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꽃길 걷는 이재명 대세론 굳히기

여의주 문 잠룡 승천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성난 민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비참하게 무너진 권력을 뒤로한 채 이제 모든 시선은 조기 대선을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 예열 중이던 대선 열차의 브레이크를 풀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전원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헌정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다. 이야기만 무성했던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대통령 궐위에 따라 현실이 됐다.

숨 가쁜 60일
일정 보니…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 10일 이내에 대선일을 공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선일은 5월24일부터 6월3일 사이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하게 된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뒤 60일을 꽉 채운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열렸다. 과거 사례로 미뤄볼 때 이번에도 마지막 날인 6월3일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해 당마다 후보 경선을 치르고 선거운동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선거일을 최대한 늦추는 게 효과적이라는 해석이다.

60일간의 숨 가쁜 레이스가 8년 만에 재현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각 정당은 곧바로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력 주자였다. 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2주 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모아 정권교체의 첫발을 내딛는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고양시장 등 네 사람이 출사표를 던졌다.

경선 결과 문 전 대통령이 57.0%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목소리를 키웠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당내 기반이 약했던 터라 21.2%에 그쳤다. 안희정 후보는 21.5%를 득표했다. 문 전 대표는 경선 통과와 동시에 재빠르게 조기 대선 대비 체제에 돌입했다.

2025년인 지금은 이 대표가 대권주자 1위로 우뚝 섰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전부터 경제, 민생, 안보 등 각종 분야서 두루 메시지를 내온 만큼 ‘여의도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숨 가쁜 대선…견고한 ‘확대명’ 아성
하나 마나 경선 패스하고 곧바로 추대?

큰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로 나설 전망이다. 당내 확고한 입지를 쥐고 있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앞날에 꽃길이 깔렸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줄임말까지 생겼다.

이 대표의 입지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가 33%로 1위를 기록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9%로 2위에 올랐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각각 4%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p, 응답률은 22.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로 인해 경선 없이 이 대표를 추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전당대회서 지지율 85%를 얻은 이 대표를 꺾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하나 마나 한 경선을 생략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 대새론이 굳어짐에 따라 야권 잠룡들의 활동 반경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록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김 전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서 14일 동안 단식을 이어왔다. 윤 전 대통령 선고기일이 발표된 지난 1일에는 “광장서 탄핵 심판을 촉구해 온 시민들의 힘”이라며 “예상보다 지연된 선고가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숙론의 과정이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열두 글자가 꼭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정의로운 판결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내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 보이는
이 대항마

김 지사 역시 지하철역 등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조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맥주캔을 던지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은 이 여덟 글자를 기다린다”며 마지막까지 탄핵 인용 결정을 촉구했다.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김 전 의원은 탄핵 인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당연히 파면을 예상하고 기원한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헌법과 법령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들은 입 모아 윤석열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대권주자로서의 파급력은 약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4일 전까지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어 한 갈래의 목소리를 냈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다”라며 “문제는 이들이 대선주자로서 튀려고 존재감을 키울수록 ‘이재명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야권 분열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가 경쟁 상대인 만큼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호감도 만큼 비호감도도 높다. 전형적인 ‘스타 정치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중도 확장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기 쉽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행보가 점차 우클릭에 가까워질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접어들기 전부터 이 대표는 금투세와 “중도 보수” 발언 등 진보 진영과 다소 거리가 있는 해법을 내놨는데, 극우로 쏠려 있는 국민의힘을 대신해 합리적 보수를 흡수하고 중도층까지 챙기기 위함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를 의식한 여권 잠룡은 너도나도 입 모아 ‘이재명 저격’에 나섰다. 모든 칼날이 이 대표를 향하면서 오히려 그가 존재감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재명을 상대할 사람은 나”를 강조하며 저마다 조기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뛰다가
넘어질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서 “이 대표를 이기려면 중도 확장성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극명하게 차이를 낼 수 있다”며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나 안철수만이 이 대표를 이길 수 있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 중 중도확장성이 제일 크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의 2심이 무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게 됐다”며 “발상을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비꼬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언급하며 “급한 불 끄자며 물통 들고나오더니 선거 포스터부터 적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탄핵 선고 전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민주당은 이날을 기점으로 제대로 된 조기 대선 상태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꾸준히 끌고 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거부한 상법 개정안과 소득세 개편 논의를 동시에 띄웠다.

당과 지도부가 “정권교체까지가 윤정부 심판”을 강조하는 사이 이 대표는 민생에 힘을 실으며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전략이다.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걷어낸 이 대표의 적은 이재명 본인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이야기가 돌 만큼 서로의 실책에 기대 반사이익 효과를 누려왔다. 만일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과 동시에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한다면 이 대표는 오로지 자신만을 의지한 채 60일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극우 세력의 결집력도 여전히 단단하다.

눈만 뜨면 ‘이’ 찾는 여권 잠룡들
지지율 합쳐도 반…존재감만 키웠다

이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 선출 과정서 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계승한 후보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선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시점부터 민주당은 조기 대선 승리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유튜브 ‘터치다운 더300’에서 “탄핵 정국이란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국민의 선택은 명료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은 1%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할 명분도, 내용도, 실력도 없다. 많은 선거를 치러봤지만 이렇게 하면 선거 이길 수 없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내란 종식, 민주주의 회복, 경제 회복, 민생 보호 등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서 봐도 내란 세력이 다시 국정을 책임지는 일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해 만약 국민의힘이 사과부터 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호소했다면 국민이 쳐다봐 주기라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동조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애정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런 점들이 최근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분위기에 휩쓸려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굉장히 교만한 태도”라며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옹호한 정당이 배출한 후보에 대한 심판도 하시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지고 국민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미래고 이것(선거)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 겸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팽팽한
긴장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정치인들의 말이 관용어처럼 굳어졌다. 이 대표가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시각각 요동치는 여의도에서는 그 누구도 100% 확신을 가질 수 없다. 탄핵 정국의 끝을 향해가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결승선까지 확대명을 지킬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  날린 민주당 다음은 한덕수·최상목?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한 야당의 압박 수위가 낮아질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한 총리는 7번, 최 부총리는 9번의 거부권을 쓰며 국회가 처리한 법안을 가로막았다”며 “막중한 범죄 행위, 국회 무시,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피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직격했다.

앞서 지난 2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의 주도로 국회에 보고됐지만 표결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관을 압박용으로 해석한 만큼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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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