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민주당 계파혈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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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은 새누리에 어부지리…벌써 떡시루 엎었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새해 첫 일성은 '분파주의 극복'이었다. 그만큼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고질적이고 심각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계파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는 물론이고 소수계파들까지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민주당은 계파갈등을 극복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계파주의 청산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가 몰락하고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며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현재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새해 첫 일성으로 ‘분파주의 극복’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친노 진영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되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계파청산
선전포고?

특히 김 대표의 신년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친노 강경파들을 겨냥해 더욱 강경한 발언들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계에 대한 김 대표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같은 작심발언을 할 경우 당내 계파갈등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불과 기자회견 몇 시간 전 원고를 대폭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당내 각 계파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 등과 릴레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각 계파의 수장들에게 다가오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계파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실제로 계파라고 할 만한 모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곤혹스럽다"며 "당의 단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지방선거 승리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고, 정동영·정세균 고문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당내 계파 수장들이 모두 당 지도부와의 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각 계파, 지방선거 앞두고 세력화 움직임
해묵은 계파갈등 재발? 최후 승자는 누구?

그러나 정작 물밑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 수장들의 세력싸움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예상 밖으로 김한길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6·4지방선거를 겨냥해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개편했다.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총괄·기획할 사무총장에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자신의 최측근인 노웅래 의원을 임명했다.

신임 전략홍보본부장에도 역시 자신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을 기용했다. 대변인에는 원외인사인 박광온 당 홍보위원장을 앉혔다. 박 대변인은 김 대표가 지난해 장외투쟁을 하며 전국을 순회할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춰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구민주계 인사인 정균환 전 의원이 지명됐다. 정 전 의원 역시 김 대표와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인사다. 지방선거를 사실상 지휘할 당의 전략·홍보라인에서 친노계는 철저히 배제됐다.

친노계 배제
시작된 싸움

특히 일부 의원들은 당직개편 사실을 발표 당일까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친노계 배제에 대한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극비리에 당직개편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도 나왔다. 실제로 친노계 내부에서는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혁신이라기보다는 자기사람만 챙긴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친노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선택한 계파 청산 방법이 '당내 화합'이 아니라 '친노 힘빼기'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서 "존재감이 없다" "바지사장이다"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던 김 대표가 신년을 맞아 계파 청산을 기치로 강공드라이브를 펼치자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언론이 자신을 친노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19대 개원 이후 언론들은 해당 의원들을 꾸준히 친노로 분류해왔지만 그동안은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 갑작스런 변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무난히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와 친노 간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친노로 분류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내가 친노로 분류돼 당 지도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현재 민주당에는 친노도 없고 비노도 없다. 자꾸 이분법적으로 민주당을 재단하며 이간질을 시키려는 듯해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대표로부터 의외의 일격을 맞은 친노진영은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선 김 대표가 '햇볕정책 2.0'과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강조하는 등 지지층 확대를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친노진영이 반발하며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김한길 "계파청산!"…친노에 대한 선전포고?

김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햇볕정책을 보완해야 하는 근거로 “당시 정책은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권자층이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북몰이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 우클릭을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민주당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당장 당내 동교동계와 친노계, 학생 운동권 출신 의원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교동계 박지원 의원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햇볕정책을 조금이라도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노계 홍익표·김기식 의원 등도 '당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 반발이 높아지자 김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SNS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내부에서 서로 총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지만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다음날 보란 듯이 자신의 SNS를 통해 "며칠 전에 당의 우경화를 걱정하면서 트위터에 몇 마디 썼더니 김한길 당대표께서 내부 총질 운운하며 겁박을 했다"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갖고 계파 청산에 나섰지만 오히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노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태업'함으로써 당을 선거에서 지게 만들고 당 지도부를 전격적으로 탈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회자된다.

소수계파
캐스팅보트


자칫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 친노계를 겨냥해 연일 계파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더욱 힘이 실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게 되면 현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미 친노진영에선 3선의 모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점찍어 두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노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에 도전할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현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 소수계파들도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모양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소수계파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친노-당지도부 갈등 격화 '내부 총질'
캐스팅보트 쥐고 미소 짓는 소수계파

우선 손학규 상임고문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손 고문은 최근 재단의 신년토론회에 참석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손 고문은 경기지사를 지낸 이력이 있어 오는 7월 재보선에서 보선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

정세균 고문은 국정원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고, 정동영 고문은 전북도지사 차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 재개와 함께 평소 이들의 사람으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활동 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소수 계파 수장들의 몸값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춘추전국 계파
민주당은 갈림길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각 계파별 이합집산과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춘추전국' 계파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아무리 김 대표가 이전과는 달리 계파청산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지만 민주당의 해묵은 계파갈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의원 중 약 30% 가량이 친노로 분류되는데 과연 힘으로 찍어 누른다고 계파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지난 총선 당시부터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고 그동안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사실상 계파갈등 청산은 어렵고 차라리 새누리당처럼 계파의 구분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한 쪽이 힘을 잡으면 다른 한 쪽은 누그러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새해 민주당의 계파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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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