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국민의힘 막다른 생존게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07 13:52:15
  • 호수 1526호
  • 댓글 0개

‘윤과 손절’ 숙청 피바람 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 6명과 친윤계 중진들은 조기 대선과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줄서기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영남 자민련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4일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 만에 대통령직서 물러나게 됐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의 궐위·사망·자격 상실 상황서 60일 이내에 선거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늦어도 오는 6월3일 안에 진행돼야 한다.

비상계엄
123일 만에…

각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미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파면을 공식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까지 거론된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이 중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자는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올해 들어 차기 대선주자로 갑자기 주목받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한 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은 모두 자리서 일어나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홀로 응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두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김 장관은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무선 100% ARS 방식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총 471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김 장관은 29.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386명 중에선 34.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의 장점은 당내 다수인 친윤(친 윤석열)계의 지원을 쉽게 업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장관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아주 강한 공격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김 장관은 사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한 전 대표는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윤심’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내의 계파 다툼에 개입하지 않아 뚜렷한 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엔 경기도지사로서 호평을 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엔 친박(친 박근혜)계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친윤 소속으로 여러 장관급 보직에 기용됐다.

현재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이 없단 사실도 경선과 본선서 상수로 진행되는 네거티브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나가? 있어?’ 줄서기 전쟁
당심과 중도층 사이의 괴리

다만 본선에선 그 경쟁력이 약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을 따라다니는 상징 2개는 ‘변절자 이미지’와 “도지삽니다” 발언 사건이다. 김 장관은 젊은 시절엔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지난 1994년 국민의힘 전신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진보 세력 일각에선 김 장관을 변절자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럴수록 김 장관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회서 사과를 거부하면서 보여줬던 꼿꼿한 모습도 국민의힘을 벗어나면 비호감 이미지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23년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후 “노조가 없고 현장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자 평균임금이 4000만원이 안 돼 감동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변절자 이미지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를 13년 넘게 따라다녔던 “도지삽니다” 전화 통화 사건도 대선 출마 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119에 전화해 자신이 도지사임을 밝히며, 장난 전화로 착각해 대응하지 않으려던 소방관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고, 관등성명이 뭐냐”고 캐물었다. 해당 소방관들은 징계성 인사 조처를 당했다가, 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직접 철회했다.

지난 2020년 8월엔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여한 일행을 단속하려고 한 경찰관에게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쳤다. 그는 경찰관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현장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기존 보수 유권자들을 묶고, 중도 유권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유권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므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하고 있고, ‘갑질’ ‘변절자’ 이미지가 강한 김 장관이 중도 유권자들에게 주는 설득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정국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 자신도 체포 대상으로 지정됐던 피해자였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계엄령을 해제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이후 당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기회도 있었다.

정치적
후계자

하지만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 파문 당시 한 총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하려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친윤계 의원들의 반격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서 물러나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대선후보로 통한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졌던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도 본선에선 긍정적인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일관적으로 비판했던 원로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지난 2월 한 전 대표를 만난 후 “한 전 대표 스스로 비상계엄을 저지했단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중도층에 대한 한 전 대표의 경쟁력은 아직 여론조사 수치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물론, 검사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수사 핵심이었다는 사실도 강경보수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있다.

이는 경선에선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선 김 장관이 친윤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전 대표의 중도 경쟁력은 오 시장·안 의원·유 전 의원도 가지고 있어, 유일한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

십수명 안팎의 친한계도 경선을 휘어잡을 조직력을 가졌다고 보기엔 규모가 다소 작다. 지난 2024년 총선의 패장이었고, 스스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단 것도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홍 시장도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언행을 이어갔다. 지난 1995년 정계 진출 이후 자타공인 홍 시장의 상징 표현은 “혼자 다닌다”는 의미로 일본어가 변형된 표현인 ‘독고다이’였다. 홍 시장은 지금까지 당내 비주류로 일관했던 경향이 강하고,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만 잠시 ‘친홍’이란 급조된 계파를 거느려봤을 뿐이다.

당시에도 제7대 지방선거서 대패하는 등 유능한 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홍 시장은 특유의 언변을 매개로 2030 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 2020년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선 그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당원투표 50%와 국민투표 50%가 합산돼 후보가 결정됐던 당시 경선서 홍 시장은 당원투표서 크게 뒤처져 대선후보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선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한계를 크게 느꼈는지, 홍 시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김 장관과 유사한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진 알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2030 세대 남성은 지지층서 이탈했지만, 홍 시장이 친윤계서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선 좌우
중진의힘?

게다가 현직 대구시장으로서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이 어려워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정치 현안에 간접 개입하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홍 시장은 지난 2023년 1월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다가, 유 전 의원으로부터 “대구가 30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란 걸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야지,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자리인 줄 몰랐다”는 면박을 들었다.

홍 시장으로선 지난 2022년 대선 경선과 달리,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꼬인 상황에 부닥쳤다.

오 시장은 당내 정적이 드물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아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에 총 4회 당선되는 등 격전지 서울서의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울시장 4회 당선’은 오 시장이 당과 국회에 뚜렷한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낸다. 오 시장에게 따라다니는 “의견이 늘 오락가락한다”는 고질적인 비판도 걸림돌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 견해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아울러 홍 시장과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다음으로 거론됐던 정치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시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 시장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명씨가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여론조사 업체에 ‘오 시장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 시장은 “오히려 기다리던 압수수색이었고,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권 덮칠 ‘명태균 게이트’ 다시 열리나
김문수·오세훈·한동훈…잠룡들 행보는?

검찰은 홍 시장과 관련해서도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수천만원을 입금했다고 알려진 송금 내역 및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의 아들이 명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내 아들이 명씨에게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1차 탄핵소추안 표결 ▲내란 특검법 표결 등에서 유일한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입당 후 소신파로서의 줄곧 입지를 굳혔지만, 이는 반대로 강경보수화되는 국민의힘서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어렵단 회의적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안착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정통성과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서 뚜렷한 당직을 맡은 적도 없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서 친윤계 지원을 받은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한 후 줄곧 야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입당설이 돌았던 개혁신당으로 가지 않았고, 지난해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경보수층 사이서 통하는 ‘배신자’ 이미지 역시 여전하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통과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 자체가 중대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조기 대선 경선을 좌우할 축은 현 대권주자들보단 5선 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친한계 좌장으로 통하고 있고, 당 주류와 꾸준히 갈등을 빚으면서 주요 보직서 배제되고 있다. 5선 그룹 대부분은 강성 친윤계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및 당 외부 강경보수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일각서 의심하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설과 연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행사했던 거부권도 대부분 친윤계의 손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강성 친윤
움직임은?

물론 한 권한대행이 앞으로도 친윤계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한 전 대표와 친윤계 양쪽의 요구를 무제한으로 수용해 널뛰기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임기 도중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된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했다. 그런데도 텃밭 공천에 매몰된 일부 중진들의 주도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일각서 우려했던 ‘영남 자민련’으로의 전락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국민의힘에 남긴 매우 큰 정치적 숙제라고 할 수 있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