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장 발칙한 상상> '문재인 대통령' 됐더라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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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불통(不通)'은 없었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관련한 논란은 오히려 점점 더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대선 불복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동안 대선 불복론과 선을 그어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무효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지난 대선 기간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공약에 따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은 '성장'에, 문 의원은 '분배'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공약을 살펴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즉 고용률 향상에 중점을 뒀다. 당시 박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은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난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람이 먼저다" 복지 패러다임 극과 극
평화주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 '훈풍'

실제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과 같은 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야권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저임금, 불완전 노동의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 공약을 제시했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면 저임금, 불완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문 의원의 경우는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복지 패러다임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의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했었다. 국가재정건전성의 악화는 우려되지만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확대, 기초연금 등 현재 박근혜정부가 사실상 등한시하고 있는 복지이슈에 문 의원 측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공약 희비
보수층 반발

지역공약 역시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의 당적이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연계가 되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지역공약은 대선공약에서 제외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는 일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북한을 너무 자극해 오히려 안보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했던 문 의원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정부 5년간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긴장을 크게 해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대북정책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너무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란 예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국정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강조했지만 문 의원은 '탈권위'를 강조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되며 '당선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박 대통령은 현재 불통 논란에 시달리며 야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문 의원은 대선 당시 창문을 열면 국민의 삶을 볼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탈권위적 행보를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무려 1490만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탈권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권위만 앞세우다 기존 질서체계를 깨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은 당시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통령이 외출할 때마다 광화문 일대가 마비되는 등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게다가 탈권위를 고집하다 보면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지고 국가 전반에서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지금도 문 의원은 당내에서 친노 강경파들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는데, 집권했을 경우 박 대통령과 같은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권 행사 부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문제로 번번이 곤혹을 치렀다. 최근에는 당 안팎에서 '대선공신을 챙기라'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때문에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갈등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문 의원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작다. 따라서 문 의원 측이 정권을 잡게 됐다면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박 대통령 측보다는 덜 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친노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

친노독식은 우려
안철수 떴을까?

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경우 후보 사퇴로 문 의원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안 의원의 측근들이 일부 문재인정부에 기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권 실세 지도 역시 크게 바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는 평의원으로 돌아갔지만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반면 김한길 대표 등 비노진영은 친노에 밀려 정권 내내 비주류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친박진영 역시 대선에 패배했다면 힘이 크게 빠졌을 것이다.


탈권위 국정운영으로 국정지지도 견인
NLL대화록 논란은 국정 발목 잡았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 역시 활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의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의원에게 노 전 대통령은 가장 큰 자산이다. 안정적인 정권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은 거의 확실시 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경우 언론 환경 역시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발간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종편'을 꼽기도 했다. 문 의원 측은 대선기간에도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면 종편은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종편은 위기
국정원 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차 정국상황은 어땠을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에겐 NLL대화록 의혹이 대선기간 발목을 잡았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야당인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사초실종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파급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대선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됐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이 커져갈수록 이 같은 발칙한 상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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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