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재벌저격수' 민주당 홍종학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0 1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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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말로는 재벌개혁, 뒤에선 재벌 비호"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재벌개혁'을 외치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경제학자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어느새 '재벌저격수'란 별명까지 얻었다. 국회에 입성한 지도 어느새 1년6개월, 홍 의원이 남긴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지난 1997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해 재벌개혁위원장과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민주당 내 경제통인 그는 국회에 입성한 지 1년6개월 만에 벌써 21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대부분은 재벌에 집중된 세금감면 혜택을 줄여서 이를 중소기업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재벌저격수’라 부른다. 재벌개혁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홍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 입문 후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의정활동은?
▲ 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 소수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경제가 아닌 중산층과 서민,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제 의정활동의 목표다. 특히 2개 회사에 의해 독점화된 맥주시장의 문제점을 파헤쳐 대기업 맥주에 비해 중소기업 맥주가 2배 가까운 세금부담을 지고 있는 모순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많은 분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서 주세법 개정에까지 이르게 했다.

- 지금까지 발의했던 법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무엇인가?
▲ 지난 1년6개월 동안 21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재벌에 집중된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줄여서 이를 중소기업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21개 모든 법안들이 다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맥주시장에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세법과 재벌기업에 의해 장악된 면세점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일정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관세법 개정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지난 국감을 통해 얻은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 저는 지난 국감에서 박근혜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보수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기업과 가계 모두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하고자 노력했다. 박근혜정부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재벌과 슈퍼부자, 부동산임대고소득자, 금융초고소득자들을 4대 성역화해 이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줬다. 왜 고물상 할머니, 영세 음식업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밝혀낸 것이 지난 국감의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 홍 의원께서는 학생들을 번호로 호칭하는 것을 금지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교총은 이 법안에 대해 교육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법률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는데.
▲ 학생들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이름 대신 번호로 호칭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꼭 법률로 금지하지 않아도 좋다. 일부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런 것까지 법률로 금지해야 하는가", "법률만능주의 아닌가" 하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저는 공론화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제가 법안을 낸 취지는 이미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표 경제정책, 양극화만 심화시켜
증세는 재벌 감세 환원한 후 논의해야

-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이다. 박근혜정부의 세법개정안 논란 이후 증세 논란이 커졌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 증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민주당은 결코 증세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 실시했던 부자감세를 환원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도 재벌·부자에게 실시한 감세를 환원하자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 앞으로 어떤 식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증세는 이런 일차적인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이지 지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 특히 증세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부터 솔선수범해 비과세 수당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국민들이 느끼시기에 과한 부분이 있다면 정비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면 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이유 여하를 떠나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 예산재정개혁특위 야당 간사를 맡았었다. 쪽지 예산과 밀실 심사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많았는데 결국 무산됐다.
▲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 문제는 국회 예산심의시스템 자체를 개혁하는 것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예결위가 상임위화 되지 않아 예산심의가 부실하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대통령과 정부가 야당의 입장을 듣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큰 논란을 일으켰던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를 만들었던 대선평가위원 중 한 명이었다. 일각에선 대선평가보고서가 계파싸움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있었는데.
▲ 개인별 대선패배 책임 문제, 계파 간의 갈등 문제 등은 대선 평가 과정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문제다. 대선평가가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우리의 발자취를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줘야 한다. 우리에게 기대와 지지를 보여준 국민들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생각만큼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 제일 아쉽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결과보다 과정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국민과 소통해 국민이 참여하는 과정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나 홀로만 앞서 나간다면 자만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통의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홍종학 의원 프로필>

▲ 가천대학교 교수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연구소 소장
▲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공동대표
▲ 민주당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TF 팀장
▲ 민주당 정책위의장
▲ 제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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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