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사람들 릴레이인터뷰 3> 설 훈 전 의원

“‘스승’ 김대중,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법정에서 처음 만난 학생운동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
영남인사로는 처음으로 동교동 간 것은 “재야 부탁 때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동교동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김 전 대통령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삶을 생생히 목도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김대중’보다 더 따뜻했던, 눈물 많고 정 많은 김 전 대통령을 보았고 민주화를 위해 끝없이 투쟁한 인동초 삶의 곁에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유훈도 이들에게는 평소 들어오던 말일 뿐이다. 동교동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일면들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되새겨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의 맹주’였다. 당연하게도 그의 곁에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가득했다. 때문에 영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동교동계가 된 설훈 전 의원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권노갑 고문이 ‘동교동계의 맏형’으로 더 잘 알려진 것처럼 ‘동교동계의 막내’라는 별칭이 더 정감있게 다가오는 설훈 전 의원. 지난 9일 연남동 사무실에서 그의 맛깔 나는 입담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설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DJ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
▲ 김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영원히 기억될 만한 순간이었다. 1980년 김 전 대통령이 내란 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공범으로 군사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김 전 대통령과 공모를 했다는 죄목이었다.
24명의 공범들이 같이 재판을 받았는데 23명이 재판장에 앉아 있고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헌병들이 앞만 보고 앉아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신군부가 사형시키려 작정한 ‘김대중’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었다. 헌병의 위협에도 고개를 돌려 재판장으로 들어오는 김 전 대통령을 봤다.
흰 수의를 입은 김 전 대통령은 양쪽 팔을 잡혀 재판장에 들어섰다. 신문이나 방송 말고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완벽한 무표정이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분노하고 있다거나,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유명한 이들을 좌우로 배치해 사진을 찍고 순서대로 앉았는데 김 전 대통령 바로 뒤에 앉게 됐다. 아침부터 밤까지 한 달 이상 재판은 계속됐고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 이후 DJ는 수감생활 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어떻게 인연이 이어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 김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구명운동으로 1982년 석방된 직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은 1985년 12대 총선을 4일 앞두고서다. 그의 귀국은 신민당 2·12 총선에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귀국 직후 연행돼 가택연금에 들어갔다. 한 달 뒤인 3월부터 연금이 풀렸다. 4월1일, 나는 김 전 대통령 곁에서 재야와 김 전 대통령의 다리 역할을 해 달라는 재야의 요청으로 김 전 대통령의 비서로 동교동에 머물게 됐다.

- 동교동계에 영남 출신 인사가 속하게 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 동교동에 영남 출신 비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내가 동교동에 들어간 이후 영남 인사들이 많이 들어왔다.

- DJ는 어떤 분이었나.
▲ 한마디로 ‘스승’이었다. 동교동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난 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고 덩달아 ‘선생님’이라고 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다보니 왜 그렇게 부르는지 절로 알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항상 남의 모범이 되려 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했고 항상 “배워야 해”라고 말씀하시며 주위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본인도 스승으로서의 위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공부했다. 스스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은 즉흥 연설을 해도 받아 적으면 그대로 원고가 될 정도로 논리정연하고 명쾌했다. 뛰어나게 타고나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준비했다. 연설을 한다고 하면 메모를 하고 고치고 또 고쳤다. 굉장한 정성을 들였다. 모든 일에 혼신의 노력을 했다.
예전에는 ‘김대중’이라는 가정교사가 있어서 쉬웠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보고 ‘가자’하면 그게 정답이었다. 지금은 참 답답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김 전 대통령은 상황을 정확하게 봤다. 시대의 양심과 민족이 가야 할 방향을 알고 계셨다.

- 어떤 것을 배워야 한다고 하신 것인가.
▲ 정치적 상황이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었다. ‘정도가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처한 일이 있었다. 그 일을 다른 방향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 논의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쳤다. 사가들이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올 텐데 사기 쳤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분의 삶의 원칙이었다.
‘부자도 되지 말고 가난하게도 살지 말라’고도 하셨다. 부자가 되면 돈의 노예가 돼서 돈에 휘둘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인은 돈의 정거장이 돼야 한다고 하셨다. 정치자금을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아닌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정거장’이 되라는 것이었다.


- 동교동에서의 생활은 어떠했나.
▲ 24시간을 함께했다. 심지어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생활하는 안방에서 사무를 본 적도 있다. 동교동에서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사생활이 없었다. 다리를 굽히기 힘든 김 전 대통령의 목욕을 도와주거나 식사를 같이하고 잠도 같이 자다 보니 김 전 대통령이 ‘아’하거나 ‘어’해도 무슨 뜻인지 알 정도였다.

-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다 보게 되면 존경하기가 더 힘들었을 수 있지 않나.
▲ 인간적인 면이나 약점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른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분이셨다.

- 당시 DJ 모습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김 전 대통령은 귀국 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했다. 상도동계와 번갈아가며 매일 연설을 했는데 세 번에 한 번은 진한 감동을 줬다. 말이라는 게 진심을 담고 있어야 감동을 주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절함을 가지고 있었고 매일 연설을 하는 중에도 들을 때마다 감동을 줬다.

- ‘사적인’ DJ는 어떠했나.
▲ 동교동에는 열댓 명이 머물렀다. 비서, 보좌관, 운전기사 외에도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경호원이 항상 함께 하게 됐다. 일반 가정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말이면 가족들을 위한 곳이 됐다. 아들들은 다 연애결혼을 했는데 며느리들을 잘 들였다.
이 중 김 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 김홍업 전 의원의 부인은 5공 시절 김 전 의원과 결혼했다. 부친이 감사원 부원장이었는데 딸이 야당 수장인 김 전 대통령의 아들과 결혼 한다고 하니 크게 반대했다. 김 전 대통령이야 아들들에게 “백인이든 흑인이든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해라. 사랑하면 됐지 뭐가 문제냐”는 분이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결혼해라”라고 했다. 그러나 며느리 집안의 반대는 계속 이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고 허락하고 나서야 맺어졌다.

- DJ가 좋아하던 것들은 어떤 것인가.
▲ 김 전 대통령은 꽃과 강아지, 손자들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TV프로그램 중에서는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셨다. 창이나 판소리, 문학이나 연극, 영화 등 문화에 대한 갈망이 컸다. 부드럽고 여린 분이셨다. 불의에는 목숨을 걸 정도로 강직하게 대항하셨지만 개인적으로 부드럽고 온유한 분이셨다.
농담도 잘하셨다. 김 전 대통령이 농담을 하면 이 여사는 진담처럼 받아쳤다. 보는 사람들은 그게 더 재미있었다.

- DJ 하면 ‘책’이 떠오른다.
▲ 밤 10시쯤이면 동교동에 손님이 끊긴다. 그러면 김 전 대통령은 서재로 내려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 12시 전후로 올라왔다. 술도 안 드시니 365일 반복되는 습관이었다. 감옥에서는 아예 매시간을 책과 함께하셨으니 독서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김 전 대통령이 서재로 내려와 보라고 하셨다. 갔더니 노란테이프를 조금씩 자르라고 해서 자르고 책장의 책에 표시를 하라고 해서 표시했다. 알고 보니 감옥에 들어갈 때 가지고 들어갈 책이었다. 구속된다고 하니 책부터 챙기셨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책을 읽을 때 “자네 관점을 가지고 책을 봐. 책에 나오는 내용을 맹종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이 맞는 말인지 무엇이 그른 말인지는 생각하면서 봐야 해”라며 자신만의 관점을 강조하셨다.
- DJ 최대의 업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IMF 극복, 사회복지 개선, 남북관계 개선, IT사업을 일으킨 것 등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한류의 원조’라고 생각한다.
난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한류’도 문화사적으로 문제를 봐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과 후, 한국 영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 후 문화적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며 소재에 대한 제한 등 정책적인 족쇄를 풀었다. 문화진흥청을 세웠다. 문화 예산을 GNP 대비 1% 수준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한류가 통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한류,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나갈 원동력, 바탕을 마련한 것, 그것이 김 전 대통령 최대의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 한류를 떠올리면 한일 문화개방이 연상된다.
▲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유교를 받아들여 주자학에 중국보다 더 독하게 빠져들었다. 기독교를 받아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세웠고, 공산주의는 김일성 국방위원장이 독하게 했지 않냐”고 했다.
한국인은 양서류 같다. 한대에서는 한대, 열대에서는 열대성으로 변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본문화 개방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문화를 받아들여서 더 큰 것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버릴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민족에 대한 자신감과 국민에 대한 믿음,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다.

- IMF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금모으기 운동’과 관련,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 IMF 관리체제는 경제식민지와 같았다. 달러가 모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며칠 후 나를 불러 소비자단체와 만남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간담회가 시작되고 소비자보호원의 보고 후 전국 20여개 소비자단체장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기자들은 거기까지 보고 기사작성을 위해 다 자리를 빠져 나갔다.
단체장들의 말을 다 들은 김 전 대통령은 “사실 오시라고 한 것은 부탁을 하기 위해서”라며 “달러가 부족해 국난 위기에 처했는데 금은 달러와 교환이 쉽다. 장롱에 금붙이들이 있는데 이를 끄집어 내 달러로 바꿔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금모으기 운동’을 해달라”고 했다.

- 이 내용은 알려지지 않지 않았나.
▲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브리핑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더니 이미 기자들이 다 가버린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기사가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지시로 금모으기 운동을 한다는 것은 자칫 좋지 않게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금모으기 운동은 그해 11월 검찰에서 시작됐다 흐지부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확하지 않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한 것이 본인의 생각이었는지 다른 사람의 조언이었는지 영원히 확인되지 않을 숙제로 남게 됐다.
김 전 대통령과 소비자단체와의 만남 후 금모으기 운동은 누가 시작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시작됐고 IMF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 DJ의 유지는 무엇인가.
▲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단합이다. 레드컴플렉스가 사라지는 등 국민 정서가 변했고 민노당도 변했으니 민노당까지 같은 틀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문을 열어야 하고 민노당도 문을 열어야 한다. 다만 개인이나 누구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 전 대통령도 개인을 거론하는 분은 아니었다.
현실을 무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민주당이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덩치가 큰 이는 ‘겸양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다 같이 하자고 하고 양보해야 한다. 통합의 기술적 방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통합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있을 수 없다. 범야권이 함께 해야 김 전 대통령의 유지가 살아난다. 정동영 의원, 한화갑 전 대표 따질 것 없다. 본인이 함께하지 않겠다고 해도 설득해야 한다.

- 민주진영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 자연스럽게 후견인이 되거나 리더가 될 것이다. 두고 볼 일이지만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난 1996년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10년을 국회에서 보냈다. 그러나 사실 1985년에 이미 국회로 나갈 기회가 있었다. 재야에서 반대해 포기하고 김 전 대통령의 비서로 동교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지낸 10여 년은 금배지 5선, 10선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설훈은 누구?>
▲1953년 경남 창원 출생
▲1983년 민주화청년연합 상임위원
▲1987년 평민당 마산지구당 위원장
▲1988년 평민당 성북지구당 위원장
▲1992년 김대중 총재 보좌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수석부대변인, 도봉지구당위원장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민사회위원장
▲2001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 상황실장
▲1996년~2004년 제15, 16대 국회의원
▲2000년~2004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연합회 공동의장
▲2004년~2005년 중국북경대학교 아태연구원 객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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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