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 인터뷰]‘1초 경영 전도사’임인배 전기안전공사 사장

“지독한 혁신, 대충대충은 없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3층 사장실. 임인배 사장은 솔직하고 과감했다. 시종일관 거침없는 입담과 꾸밈없는 답변으로 공기업에서 흔치 않은 ‘돌격형 리더’임을 자연스레 입증했다.

특히 혁신 중심의 경영코드와 저돌적인 승부근성, 불도저 같은 도전정신 등은 이명박 대통령을 쏙 빼닮았다. 인터뷰 내내 이 대통령과 절묘하게 오버랩된 이유다. 지난 1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임 사장에게 지론인 ‘1초 경영’등 경영 노하우를 들어봤다.

3선 의원서 CEO로 성공적 변신 “철밥통 깬다”
한 발 앞서 행동 ‘1초 경영’새 경영화두로 부상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이하 공사) 사장은 ‘1초 경영’전도사다. 1초 경영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재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3선 의원에서 전문경영인(CEO)으로 변신한 그는 1년 전 ‘낙하산 인사’란 야유 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이제 서서히 그 빛이 발하고 있다.

“스스로 의식 깨야”

“낙하산이란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았습니다. 3선의 풍부한 의정경험과 연륜을 갖고 있는 CEO라면 오히려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죠.” 임 사장은 공기업의 열악한 환경에 깜짝 놀랐다. 예산규모, 재무구조, 임금, 근무환경 등 복리후생 전반에 걸쳐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의 경험이 너무 달랐다. 또 방만경영과 비윤리성, 비효율성 등의 세평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진 사실도 깨달았다.

결국 임 사장은 혁신만이 공사의 부실 이미지를 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꺼내든 경영론이 1초 경영이다. 1초 경영은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는 ‘빨리빨리’의 개념이 아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시장대응력을 극대화하는 의미로 한 발 앞서 결정하고 실행할 때 고객만족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경영혁신기법이다.

예컨대 정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출동해 고객이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1초라도 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내에 ‘1초경영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시간단축경영’ ‘변화지향조직’ ‘가치선점서비스’등의 3대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24개 중점추진 과제와 220개 전략별 세부실행과제를 설정, 하나하나 차질 없이 올해 말까지 모두 수행할 계획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1초 경영입니다. 대충대충은 절대 안 됩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직원들을 가차 없이 해고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공기업이 느슨한 결정적 배경이 상대, 즉 라이벌이 없다는 거죠. 스스로 더 채찍질을 해야 하는데 이 계기가 바로 1초 경영이 될 것입니다. 이는 선진화·효율화 면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시대정신과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어요.”

1초 경영의 구체적 실천방안은 ▲경영효율화 ▲근무환경 개선 ▲노사관계 선진화 ▲신성장동력 창출 등 4가지 추진 사항으로 요약된다. 공사는 지난 1년간 경영효율화를 위해 기존 임직원 2876명에서 2587명으로 정원 10%(289명)를 감축했다. 기구도 53개 지사에서 불필요한 5개 지사를 폐지해 48개 지사로 조직을 축소했다.

임 사장은 앞으로 전북지역본부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익산지사, 서천지사 등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소의 통폐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금체계 개선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근무환경도 개선하고 있다. 공사는 신입사원의 연봉을 14% 축소하는 대신 채용을 확대(45명→72명)하는 한편 임원들의 성과급을 20%씩 반납해 청년인턴 40명을 새로 채용했다. 청년인턴은 연말까지 6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임 사장은 “공사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400억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임금체계 개선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최근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논란으로 사회가 떠들썩한 만큼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정원 10%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충돌이 없었던 까닭이다.

공사의 노사관계는 다른 공기업에 비해 상호 신뢰와 협력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사장과 노조 측은 ‘건강한 노사문화’정착에 의견을 모아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노사합동 결의대회를 2차례나 개최했다. 물론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사내 복지도 빼놓지 않았다. “지방 지사들은 허름한 건물에 입주한 곳이 태반입니다.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깨끗한 지사용 건물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0%대인 자가 사옥율을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아울러 무주택 직원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기혼 직원의 건강진단도 배우자까지 확대했습니다.”  임 사장은 서민층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의 전기시설 정전 등 고장 발생 시 24시간 신속한 응급조치로 불편을 해소해주는 ‘전기 119’인 스피드콜이 단적인 예다. 이밖에 ▲노후 재래시장 전기설비 안전점검 ▲영·유아 보육시설 전기설비 개보수 ▲각종 지자체 행사장 전기안전 점검 등의 서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공사의 사업성과를 보면 임 사장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미 포화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먹거리’를 찾았다.

기술력, 전세계 전파

그 결과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00% 이상 해외부문 매출이 늘어 올해 2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국내 사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 노선에 따라 친기업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공사는 삼성정밀화학, 효성, 현대하이스코, 이마트, 한국타이어 등 200여 개 기업과 전기안전 기술협정인 ‘에버파트너십’(Ever partnership)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 고객은 스피드콜과 같은 개념의 비즈니스콜을 통해 전기안전 컨설팅, 긴급출동 서비스 등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정계 복귀 여부를 묻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당장은 현 임무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중도 포기는 스스로 용납이 안 됩니다. 잠시 쉬었다 가는 자리가 아니기에 결과로 말할 겁니다. 임기 후 공적을 공정하게 평가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인배 사장 주요약력

▲1954년 경북 김천 출생 ▲1981년 영남대 법학과 졸업 ▲1996∼2008년 국회의원(15∼17대) ▲1996∼2006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2005년∼ 대한사이클연맹 회장 ▲2006∼2008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2006년∼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2007년∼ 한민족통일포럼 이사장 ▲2008년10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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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