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살벌한 신공안정치 실체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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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걸리면 '종북몰이'로 찍어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의 이른바 '신(新)공안정치' 광풍이 모든 사회현안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일자리 부족, 전세대란, 대학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넘쳐나지만 이같은 이슈들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종북몰이'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음에도 '종북 척결'이란 대의 아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과연 박근혜식 신공안정치의 실체는 무엇일까?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실시됐던 지난 2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던 한 기자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모 의원실 관계자가 "이렇게 엄중한 때에 생뚱맞게 그런 취재나 하느냐"며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당시 한창 의혹이 불거지고 있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슈는 순식간에 구석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공안이슈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종북 핵폭탄
이슈 블랙홀

박근혜정부 들어 신공안정치의 광풍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정권에 불리한 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종북 이슈를 띄워 모두 묻어버리는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종북몰이에 분노를 느낀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 낸 배경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다.

공안 카드는 박근혜정부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했다. 지난 6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정황증거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며 한창 시끄러울 때 국정원은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발췌본을 열람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정국은 순식간에 NLL 진실공방 정국으로 전환됐다.

위기 때마다 이념대결로 역공
종북과 선 못 긋는 야권도 문제


지난 9월에는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착수하면서 또 한번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3년 이상 내사를 진행해온 사건을 왜 이렇듯 미묘한 시점에 공개했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여론에 밀려 제대로 된 의혹제기조차 할 수 없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 이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각각 밀어붙이고 있는 통진당 해산청구안과 이석기 제명 징계요구안 역시 종북몰이로 의심할 만하다.

이미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재판의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해도 될 사항임에도 정부와 여당이 공안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해당 사항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톡톡히 재미를 봤고 어느새 '종북'은 그들의 만능키가 되었다.

종북 만능키
만사OK

지난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당시 일부 유학생과 교민들이 부정선거 규탄 촛불집회를 벌이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시위대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통진당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시위에 통진당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해도 시위대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합법적인 시위대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협박을 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김 의원의 논리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은 모두 종북이라는 식"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부정책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던 단체들이 오비이락격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다.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 같은 수사는 일단 외형상으로는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것이고 오비이락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가장 최근에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시국선언을 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해 검찰이 국보법 위반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 이와 비슷한 사례다.

박근혜정부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공안 분위기 조성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전군에 '종북 실체 표준 교안'을 배포, 장병을 대상으로 종북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육군 모 사단 훈련소는 훈련병들에게 가족 앞에서 "종북 쓰레기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복창하게 해 지나친 공안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6월엔 고교생 상당수가 6·25를 북침으로 응답했다는 언론보도를 토대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적하자 교육당국은 2017학년도 입시부터 한국사를 수능에 필수화하는 틀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8월 검정과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미화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누락시키는 등 지나치게 반공·반북 역사인식만 부각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안정치는 역대 보수정권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왔던 것으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반공을 앞세워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한 것을 시작으로 최초의 직선제를 통해 탄생한 노태우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다음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정부 말기 안기부를 통해 '북풍'을 일으켰다.

야권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공안정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공안정치는 진보세력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풍사건과 같이 완전히 조작된 사건은 분명히 이전 정권의 잘못이지만 현재 공안사건들은 분명한 팩트가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다소 침소봉대됐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조건 공안정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북한 옹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선긋기에 나섰지만 당내 일부 강경파들은 국회에서 보란 듯이 시국미사를 열며 박 신부의 발언에 힘을 싣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는 당 지도부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동이었다.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북한 옹호 발언은 일반국민들이 보기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런 발언을 대변하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 종북 논란을 부추기는 행동이란 비판이다.

종북 옹호
야권도 문제

이외에도 야권은 각종 현안들에 대해 종북 선긋기에 실패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종북몰이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지난해 통진당 게시판에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내용을 최초로 폭로한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대표가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종북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측은 내부적으로 종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만 해놓고서는 정작 합당하고 나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장의 세력확장을 위해 종북세력이라는 의심을 하면서도 일단 손을 잡고 보는 진보세력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가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겠다고 결심했다면 종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묻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북 문제가 해결되기 전 까지는 합당을 미루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북몰이에 물 건너간 국민대통합
"집권 후반기엔 역풍 맞을 것"

종북으로 의심받는 세력임을 잘 알면서도 당장 힘을 키우기 위해 손을 잡고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그동안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야권 전체가 종북 낙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치권이 공안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사회의 갖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종북논란에 묻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신공안정치를 통해 유신시대로 회귀하려 한다느니 하는 야권의 주장은 사실 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진짜 우려하는 것은 모든 이슈를 잠식해버리는 종북 이슈의 특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론화되어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종북 이슈에 묻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모두 감수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공방
민생은 뒷전


또 다른 전문가는 "정말 종북세력이라고 한다면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법적 처벌을 하면 된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종북으로 낙인찍는 방식은 온 나라를 분열시키는 일로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줄기차게 외쳤던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종북 몰이가 당장은 효과적인 정권 방어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집권 후반기가 되면 분명히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종북 몰이보다는 민생을 챙기는 방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또 "현재 정부차원에서 종북몰이를 통해 이슈를 덮으려 하는 것은 분명한 팩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종북세력이 있는 것도 팩트"라며 "정부와 여당은 종북몰이를 중단해야 하고 야권도 확실하게 종북세력과 선을 긋고 종북몰이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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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