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신개념 ‘성인 소셜데이팅’ 충격실태

  • 최용환 cyh@ilyosisa.co.kr
  • 등록 2014.01.21 11: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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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굶주린 남녀에 하루 한명씩 섹파 소개

[일요시사=사회팀] 섹스파트너를 구하는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섹파’를 원하는 남녀를 이어준다는 것.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마담뚜’는 중매인 역할을 한다. 적극적으로 만남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곳 회원들은 각자 상대방의 프로필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번호를 공유해 오프라인 만남을 시도한다. 과연 이 사이트에서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하루에 한 명씩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 드립니다.’ 성인들을 위한 신개념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섹스에 굶주린 남녀들을 대상으로 섹스파트너를 소개시켜준다. 다소 자극적인 일러스트의 메인 화면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은밀하게 ‘성인 소셜데이팅’을 연결시켜주는 섹파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하며 많은 성인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신개념 사이트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직접 회원 가입해 섹파사이트의 실상을 알아봤다.

아담한 그곳
C컵 분홍가슴

성적 욕구는 화산처럼 타오르지만 주변에 이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는 하고 싶은데 상대는 없고, 업소를 가자니 쪽팔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성인사이트가 있다. 일명 ‘마담뚜’. 이 사이트는 자극적인 문구와 친절한 안내로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에게는 매일 무료로 섹파를 소개시켜준다는 것. 믿기 힘들었다. 정말 섹파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고자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상단에 있는 회원가입 버튼을 눌렀다.

섹파사이트는 우선 닉네임,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를 요구했다.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나머지 정보를 정확히 입력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번째는 키워드 작성. 성격, 외모, 선호하는 섹스 체위 등을 입력하는 단계였다. 성격과 외모의 경우 빈칸이 있었다. 성격의 예제로 ‘얌전한 섹마’ ‘화끈한 강쇠’ ‘충성스러운 펫’ ‘누님들의 완소남’ ‘쿨한 마인드’ ‘속시원한 솔직함’ ‘내성적인 섹스머신’ 등이 있었다. 외모의 경우 ‘20cm 똘똘이’ ‘C컵 분홍 가슴’ ‘진정한 식스팩’ ‘아담한 그곳’ ‘섹시한 발가락’ ‘피부미인’ ‘20대 몸매’ ‘거기에 털이 안 나요’ 등 다소 선정적인 문구가 안내되어 있었다.

마담뚜는 분석 결과, 키워드 및 소개를 성의 있고 매력적으로 입력하면 ‘뚜 성공률(섹파 성공률)’이 5.8배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예제를 참고한 뒤 비슷한 성격의 문구들로 빈칸을 채웠다. 빈칸을 채우고 나니 ‘선호하는 섹스 체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이 선호하는 체위 2가지 이상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14개의 체위 자세는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을 체위별로 정리한 것. 이중 2개를 선택했다.


다음 질문은 직업과 차량이었다. 다소 엉뚱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직업 및 차량을 솔직히 적고 다음 페이지로 이동했다.

다음 단계는 프로필 사진등록. 아마 가장 중요한 단계일 것이다. 마담뚜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사진이 필요하다며 얼굴을 제외한 부위를 자신 있게 노출해야만 섹파로 선택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명함, 이름표, 메일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들어간 사진을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알리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을 인증하는 여성회원에게는 특혜가 있었다. 여성회원의 경우 사진 인증을 하면 5만원을 준다는 것. 단,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A4용지에 회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적는 것도 필수다.

‘사이버 마담뚜’다년간 숙련된 중매인 역할
‘잠자리 커플’연결해주는 성인사이트 기승

사진은 최대 5장까지 올릴 수 있었다. 사진의 안 좋은 예로는 ‘매력없는 증명사진’ ‘성기노출사진’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진’ 등이었고, 좋은 예로는 ‘섹시한 독사진’ ‘과감한 노출샷’ ‘마담 뚜 인증사진’ 등이었다. 기자는 무난한 사진 한 장을 업로드 했다.

이로써 회원가입 절차는 모두 끝났다. 그리고 안내창이 떴다. 안내창의 내용은, 회원가입이 바로 승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녀 성비에 맞게 회원을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기재한 내용이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회원으로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최소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린다고 알렸지만 이게 웬걸, 회원가입 후 5분이 지났을까. 바로 가입이 됐다. 사이트에 로그인하니 마담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축하드려요. 프로필이 승인됐어요. 매일 하루에 한 명, 섹스파트너를 만날 그날까지 마담뚜가 도와 드릴게요’. 개인정보 창에는 ‘뻐꾸기 메시지’ ‘OK권’ 등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메일이 도착했다. ‘프로필이 승인되었습니다. 지금 오늘의 뚜를 만나보세요. [뚜]’. 얼마 후 문자도 왔다. ‘오늘의 인연이 도착했어요. 지금 바로 뚜를 확인해 보세요.

부위 어필로
파트너 골라


회원가입 후 여러 장의 초대쪽지가 날라 왔다. 그리고 한 여성회원이 이용권을 선물해줬다.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 사이트 내 ‘섹파카페’에서 이루어진 대화다.

“안녕하세요. 섹파 찾는 애로스(닉네임)에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사시죠?” “구리 살아요. 그쪽은 어디?” “저는 서울 사는데요. 어떤 일 하시나요?” “자영업해요.” “아, 그러시구나. 우리 이러지 말고 톡으로 대화하는 게 어떨까요?”

따로 연락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조금 경계하는 듯했다. “그쪽이 사기일 수도 있잖아요. 일단 서로에 대해 더 알고 나서 따로 연락하죠.”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선물 받은 이용권이 바닥났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 ‘사기’를 떠나서 이러다간 돈이 탈탈 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대화를 중단하고 사이트를 조사했다.

사실 섹파사이트는 사기였다. 이 사이트에서 돈을 날린 피해자들이 수두룩했다. 알고 보니 이 사이트는 사업자 번호를 가상으로 개설해 온라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주소 역시 검색해보면 없는 주소로 나온다. 핵심은 IP주소다. 이 사이트의 IP주소는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이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대놓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바로 가상 IP를 통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 IP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었다. 어떻게 우회가 가능할까. 바로 중국의 개별 서버를 사업장으로 싸게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주소를 추적해 보니 운영 서버의 위치는 중국의 텐진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간지방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섹파사이트의 민낯이다.

이 사이트는 100% 무료라는 점을 강조해 성인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가입하면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유료결제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유료결제는 소 일일 단위가 아닌 월단위 혹은 연단위로 큼직하게 묶여 있다. 이용권인 ‘OK권’은 30일에 3만5000원, 60일에 5만5000원, 90일에 7만원이다. 메시지는 10개 이상 사용 시 새로운 이용권을 추가로 구매해야한다. 가격은 무려 5통에 9만9000원, 10통에 6만9000원, 500통에 9만9000원.

수상한 점이라 볼 수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아이템 결제 후 이용권이 늦게 들어오거나 이용권에 대한 시간제한이 있었다. 이용 중 한도권이 빠르게 소진되는 경향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대화 자체를 질질 끈다는 점도 사기성을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메시지 보냈더니…
이용권 요금 폭탄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면, 가입 후 오는 여러 장의 초대쪽지는 일종의 유도형 쪽지로 자동진행되는 타입의 데이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용권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트 내 Q&A 등 게시판 내용들도 사기성이 다분하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마담뚜는 사기성을 감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증거들을 눈에 띄게 남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오늘의 뚜 성공’으로 많은 섹파커플이 탄생했다고 대문짝만하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허위로 작성된 이용 후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알바로 고용된 몇몇 가상의 인물이 일부러 미끼로 채팅 이용권을 소량으로 보내주고 그 뒤에는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선호하는 체위 등 입력
프로필 확인한 뒤 만남


한 피해자의 대화내용 일부를 보면 이 사이트의 진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 “메시지는 돈이 드니까 톡으로 대화해요.” 여성 “그러지 말고 자기소개부터 자세히 해주세요.” 피해자 “…소개 드렸으니 개인적으로 연락하죠.” 여성 “지금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이렇게 대화가 늘어지면서 피해자의 이용권은 계속 바닥났다.

피해자 “천천히 찾으세요.” 여성 “찾았어요! 제 사진부터 보내드릴게요. 번호 알려주세요.”피해자 “네! 01X-XXXX-XXXX” 여성 “사진과 함께 제가 이용하는 어플 초대 드렸으니, 다운받아서 깔고 그걸로 대화해요.”

이후 여성은 자신의 어플 닉네임을 알려준 뒤 대화방을 나갔다. 상대를 찾기 위해 어플로 들어가 닉네임을 검색해봤자 아이디 및 정보가 없다고 뜬다. 그리고 피해자가 자동소액결제로 이 사이트에서 날린 금액 50만원.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상상을 초월할 금액이 증발된다. 1대1 상담을 해도 소용없다. 사이트 측은 전혀 사기가 아니라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뻔뻔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욕구불만족인 순진남들은 이러한 사기에 넘어가며 이들을 배불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매일 아침 9시에 ‘오늘의 뚜’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매일 동시간대 오는 메시지’ 이 자체를 수상히 여겨야 한다. 이것은 무작위 자동 발송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기 당하고 싶은 사람은 오늘의 뚜를 클릭하라는 것이다.

또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사이트는 사기 후 증거소멸을 위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하고 덮어씌우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가입 후 다음 날 이 사이트는 유령사이트가 돼 있었다. 검색해보니 다른 도메인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도메인은 무려 130여개로 알려진다. 사이트 공지 글을 확인한 결과 2012년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10∼20명이 10만원씩 결제했다고 한다면, 100만∼200만원이다. 현재까지 대략 6억에서 12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악질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처벌할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 통장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에도 한계가 있다. 몇몇 피해자들은 유해사이트 차단 신고를 하지만 그 처리 기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다양한 도메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

행여 가입한 뒤 불안에 걱정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면, 이용권 결제 후 사기성이 의심돼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이라면 해당 계좌의 출금정지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본인에게는 결제완료가 확인될지 모르나 계좌이체의 경우 금융사에서는 실제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10∼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당 은행에 찾아가 요청하면 된다.

또한 따로 탈퇴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것이다. 가입시 정보란에 기재한 휴대폰 번호가 본인 명의의 것이 분명하다면 소액결제를 일시 차단하고 유해 사이트 및 어플로 자동 연결되는 메시지의 내용은 확인 즉시 바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 스미싱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서버 둔
사기성 사이트

넘치는 성욕에 이성을 잃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이 많기에 이러한 악질 사이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팅 어플’ 성매매 실태

“하룻밤 엔조이 OK?”

일부 채팅 어플들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한 여중생 3명이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A어플은 ‘남친, 여친, 친구, 애인을 만드는 채팅, 미팅 어플’이라 소개하면서 영화친구, 영어친구, 쇼핑친구, 친구대행 등 다양한 알바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유사한 B어플의 경우 연령대별 토크방과 미팅, 채팅, 피플, 갤러리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문제는 ‘미팅’ 게시판이었다. 이 게시판에는 성적 만남을 원하는 각종 글들이 가득했다. ‘보일 듯 말 듯’ ‘찢어진 스타킹’ ‘귀여운 교복녀’ 등 자극적인 제목이 즐비했다.

한 어플 담당자는 단순히 만나자는 글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사전에 이를 제재하기는 어려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사전 심의는 검열로 간주되므로, 어플은 사후심의만 이루어진다. 방통심의위는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통해 유해 어플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90만개에 육박하는 전체 어플 앞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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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