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창당 1주년 맞은 정의당 천호선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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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야권연대, 내년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 창당 1주년을 맞이한 정의당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신야권연대 등 굵직굵직한 정치이슈들이 정의당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NLL대화록 사태와도 관계가 깊다. 천 대표는 쌓여있는 정국현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천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정의당은 지난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가 벌어지자 통진당에서 국민참여계와 진보신당 탈당파, 민주노동당 비주류 등이 탈당해 만든 당이다. 정의당은 당초 '진보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지난 7월 천호선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고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며 제2의 창당을 단행했다.

지난 10월20일은 정의당이 창당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정의당은 여전히 낯설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정의당과 통진당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게다가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까지 터지면서 진보정당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과연 정의당은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 정국현안들에 대해 천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은 천호선 대표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정의당이 창당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정의당은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보십니까?
▲ 제가 얼마 전 창당 1주년 기념사에서 '정의당이 가는 길이 진보의 미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정의당이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과 같은 경우, 과거 진보정당이라면 기권하거나 반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과거와 같이 사상의 자유라는 원칙으로 일탈적 행동을 보호할 수 없으며,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진영논리로 감싸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변화의 노력 이외에도, 정의당은 우리사회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대다수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 선정 우수의원으로 선정되었고, 연일 정부의 잘못된 행정과 대기업, 특히 삼성의 불법과 불공정을 밝혀내는 데 큰일들을 해냈습니다. 정의당은 이제 앞으로 전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정의당이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당의 체질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제가 대표가 되면서 중요한 당내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노동정치전략회의와 문화혁신TF입니다. 노동조합과 당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당내 기구죠. 문화혁신TF는 진보정치의 내용이 훌륭함에도 그간 운동권문화로 대표되어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점을 고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책임지고 하는 일이니, 조만간 정의당의 바뀐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부여당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청구안을 제출해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과거 통진당과의 앙금으로 인해 관망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강력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의당으로서도 종북세력과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요?
▲ 이석기 의원 사건과 통진당의 위헌성 문제는 별개입니다. 정당해산 문제는 통진당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관련된 것이지요. 14년이나 별 문제없던 강령을 별안간 위헌이라고 하고, 그 정당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당의 존폐여부는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외국에도 정당해산제도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원칙이 확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취지이지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에도 부합한다고 봅니다.

- 창당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진당과 정의당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매우 불리할 듯한데, 통진당과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통진당과의 차별성 문제라기보다는 정의당의 인지도 자체가 아직 높지 못하다고 봅니다. 정의당의 존재, 그리고 정의당의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정의당이 다른 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알아가고 계시다고 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특정 사회세력을 적대하거나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정당, 실현 가능하고 합의 가능한 진보적 정책들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고 이를 실현 중입니다.

"박근혜 지지율 철옹성 아냐, 태도 바꿔야" 
"통진당 해산, 시민이 투표로 선택해야 마땅"

-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종북문제 때문입니다. 통진당과 결별했지만 여전히 정의당도 종북문제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종북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우선 문제입니다. 이것은 집권세력을 반대하는 정당과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악한 정치용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견을 가진 세력 전체를 매도하는 용어가 종북이 된 것이지요. 진보 내의 극소수가 시대착오적인 북한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언컨대 선거를 통해 그런 생각은 국민에 의해 배제될 것입니다. 북한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의당의 입장은 평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는 등 진보적이며 동시에 상식적입니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신당, 민주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신야권연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야권연대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현재의 연대는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연대입니다. 이미 지난  12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가 결성되었고 정치권만 아니라 주요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 종교계, 재야의 어른들이 다 모이셨습니다. 소속, 정견, 종교가 달라도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해 보자는 취지의 연대입니다. 여기서 저와 정의당이 일찍부터 제기한 바 있는 특검을 야권의 3세력과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한 TFT(태스크포스팀)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국정원 문제 원포인트 연대이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연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후보단일화 중심의 야권연대에 대해서 과거처럼 흔쾌히 동의해 줄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선거연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요구가 있다면 연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만약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정의당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원한다면 양 당이 충족시켜야 할 선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 아직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 야권연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한 원포인트 연대일 뿐입니다.

- 하지만 앞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 측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정의당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입장 차이가 야권 연대의 걸림돌은 아닙니까?
▲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지역의 유지들이나 토호세력이 기득권을 차지하게 될 우려가 큽니다. 또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 참여가 어려워지는 문제 등도 있습니다. 안 의원도 정당공천제의 폐지만이 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천 대표께서는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으로 불립니다. 최근 NLL대화록 사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이 처음부터 대단히 불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 15년, 30년 동안 다음 대통령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국정원에 대화록을 남겨둔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겁니다. 결국 무단공개라는 엄청난 일을 벌였지만 NLL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고의로 사초를 없앴다는 생억지를 부렸습니다. 하지만 찾아낸 회의록 어디에서도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없었고, 사초도 기록으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못한 문제만 남았을 뿐이지요. 전임 대통령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은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대중정당 거듭나기 위해 당 체질 바꾸는 중"
"NLL대화록 사태, 새누리당의 생억지"

-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의 지지율이 철옹성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밑바닥 민심은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군의 선거개입이 드러났을 때부터 국민들은 반신반의하기 시작했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사실상 경질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현 정부가 스스로 대선불법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불법의 당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민심이반은 이제 곧 피부로 느낄 정도로 드러날 것입니다.

- 정의당에선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하려면 차라리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옳지 않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군, 보훈처가 누구를 도우려 했습니까? 바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원치 않았지만 불법행위의 수혜를 입게 되었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다운 태도이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뜸 대선불복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야당이 한 번도 하야나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것은 대선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의 그런 태도가 지금 정국 경색의 제일 큰 원인입니다.

-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 국정원 개혁 단일안을 추진하기로 하셨습니다. 어떤 개혁 방안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민주당, 안 의원 측과 이견은 없습니까?
▲ 이미 각자가 구체적 내용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법안 형태로 제출까지 해 놓은 상황입니다. 큰 이견이 없으니 몇 가지 조정만 하면 금방 제출할 수 있고,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 벌써 연말입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첫 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근혜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100% 대한민국은커녕 대한민국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입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하면 국민이 통합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대통령과 그들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빠져있습니다. 지금은 유신이나 군부독재 시대가 아닙니다. 대통령 1인을 중심으로 사회가 통합되는 일 같은 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야당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 국민들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소통과 민주주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전부 국가의 적이라고 보는 그런 대결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사용하는, 대선불복세력이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험한 말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아예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어법으로 대결적 태도의 전형입니다. 낡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작년과 올해 진보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지 말아야 할 모습도 보여드렸습니다. 정의당은 그러한 진보정치의 낡은 모습과는 철저히 결별하고, 진보의 아름다운 가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현하려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될 것입니다. 믿고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정당,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 실현가능한 진보정책을 갖춘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의당이 성장하는 것만큼 진보의 미래가 개척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천호선 대표 프로필>


▲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 제16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 진보정의당 최고위원
▲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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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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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