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민주당 계파혈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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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은 새누리에 어부지리…벌써 떡시루 엎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새해 첫 일성은 '분파주의 극복'이었다. 그만큼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고질적이고 심각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계파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는 물론이고 소수계파들까지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민주당은 계파갈등을 극복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계파주의 청산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가 몰락하고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며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현재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새해 첫 일성으로 ‘분파주의 극복’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친노 진영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되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계파청산
선전포고?

특히 김 대표의 신년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친노 강경파들을 겨냥해 더욱 강경한 발언들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계에 대한 김 대표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같은 작심발언을 할 경우 당내 계파갈등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불과 기자회견 몇 시간 전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당내 각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 등과 릴레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각 계파의 수장들에게 다가오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계파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실제로 계파라고 할 만한 모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곤혹스럽다"며 "당의 단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지방선거 승리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고, 정동영·정세균 고문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당내 계파 수장들이 모두 당 지도부와의 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각 계파, 지방선거 앞두고 세력화 움직임
해묵은 계파갈등 재발? 최후 승자는 누구?

그러나 정작 물밑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 수장들의 세력싸움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예상 밖으로 김한길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6·4지방선거를 겨냥해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개편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총괄·기획할 사무총장에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자신의 최측근인 노웅래 의원을 임명했다.

신임 전략홍보본부장에도 역시 자신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을 기용했다. 대변인에는 원외인사인 박광온 당 홍보위원장을 앉혔다. 박 대변인은 김 대표가 지난해 장외투쟁을 하며 전국을 순회할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춰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구민주계 인사인 정균환 전 의원이 지명됐다. 정 전 의원 역시 김 대표와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인사다. 지방선거를 사실상 지휘할 당의 전략·홍보라인에서 친노계는 철저히 배제됐다.

친노계 배제
시작된 싸움

특히 일부 의원들은 당직개편 사실을 발표 당일까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친노계 배제에 대한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극비리에 당직개편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도 나왔다. 실제로 친노계 내부에서는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혁신이라기보다는 자기사람만 챙긴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친노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선택한 계파 청산 방법이 '당내 화합'이 아니라 '친노 힘빼기'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서 "존재감이 없다" "바지사장이다"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던 김 대표가 신년을 맞아 계파 청산을 기치로 강공드라이브를 펼치자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언론이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19대 개원 이후 언론들은 해당 의원들을 꾸준히 친노로 분류해왔지만 그동안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 갑작스런 변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무난히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와 친노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친노로 분류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내가 친노로 분류돼 당 지도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현재 민주당에는 친노도 없고 비노도 없다. 자꾸 이분법적으로 민주당을 재단하며 이간질을 시키려는 듯해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대표로부터 의외의 일격을 맞은 친노진영은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선 김 대표가 '햇볕정책 2.0'과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강조하는 등 지지층 확대를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친노진영이 반발하며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김한길 "계파청산!"…친노에 대한 선전포고?

김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햇볕정책을 보완해야 하는 근거로 “당시 정책은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권자층이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북몰이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 우클릭을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민주당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당장 당내 동교동계와 친노계, 학생 운동권 출신 의원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햇볕정책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노계 홍익표·김기식 의원 등도 '당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 반발이 높아지자 김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SNS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내부에서 서로 총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지만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다음날 보란 듯이 자신의 SNS를 통해 "며칠 전에 당의 우경화를 걱정하면서 트위터에 몇 마디 썼더니 김한길 당대표께서 내부 총질 운운하며 겁박을 했다"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갖고 계파 청산에 나섰지만 오히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노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태업'함으로써 당을 선거에서 지게 만들고 당 지도부를 전격적으로 탈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회자된다.

소수계파
캐스팅보트


자칫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 친노계를 겨냥해 연일 계파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더욱 힘이 실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게 되면 현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미 친노진영에선 3선의 모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점찍어 두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노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에 도전할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현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 소수계파들도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모양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소수계파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친노-당지도부 갈등 격화 '내부 총질'
캐스팅보트 쥐고 미소 짓는 소수계파

우선 손학규 상임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손 고문은 최근 재단의 신년토론회에 참석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손 고문은 경기지사를 지낸 이력이 있어 오는 7월 재보선에서 보선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정세균 고문은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고, 정동영 고문은 전북도지사 차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 재개와 함께 평소 이들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활동 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소수 계파 수장들의 몸값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춘추전국 계파
민주당은 갈림길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각 계파별 이합집산과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춘추전국' 계파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아무리 김 대표가 이전과는 달리 계파청산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지만 민주당의 해묵은 계파갈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의원 중 약 30% 가량이 친노로 분류되는데 과연 힘으로 찍어 누른다고 계파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고 그동안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사실상 계파갈등 청산은 어렵고 차라리 새누리당처럼 계파의 구분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한 쪽이 힘을 잡으면 다른 한 쪽은 누그러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새해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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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