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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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된 택시운전사 "현장 목소리 정책에 반영"

[일요시사=정치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거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파란을 일으킨 화제의 초선이다. 거제에서 비(非)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난 13대 국회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거제경찰서장 출신으로 택시운전사부터 국회의원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김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여러모로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거제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김 의원은 서장직을 그만둔 뒤엔 관할하던 지역에서 택시운전을 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비새누리당 후보로는 20여년 만에 거제에서 당선되는 원동력이 됐다.

김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화제의 초선이던 그는 그동안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을까?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이시다. 정치 입문 후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 저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거제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이것이 제게는 가장 큰 자부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제시민 81%가 새누리당에 입당을 원함에 따라 지난해 11월에 새누리당에 입당을 하였고, 금년 5월에는 새누리당 원내부대표에 임명되었다. 원내부대표는 개개인의 경험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 역할 분담을 통해 대외협력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데 10명의 당 원내부대표 가운데 경남지역에서 유일한 원내부대표를 맡게 되었던 점도 제 의정활동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한 공로로 270여개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수상했고, 국토일보사로부터 대한민국 건설문화대상 의정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또 2012년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8차례의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평균 출석률은 93%에 달했고 재석률은 41%에 불과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오직 단 한 명, 저 김한표 만이 100% 출석하고 끝까지 재석했다.

-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일컬어지는 거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거제에서 비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난 13대 국회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선거 승리 비결은 무엇인가?
▲ 거제시민의 끝없는 보살핌으로 12년 긴 세월 품어주셨고, 기필코 저를 만들어 주셨기에 제가 다시 일어서서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거제시민들께 보은해야 하는 이유가 특별한 만큼 언제나 낮은 자세로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 택시운전대를 잡으면서 6개월간 거제시를 누비하기도 하고 대학 강단에 서보기도 하고 두 번의 낙선 끝에 세 번째에 당선되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족한 저처럼 주변 환경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도전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꼭 전해드리고 싶다.


- 거제경찰서장 출신이다. 경찰서장을 그만둔 뒤엔 관할하던 지역에서 택시운전을 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쇼라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택시운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지역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느낀 점들은 무엇이었나?
▲ 저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약 6개월 동안 거제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택시운전을 하기 위해서, 운전면허를 1종으로 갱신하고 자격이수 과정도 거쳐 정식으로 택시운전자격증명도 취득했다. 자주 만날 기회가 없는 시민여러분들과 택시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서민과 소외 계층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낮은 자세로 민생 현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술에 만취된 승객을 태우고 차비 한 푼 못 받았던 일, 손님이 차에다 토한 토사물을 닦아내던 일, 추운 겨울날 저녁 동료기사들과 회포를 풀었던 조촐한 회식자리 등은 이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여러 시민들과 소통하며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시민들의 힘든 모습을 마주하면서 고통도 함께 나누며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었던 일들이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현장에서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금 국회의원이 되어서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는 벌써 수년째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원전부품비리사건까지 터져 최악의 전력난을 겪었다. 국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두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임위 차원에서 전력난을 해소할 방안은 없는가?
▲ 정부가 지난달 19일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하고, 발전용 유연탄에 탄력세를 적용하는 등 에너지가격 체계 개편안을 발표 했다. 전기에만 과도하게 집중되는 소비 추이를 과세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시도로 이번 개편안이 1차 에너지원(유류)과 2차 에너지원(전기)간 가격 역전 상황을 해소하려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로드맵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전력을 선호하는 전기화(電氣化)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1차 에너지원보다 싼 비정상적인 에너지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 전기와 타(他)에너지원 간의 상대가격 조정을 통해 더 이상의 전기화를 막는 전기요금 정상화 계획이 추가되어야 한다. 단기적 요금인상과 세제개편 방안은 국민 부담만 일으키고 전력수요 감축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으므로 가격정책뿐 아니라 비가격정책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친 장기적 수요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제에서 20여년 만에 당선된 무소속 후보
출석 및 재석률 100%, 성실 의정활동 눈길

- 김 의원께서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과 관련 일부에선 "서민에겐 도시가스 요금 폭탄, 재벌에겐 수익 보장을 하는 재벌 특혜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 제가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어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요금 폭탄, 재벌특혜라는 주장은 바로 가스공사 노조가 가스사업권 독점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한국가스공사만 가스를 직수입할 수 있는 것을 완화해 한전 및 발전사들과 민간발전사들도 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 노조는 가스 직수입 완화로 인해 급여 및 후생복지 축소를 염려하고 국민들에게 마치 가스의 민영화로 인해 도시가스 요금폭탄이 발생할 것이라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도시가스사업법이 통과되면, 민간기업들은 지금처럼 가스공사로부터만 가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민간 사업자들은 해외가스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가스를 구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민간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차단하는 장치(SMP 가격상한제)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곳은 바로 가스공사이다. 지금까지 가스공사는 비싸든 싸든 수입가격에 이윤을 붙여 국민에게 팔기만 하면 됐다. 해외가스 시장에서 싸게 사오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가스공사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가스를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방만 경영으로 인한 적자가 생기면 가스요금 인상으로 해결해 왔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고 공기업도 경쟁력을 갖춰 질 좋고 저렴한 공공서비스를 하도록 바로잡는 것이 바로 도시가스개정안의 입법취지다. 가스공사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스를 수입했던 것에 반성해야 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올해 국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타 상임 위원회와는 달리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지 않고 여야 모두가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9대 국회 두 번째이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실시한 금번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들이 과도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을 하고도 자구해결 노력은 등한시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개선시키고자 했다. 또한, 에너지 분야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해 미래성장동력원으로 삼고자 했으며,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질책과 대안 제시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는 유명한 악연이다(과거 두 사람은 거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결했었고, 이후 김 의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법처리를 받으면서 김 실장이 검찰총장·법무장관 출신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정치적 탄압' 의혹을 제기했었다). 최근 김 실장이 박근혜정부의 ‘문고리권력’으로 불리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김 실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거제 출신 선배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거쳐 거제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내시고 현재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만나 거제 지역 현안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옛 일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새로운 상황에 맞춰 사는 게 정치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함께 합심하고 거제 발전을 위해 모든 지역 출신 인재들이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 현재 여의도에선 이른바 모임 정치가 한창이다. 김 의원께서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퓨처라이프포럼에 참석한 것을 두고 김무성 의원에게 줄을 선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평가도 있는데?
▲ 국회연구단체인 '퓨처라이프포럼'은 고령화시대 대안 마련을 위한 국정 관련 공부 모임이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공동대표로 여야를 아우르는 모임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도에는 세계 최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러한 거대 트렌드에 대한 대처 방안이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가 맞이할 고령화 사회는 과거에 선진국들이 경험한 고령화 사회와는 다른 측면으로, 미래창조사회에서 노령층의 역할은 과거 산업사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공부 모임일 뿐이다. 국회의원이 공부할 수 있는 관심 분야에는 앞으로도 어디에서, 누가 주도하든 상관없이 열심히 배우고 지식을 쌓아가려 한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서민정치, 생활정치, 봉사정치를 정치관으로 삼고 있다. 서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야 말로 가장 좋은 정치라 생각한다. 2012년 총선에서 거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으로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를 입고 지금의 이 자리에 설수 있었다. 거제 시민께 감사드리며, 저는 힘들게 국회에 입성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국가와 고향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과거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서민의 눈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거제시 국회의원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고향 거제의 더 큰 발전과 거제 시민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한표 의원 프로필>

▲ 청와대 경호실 101경비단
▲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 거제경찰서 서장
▲ 가덕도 신공항유치 거제시민연대 공동대표
▲ 제19대 국회의원
▲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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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