다.
당초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박 의원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대통령 시대에 야당은 여성 원내대표를 내세워 당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원내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박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 출마를 시사하면서 '당의 선명성'을 강조해 김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박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손꼽힌다. 박 의원은 과거 김한길 대표로부터 서울 구로을 지역구를 이어받으며 김 대표와 가깝게 지내기도 했지만 둘 사이엔 도저히 좁혀질 수 없는 인식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연말 국회 때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를 놓고 김 대표와 박 의원이 각을 세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박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김 대표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 의원 외에도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 중에는 친노계열 인사들이 유독 많다. 우윤근, 노영민, 신계륜 의원 등이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 끝에 낙선한 우 의원은 와신상담하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우 의원은 "한번 출마로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되긴 어렵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홍보하고 있다. 우 의원은 당내에서 모든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우 의원은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 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의 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데, 우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될 경우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 출신인 노 의원은 박영선 의원과 마찬가지로 '야당다운 야당'을 내세우며 '충청권 역할론'까지 추가해 원내대표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노 의원은 "야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강한 야당'을 요구하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시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는 김 대표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친노계열은 당 지도부와 충돌 가능성
새누리당 선거 민주당에 영향 미칠 듯
4선의 신 의원은 아직 출마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천타천으로 원내대표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들이 모두 친노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단일화를 이룬다면 현재 민주당의 최대계파가 친노인 만큼 이들 중 한 명이 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세균계에서는 최재성 의원의 출마설이 거론된다. 최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 슬로건에 대해선 "40대 의원이 아무도 없다. '젊은 원내대표' 정도가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현재 '정치교체·정당재구성을 위한 혁신 모임'을 결성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손학규계에서는 조정식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이외에도 4선의 이종걸, 3선인 박기춘, 오영식, 강창일, 김동철 의원 등도 자천타천으로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가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진두지휘하게 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각 계파 내에서의 단일화는 물론이고 계파 간 연합, 또는 개인 의원 간 합종연횡도 쉴 새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승부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여야의 '역학구도'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오는 5월15일 임기가 만료된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민주당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다. 새누리당은 5월 초에 민주당은 5월 중순 경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 여부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기사퇴 가능성도
만약 새누리당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원내대표가 선출될 경우 민주당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가 강성이면 민주당의 원내대표도 이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민주당 내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야 관계는 강 대 강의 대치로 더욱 얼어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 원내대표인 전병헌 의원에 대한 당내 불만이 큰 만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조기에 치러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반대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차기 원내대표 자리가 마냥 좋은 자리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연패한다면 취임하자마자 자진사퇴를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는 과연 누가 낙점될까?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여야 관계 역시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