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변 새해 예산안 전쟁 천태만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4:12:28
  • 댓글 0개

연말만 되면 여의도는 '쩐의 전쟁터'

[일요시사=정치팀] 매년 연말이 되면 여의도에선 이른바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바로 새해예산안 편성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의 기싸움이다. 누가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느냐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엇갈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 기간 여의도에서는 예산편성의 실권을 가진 예결위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첩보전까지 벌어질 정도다. <일요시사>가 연말 여의도에서 펼쳐지는 새해 예산안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새해 예산안을 상정하면서 올해도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한 여야 간의 대결은 물론이고, 지역구 예산을 따내려는 각 의원들의 각개전투,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들까지 뒤엉킨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때문에 이 기간 예산안을 실질적으로 주무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이하 예결위원)들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예산의 힘

여야는 올해 여당 8명, 야당 7명 등 15명으로 예결위원들을 선정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국회의원은 예산을 심사한다. 각 상임위별로 소관부처의 예산을 심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예결위원들은 각 상임위별로 올라온 예산을 최종적으로 심사해 삭감하거나 증액하기 때문에 절대적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이들에게 예산 관련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다.

작년 예산심사기간 예결위원들은 한 호텔에서 예산을 심사해 '호텔방 심사'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호텔방 심사가 탄생한 것은 어디까지나 밀려오는 예산 관련 민원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작년 호텔방 심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예결위원들은 올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본회의장이나 예결위 소위원회 회의장에서 심사를 하는 방안이 있다. 대신 최대한 위원들이 출입을 자제하며 민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속기사를 대동하고 아예 지방의 연수원 등으로 내려가 심사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예산 민원에서 벗어나기 위한 예결위원들의 몸부림이다.

실제로 이 기간 예결위원들의 의원실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동료의원들은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정부부처, 사회단체 등에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배정해달라며 매일같이 찾아와 읍소하다시피 한다. 하지만 의원실을 찾아도 예결위원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일부 예결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예산심사 기간에는 일부러 의원실을 찾지 않기도 한다. 대신 모처에 머무르며 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일부 부처의 공무원들과 예산배정이 절실한 의원의 보좌진들은 하루 종일 예결위원의 의원실이나 계수조정소위 문 앞을 지키며 예결위원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한번이라도 만나 예산배정에 대해 읍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돼버리기도 했다.

예결위원의 보좌진들은 하도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누가 찾아와도 "검토해 볼 테니 (가져온 서류를) 놓고 가시라"는 말이 첫 인사가 됐다. 한 예결위원의 보좌관은 "모 지자체 시장은 예산배정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와 이야기 도중 갑자기 보좌진들 앞에서 무릎을 꿇더라. 깜짝 놀라서 일으켜 세웠다. 그만큼 다들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예결위원 어딨나? 첩보전 방불
예산 달라 무릎 꿇고 읍소하기도

특히 올해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대부분 지자체의 세입 예산이 줄어들면서 예산 따내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각 정당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챙기기도 치열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여야 모두 지방선거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소속 당 자치단체장의 재선을 위해서는 그만큼 당 차원에서 예산을 밀어줘야만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예산확보는 정치생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매년 국비를 얼마나 따냈느냐 하는 것이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예산확보는 필수적이다. 모 지역구 의원은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역공약 예산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요즘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라는 전언이다. 만약 올해도 지역공약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재선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예결위원은 물론이고 해당 의원 보좌진들과의 지연과 학연까지 총동원하는 사례도 많다. 예결위원과 해당 보좌진의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을 모두 파악한 후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는 이들을 통해 배정받고자 하는 예산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와중에 식사자리라도 한번 마련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로비가 된다. 하지만 이렇듯 몸값이 높아진 예결위원들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청탁은 수도 없이 몰려오는데 들어줄 수 있는 청탁은 극소수다. 그만큼 거절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으로서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당내 힘 꽤나 쓴다는 중진들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예결위원들도 다음 총선 때면 또다시 공천에 목을 매야할 파리 목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탁을 다 들어주면 부실심사니 선심성예산이라느니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실익도 없이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예산 배정이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예산 배정을 부탁했던 정치인이 낙선하는 경우, 해당예산까지 은근슬쩍 삭감되는 경우도 많다. 국토부가 작년에 감액한 예산 24건 중 절반 이상은 낙선한 의원이 속한 지역의 예산으로 나타났다.

제때 처리할까?

강원도 모 지역구의 의원이 낙선하자 해당의원이 '쪽지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힘들게 끼워 넣은 일반국도건설비 20억원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이유로 아직까지도 집행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올해도 새해예산안 처리를 놓고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첫 예산인 만큼 공약실천을 위해 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공약·민생·미래포기 '3포 예산'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데드라인이 코앞이지만 새해예산안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