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진당 부정경선 최초 폭로'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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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못한 말 많아, 통진당 반드시 사라져야"

[일요시사=정치팀]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지난해 4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경선 의혹을 최초로 폭로하면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는 최근 발간한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통해 이석기 사태를 예견하기도 했다. 그의 폭로로 원내 3당이던 통진당은 정당해체 위기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그의 폭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의원은 "진보를 가장한 사이비 세력은 두 번 다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통진당 사태와 관련해 아직도 못한 말들을 털어놨다.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은 지난해 4월18일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게시판에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내용을 최초로 폭로했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원내 3당이던 통진당은 폭력사태까지 겪은 끝에 결국 둘로 쪼개졌다.

이후 이 의원은 '통진당 저격수'로 변신했다. 통진당의 모 의원이 "장군님 상중이니 술을 자제하라"고 발언한 내용을 폭로했고, 이석기 의원이 자신이 설립한 CNC를 통해 선거비용을 부풀려 빼돌려 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이 털어놓은 통진당과 관련한 폭로는 무척 위험하고 아찔한 것들이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4월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최초로 폭로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로 어떻게 지냈는가? 통진당 관련 인물들로부터 협박이나 위협을 당하지는 않았는가?
▲ 통진당 부정경선 폭로 이후 당에서 제명이 됐고 제명이 된 이후에는 통진당 쪽 사람들하고는 아예 연락이 끊겼다.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를 백서 형식으로 쓴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내겠다고 하니 (게시판 등에) 밤길 조심하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다.

- 통진당 부정경선과 관련해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형사35부 부장판사 송경근)이 '정당의 당내경선에서 직접투표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판결내용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나?
▲ 그동안 진보정당의 경우 많을 때는 비례대표가 5명까지 나왔다. 따라서 비례대표 5번까지는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당내 경선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나 마찬가지인데 직접 투표의 원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 외에 다른 법원에서는 유죄판결이 나왔고, 이 역시 2심으로 넘어가면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부정을 목격했다고 하더라도 내부고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당시 통진당 내부에서는 부정경선과 관련한 이야기가 이미 돌고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지 못했다고 들었다. 내부고발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 당시 당내에서 이미 많은 당원들이 부정경선 의혹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 게시판에도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당시 사무국을 점령하고 있던 통진당 계열 인물들이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당시 이미 부산 금정구의회 현역의원이었고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었고, 실명으로 부정경선 의혹에 대한 글을 당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자 모 일간지 기자가 이를 기사화해 통진당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 이 의원께서는 부정선거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판결을 했는데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있는가?
▲ 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썼다. 그 안에 많은 폭로 내용을 담았다. 일례로 통진당의 경우는 당의 서열보다 경기동부 내부의 서열이 우선이다. 때문에 통진당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이 재선의원인 김선동 의원을 불러서 소위 쪼인트를 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진보언론매체 기자들 중에도 통진당 추종세력이 있다. <한겨레> 통진당 담당기자 중 한 명이 "우리가 어떻게 지켜온 당인데 국회의원 하겠다고 들어온 놈들(노회찬, 심상정 등을 지칭)에게 이 당을 넘기냐"고 발언한 내용들을 책에 담았다.

※ 경기동부연합은 1991년 결성된 NL계열 운동권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지역조직으로서 재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 인사와 경기 동남부지역 학생운동 인사, 성남 재야인사 등을 가리킨다.

이석기 사태, 정국전환용 물타기? "둘 다 팩트다"
'장군님 상중 발언' 진실이기에 고소 못하는 것

-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 이후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져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석기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어떤 관계인가? 일부에서는 정국전환용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주장도 있는데?
▲ 이석기 사태가 터지기 보름 전에 책을 냈다. 책에서 저는 '경기동부 사람들과 이석기 사람들은 종북 성향이 강하고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에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다음 선거 때 투표로 심판해서 이런 당은 없애야 한다'고 적었다. 이석기 의원과는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경기동부 세력이 종북 성향이 강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라도 지역구의 모 의원은 당원들과 술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했고, "당선증을 장군님 영전에 바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 이 의원은 국민참여당 계열로 알고 있다. 통진당을 만들 때 무려 10개월간이나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아는데 이석기 세력의 종북 성향을 몰랐는가? 지금은 분당이 됐지만 정의당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 저는 합당하기 전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이 합당을 결정했을 때 통합을 반대하며 합류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에 유시민 전 대표를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종북문제와 관련해 자기들도 합당하기 전에 종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야기는 했다고 하더라. 그랬더니 그 쪽에서 그 문제는 내부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정작 합당하고 나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 <진보는 죽었다>라는 저서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 경기동부 인사들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끝까지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대선 댓글 물타기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정부분 물타기 의도가 있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석기 사태도 분명한 팩트다. 통진당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을 모두 다 실명으로 기록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썼다. 진보를 가장한 사이비 세력은 두 번 다시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앞에도 잠시 언급이 됐지만 전라도에서 당선된 모 의원이 총선기간 당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장군님 상중이니 술은 자제하라'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통진당 의원 중 전라도 지역구는 김선동(순천곡성) 의원과 오병윤(광주서구을) 의원 뿐이다. 이제는 누군지 밝힐 수 있나? 이후 두 의원이 이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는가?
▲ 전혀 고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차라리 고소하길 바랐다. 충분한 자료가 있고 녹취한 것도 있다. 실명을 밝히고 싶은데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직접 듣고 녹취록을 가진 당사자가 현재 이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밝힐 수가 없을 뿐이다. 경기도당 위원장 안동섭에게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이 쪼인트를 까인 이야기도 방송에서 이미 했다. 그 친구들이 제 블로그 등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왜 고소를 못하겠는가? 제가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나는 정말 명예훼손으로 감옥 가야 한다. 그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소를 못하는 이유는 모든 내용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 지난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재연 의원은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김 의원과의 관련된 경선부정도 확인했다며 때가 되면 밝힐 거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
▲ 사실 김재연 의원과 관련한 내용은 잘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내고 나서 책을 읽은 한 분이 제보를 해주셨다. 당시 통진당 청년 비례대표에 출마했던 분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부정인지도 몰랐는데 경선에서 떨어지고 난 후 김재연 의원 쪽에서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아직 투표를 안 한 사람 명단을 뽑아서 줄 테니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연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해달라는 것이었다. 선거기간 중에는 누가 투표를 했는지 안했는지 보는 것조차 불법이다. 당시엔 이것이 부정인지도 몰랐는데 책을 읽고 나니 부정인 것을 알았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 이외에도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와 관련해 못 다한 이야기가 있는가?

▲ 현재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권 핵심요직에 상당수의 NL과 주사파가 포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운동권 사람들은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주사파의 실체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심상정, 노회찬처럼 노동운동을 해서 무엇을 바꾸자가 아니라 노동운동을 통해 자기 세력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다. 노동운동이 정규직들만을 위한 귀족노조 투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석기 문제는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석기 사태는 재발될 것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도 사실이고, 이석기 사태도 사실이다. 이석기 사태가 부정대선 개입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서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국민들은 투표로 응징해 달라.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청호 의원 프로필>

▲ 사천고등학교 
▲ 강릉대학교 사학과 학사
▲ 부산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 부산광역시 금정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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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