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국민의힘 막다른 생존게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07 13:52:15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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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 손절’ 숙청 피바람 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 6명과 친윤계 중진들은 조기 대선과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줄서기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영남 자민련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4일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 만에 대통령직서 물러나게 됐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의 궐위·사망·자격 상실 상황서 60일 이내에 선거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늦어도 오는 6월3일 안에 진행돼야 한다.

비상계엄
123일 만에…

각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미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파면을 공식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까지 거론된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이 중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자는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올해 들어 차기 대선주자로 갑자기 주목받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한 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은 모두 자리서 일어나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홀로 응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두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김 장관은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무선 100% ARS 방식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총 471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김 장관은 29.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386명 중에선 34.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의 장점은 당내 다수인 친윤(친 윤석열)계의 지원을 쉽게 업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장관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아주 강한 공격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김 장관은 사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한 전 대표는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윤심’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내의 계파 다툼에 개입하지 않아 뚜렷한 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엔 경기도지사로서 호평을 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엔 친박(친 박근혜)계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친윤 소속으로 여러 장관급 보직에 기용됐다.

현재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이 없단 사실도 경선과 본선서 상수로 진행되는 네거티브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나가? 있어?’ 줄서기 전쟁
당심과 중도층 사이의 괴리


다만 본선에선 그 경쟁력이 약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을 따라다니는 상징 2개는 ‘변절자 이미지’와 “도지삽니다” 발언 사건이다. 김 장관은 젊은 시절엔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지난 1994년 국민의힘 전신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진보 세력 일각에선 김 장관을 변절자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럴수록 김 장관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회서 사과를 거부하면서 보여줬던 꼿꼿한 모습도 국민의힘을 벗어나면 비호감 이미지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23년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후 “노조가 없고 현장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자 평균임금이 4000만원이 안 돼 감동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변절자 이미지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를 13년 넘게 따라다녔던 “도지삽니다” 전화 통화 사건도 대선 출마 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119에 전화해 자신이 도지사임을 밝히며, 장난 전화로 착각해 대응하지 않으려던 소방관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고, 관등성명이 뭐냐”고 캐물었다. 해당 소방관들은 징계성 인사 조처를 당했다가, 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직접 철회했다.

지난 2020년 8월엔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여한 일행을 단속하려고 한 경찰관에게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쳤다. 그는 경찰관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현장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기존 보수 유권자들을 묶고, 중도 유권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유권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므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하고 있고, ‘갑질’ ‘변절자’ 이미지가 강한 김 장관이 중도 유권자들에게 주는 설득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정국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 자신도 체포 대상으로 지정됐던 피해자였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계엄령을 해제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이후 당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기회도 있었다.

정치적
후계자

하지만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 파문 당시 한 총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하려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친윤계 의원들의 반격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서 물러나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대선후보로 통한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졌던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도 본선에선 긍정적인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일관적으로 비판했던 원로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지난 2월 한 전 대표를 만난 후 “한 전 대표 스스로 비상계엄을 저지했단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중도층에 대한 한 전 대표의 경쟁력은 아직 여론조사 수치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물론, 검사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수사 핵심이었다는 사실도 강경보수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있다.

이는 경선에선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선 김 장관이 친윤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전 대표의 중도 경쟁력은 오 시장·안 의원·유 전 의원도 가지고 있어, 유일한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

십수명 안팎의 친한계도 경선을 휘어잡을 조직력을 가졌다고 보기엔 규모가 다소 작다. 지난 2024년 총선의 패장이었고, 스스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단 것도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홍 시장도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언행을 이어갔다. 지난 1995년 정계 진출 이후 자타공인 홍 시장의 상징 표현은 “혼자 다닌다”는 의미로 일본어가 변형된 표현인 ‘독고다이’였다. 홍 시장은 지금까지 당내 비주류로 일관했던 경향이 강하고,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만 잠시 ‘친홍’이란 급조된 계파를 거느려봤을 뿐이다.

당시에도 제7대 지방선거서 대패하는 등 유능한 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홍 시장은 특유의 언변을 매개로 2030 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 2020년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선 그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당원투표 50%와 국민투표 50%가 합산돼 후보가 결정됐던 당시 경선서 홍 시장은 당원투표서 크게 뒤처져 대선후보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선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한계를 크게 느꼈는지, 홍 시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김 장관과 유사한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진 알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2030 세대 남성은 지지층서 이탈했지만, 홍 시장이 친윤계서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선 좌우
중진의힘?

게다가 현직 대구시장으로서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이 어려워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정치 현안에 간접 개입하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홍 시장은 지난 2023년 1월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다가, 유 전 의원으로부터 “대구가 30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란 걸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야지,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자리인 줄 몰랐다”는 면박을 들었다.

홍 시장으로선 지난 2022년 대선 경선과 달리,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꼬인 상황에 부닥쳤다.

오 시장은 당내 정적이 드물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아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에 총 4회 당선되는 등 격전지 서울서의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울시장 4회 당선’은 오 시장이 당과 국회에 뚜렷한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낸다. 오 시장에게 따라다니는 “의견이 늘 오락가락한다”는 고질적인 비판도 걸림돌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 견해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아울러 홍 시장과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다음으로 거론됐던 정치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시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 시장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명씨가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여론조사 업체에 ‘오 시장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 시장은 “오히려 기다리던 압수수색이었고,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권 덮칠 ‘명태균 게이트’ 다시 열리나
김문수·오세훈·한동훈…잠룡들 행보는?

검찰은 홍 시장과 관련해서도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수천만원을 입금했다고 알려진 송금 내역 및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의 아들이 명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내 아들이 명씨에게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1차 탄핵소추안 표결 ▲내란 특검법 표결 등에서 유일한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입당 후 소신파로서의 줄곧 입지를 굳혔지만, 이는 반대로 강경보수화되는 국민의힘서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어렵단 회의적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안착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정통성과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서 뚜렷한 당직을 맡은 적도 없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서 친윤계 지원을 받은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한 후 줄곧 야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입당설이 돌았던 개혁신당으로 가지 않았고, 지난해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경보수층 사이서 통하는 ‘배신자’ 이미지 역시 여전하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통과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 자체가 중대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조기 대선 경선을 좌우할 축은 현 대권주자들보단 5선 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친한계 좌장으로 통하고 있고, 당 주류와 꾸준히 갈등을 빚으면서 주요 보직서 배제되고 있다. 5선 그룹 대부분은 강성 친윤계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및 당 외부 강경보수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일각서 의심하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설과 연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행사했던 거부권도 대부분 친윤계의 손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강성 친윤
움직임은?

물론 한 권한대행이 앞으로도 친윤계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한 전 대표와 친윤계 양쪽의 요구를 무제한으로 수용해 널뛰기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임기 도중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된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했다. 그런데도 텃밭 공천에 매몰된 일부 중진들의 주도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일각서 우려했던 ‘영남 자민련’으로의 전락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국민의힘에 남긴 매우 큰 정치적 숙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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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