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사람들 릴레이인터뷰 ⑤> 남궁진 전 장관

“곁에서 본 DJ, 매일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다”



학창시절 시작한 민주화 운동으로 DJ와 필연적 만남
78일간 가택연금 함께 하며 고난의 시절 ‘동고동락’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동교동계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김 전 대통령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삶을 생생히 목도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김대중’보다 더 따뜻했던, 눈물 많고 정 많은 김 전 대통령을 보았고 민주화를 위해 끝없이 투쟁한 인동초 삶의 곁에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유훈도 이들에게는 평소 들어오던 말일 뿐이다. 동교동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일면들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되새겨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간 세월은 한반도의 사계를 닮았다. 그는 한겨울 눈보라보다 더 매서웠던 군사정권의 탄압 속에서 민주화라는 봄을 꿈꿨다.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민중 속에서 살아 숨쉬었으며 누구보다 추억할 것이 많은 가을을 보냈다.
김 전 대통령과 같이 길을 걸었던 이들에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김 전 대통령이 떠나고 이들은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을까.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고즈넉한 인사동 한켠에서 남궁진 전 장관을 만났다.
다음은 남궁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국장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땅이 꺼지는 슬픔이었다. 나라의 진로와 국민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쳐줄 스승을 잃은 충격일 것이다. 국장 후 거의 낙담한 채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 DJ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4·19가 일어났을 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서울에는 중앙, 보성, 배제, 양정, 경성, 휘문, 중동 등 7대 사립고와 이 학교들의 학생회장단 모임이 있었다. 나는 그 해 중앙고 학생회장이자 학생회장단회의  의장을 맡고 있었다.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 고등학교가 4·19를 결의했다. 이들 중에 경동고 대표로 온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보성고 대표였던 서진영 교수가 기억에 남는다.

- 파란만장한 고교 시절이었다. 최장집·서진영 교수와는 대학에서 다시 뭉치지 않나.
▲ 고등학생 때는 4·19로 수배자 신분이 되더니 대학에 오니 한일협정이 문제가 됐다. 고려대에서 모이게 된 최장집, 서진영 교수와 함께 6·3 한일협정 반대를 주도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했다.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민주주의가 되지 않으면 나라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신체제, 긴급조치로 전국이 혼란스러웠다. 당시 정권이 북한을 비방하는 것을 보고 ‘김일성,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인 독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 독재나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 놓였고 우리가 나은 상황이 됐다뿐이지….
1980년 민주연합 연정에 가담해 민주화운동을 했다. 1984년에 김영삼 총재와 김대중 선생을 대신한 김상현 전 의원의 민추협에 함께했다. 기획위원과 기관지인 민주통신 발행의 편집 책임을 맡았다.
민주통신 발행은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중앙정보부나 경찰에 체포되면 안 되기 때문에 비밀 아지트를 이용했다.

- 민추협 활동으로 DJ와 직접적인 인연이 생긴 것인가.
▲ 민추협이 신민당으로 총선에 나서자 1985년 2월8일 김 전 대통령이 귀국했다. 정권이 그를 공항에서 체포하려고 할까 봐 미국에서 하원의원 두명이 따라와 김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고 곧 치러진 총선에서 신민당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압승을 거뒀다.
2월14일 김 전 대통령이 나를 “보자”고 했다. 비서실 전문위원을 맡아 달라 부탁했다. 6개월간 비서실 전문위원을 하자 비서를 하라고 하셨다.
- DJ와 78일간의 가택연금을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
▲ 1985년 2월8일 귀국 후 54번의 연금을 당했지만 60항쟁 전후 78일간의 연금이 가장 긴 연금이자 마지막 연금이었다. 당시 동교동에는 김 전 대통령 내외분과 나, 김옥두 전 의원, 운전기사까지 5명이 있었을 뿐이다. 경찰 2000여 명이 동교동 자택을 감싸고 있어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가지 못했다. 손님은 물론 김 전 대통령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아들들도 들어오지 못했다.

- 상당히 긴 시간이었는데 가택연금 기간 동안 DJ는 어떻게 지냈나.
▲ 아침 6시 반이나 7시면 머리를 빗고 넥타이에 양복을 단정히 입으시고 나서야 거실로 나오셨다. 연금 중이라 누구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집이니 편안한 옷을 입고 계실 만도 한데 한결같으셨다. 연금 40일째쯤 “편하게 입으시지요”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인간에게는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 인간과 인간과의 싸움, 인간의 그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는 토인비의 말을 꺼냈다. 매일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과 남북화해협력 등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절제해야 하고 자신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흐트러질 수 없다고 했다.


- 연금생활 동안 소소한 취미생활도 즐기셨을 것 같은데.
▲ 꽃을 사랑하셨다. 자택에 40여 평 남짓한 마당이 있는데 그곳에 꽃을 심었다. 그리고 꽃마다 팻말을 세웠다. 동교동에 오는 사람들이 꽃과 친해질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장미를 특히 사랑해 한 블록 가득 장미를 심었다. 멀쩡한 장미를 잘라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보고 동교동을 찾았던 기자가 “가혹한 면이 있다”고 했다. 내가 김 전 대통령에게 왜 장미를 잘라내냐고 물으니 “이 꽃을 잘라야 새로 나오는 꽃봉오리의 꽃의 더 아름답게 필 것”이라고 하셨다.
김 전 대통령의 꽃밭관리는 특별했다. 매일매일 응달에 있던 꽃들은 양달로, 양달에 있던 꽃들은 응달로 옮겨 심었다. 그 의미를 물으니 “정부의 따사로운 손길이 응달진 사람들에게도 미쳐야 한다”고 하시더라. 기회가 생겨 집권을 하게 되면 서민과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나름의 의지였던 것 같다. 실제 집권을 하고 청와대로 들어간 김 전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를 주장, 기초생활비 등을 제도화했다.

- DJ 하면 ‘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 동교동 지하에는 김 전 대통령의 서재가 있다. 3만 권의 장서가 있는데 그 책의 분류를 내가 했다. 문학,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책들을 도서관처럼 라벨을 붙여 정리했다. 정리를 하다 보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기 위해 목차나 서문이라도, 책의 내용 일부라도 봐야 했다. 거의 모든 책에 볼펜으로 중요한 내용이 표시돼 있었고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토요일이면 당번 비서에게 신문을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이주의 신간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신간 중 목록을 정해 사오라고 했다. 한 번에 2~30권의 신간을 사서 서재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시간이 날 때 책의 목차나 서문을 보고 버릴 것, 서가에 꽂을 것, 책상 위에 둘 것으로 분류했다. 책상 위에 둔 책은 지니고 다니시면서 정독하셨다.

- 78일간의 연금은 어떻게 끝난 것인가.
▲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헌은 없다”며 이전처럼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직선제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타올랐고 전 민주세력이 민주화를 위한 열망을 불태웠다. 박종철 열사 등 희생자도 나왔다. 민심은 들불처럼 일어났고 6·10항쟁으로 이어졌다. 그제야 연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연금에서 풀려난 날을 기억하나.
▲ 6월20일 새벽에 잘 아는 분에게 전화가 왔다. 3시에 쿠테타가 일어나니 몸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고 새벽 5시에 김 전 대통령이 잠든 방의 문을 두드렸다. 김 전 대통령이 “무슨 급한 일인가”하시더니 말을 전해 듣고는 “어, 알았네. 나가있게”하셨다.
김옥두 전 의원과 나는 3시에 무장군인들이 쳐들어온다는 말에 낙담해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샤워를 하고 속옷을 갈아입었다.
김 전 대통령이 부르셔서 갔더니 수북이 쌓인 수첩을 앞에 두고 계셨다. 김 전 대통령은 수첩을 책상 위에 놓거나 바닥에 던지거나 해서 하나하나 분류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둔 것은 태워라. 그리고 책상 위에 둔 것은 역사에 남아야 하는 기록물이니 꽃을 옮겨 심는 척하고 깊게 파서 숨겨라”라고 했다. 수첩에 김 전 대통령의 교우관계나 연락처, 비밀 이야기가 있으니 정권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전 대통령이 매일 했던 것처럼 꽃을 옮겨 심는 척하고 화단 한쪽을 깊게 파 수첩을 숨겼다.
점심시간에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셨다. 최후의 오찬이었다. 민주주의의 장송곡을 불러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다섯 명 모두 식탁에 앉아 종교에 따라 성호를 끗거나 기도를 했다. 나는 눈만 감았을 뿐 기도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김옥두 전 의원에게 “김 차장, 뭐라고 기도했어요”라고 물으시는 게 아닌가. 김 전 의원이 “예, 저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하루속히 이뤄지고 오늘 선생님 내외분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남궁 동지, 뭐라고 기도했어요”라고 묻자 나는 차마 눈만 감았다 떴다고 할 수 없었다. “예, 선생님. 저도 비슷한 기도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한 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 전 대통령은 “응, 그렇지. 그런 기도도 좋지.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모든 것을 주께 맡깁니다’라는 기도가 더 좋을지도 모르지”라고 하셨다. 나와 김 전 의원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다.

-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 동교동에서 지명직 공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에서나 문화부 장관으로 활동하게 된 사연이 있을 성싶다.
▲ 대선 막바지에 성명을 발표했는데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하나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고생을 해서 집권을 하면 권력을 남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불신을 씻어주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지명직 공무원이 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인재들을 뽑아 쓸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옷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김 전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졌다. 인재도 좋지만 청와대에는 투철한 국가의식을 가진 이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명감 없이는 안 된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국감 중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나를 찾아 청와대로 들어와 줄 것을 부탁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인사쇄신을 해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민과 약속을 했는데 안 됩니다. 선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청와대에 가려면 국회의원직을 두고 가야 합니다. 제 자신이 아깝습니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얼마 앞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청와대행이 썩 내키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은 사죄하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 답하면 된다. 지역민도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하면 된다. 출세를 하러 오는 것도 아니고 희생을 하는 것인데 비판이 아니라 동정받을 일이다.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집에 와서 집사람과 상의했더니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불렀는데 부귀영화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비서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새벽 6시 반에 전화를 해서 “하겠습니다”했다. “고마워”하셨다. 전화를 끊고 많이 울었다.

- DJ가 한 일 중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 김 전 대통령이 역사에서 평가받을 만한 일은 6·15 선언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평양에 가시기 전 이회창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가졌다. 사전 합의문을 조율하고 영수회담 후에 발표했다.
합의문을 조율하기 위해 한나라당에서 이완구, 김형오 등 7~8명이 나왔고 민주당에서도 나갔다.
합의 마지막까지 “남북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상호주의’로 해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상호주의란 한 가지를 주면 한 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인데 김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는 이러한 관점으로는 해결이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이 조항을 빼자”고 했더니 한나라당에서 “그럼 영수회담은 없다”고 하더라. 나흘을 밀고 당기기를 했다. 결국 ‘전략적 상호주의’를 넣고 합의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매우 실망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전략적’이라는 말을 넣었다고 난리가 났다.

- DJ가 한 일 중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최근 존 포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존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를 봤다. 대공황 시절을 담고 있는데 경제가 무너지면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시절이 있었다. IMF 외환위기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IMF 외환위기의 절박한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대중에게는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국민들의 비장한 결단이 나라를 살렸다고, 위대한 국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 224톤을 판돈은 20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민을 속여도 유분수지 그 돈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였다.
김 전 대통령의 명성을 들은 세계은행(IBRD)에서 “지구상에 김대중, 만델라, 하벨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있는데 김대중이 대통령이 됐으니 도와주자”고 했다. 50억 달러를 5년 분할해서 주기로 했는데 한 번에 줬다. 미국도 도와주겠다던 7억 달러의 배인 14억 달러를 줬다. 일본에서는 단기 채권을 2년간 유예했다. 결국 서울대에서 10년 만에 극복하면 천운이라고 한 IMF를 2년 반 만에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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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