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설 나도는 '안철수신당 리스트'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1: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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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민주호' 버리고 출항 앞둔 '철수호'로 우르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연이은 재보선 참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안세력을 찾는 야권 지지층들의 관심이 이른바 '안철수신당'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며 이달 말까지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야권의 권력 축을 뒤흔들 안철수신당에는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게 될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안철수신당에 참여할 것인가?'이다. 이른바 안철수신당(이하 신당)의 출범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재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이미 각 지역 실행위원들에게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서두르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 연패
어부지리 안철수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광역단체장들의 경우는 2월 초부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안 의원으로서도 더 이상 창당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격 후보등록은 내년 5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으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너무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를 내보낼 경우 준비되지 않은 '급조 후보'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신당행이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엔 민주당의 연이은 재보선 패배도 톡톡히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이후 치러진 두 차례 재보선에서 모두 참패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태다. 비록 지난 4월과 10월 재보선 모두 새누리당 강세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져 선거 패배 그 자체만으로 민주당의 위기를 논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패배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차가운 민심이 반영된 선거였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견제할 대안세력을 찾는 야권 지지층의 관심은 태동을 앞둔 신당으로 쏠리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유력 정치인들의 신당행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시·도지사 및 기초의회 의원들의 신당행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제1야당' 연이은 참패에 뜨는 안철수
민주당, 안철수신당 경계령 내부단속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당 바람이 거센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광주시당의 경우는 신당행을 검토하는 당원을 징계하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인 해당행위가 접수되면 시당 윤리위를 소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모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에게까지 은밀하게 신당으로 이적할 것을 권유하다 당에 발각되기도 했다"며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선 신당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사들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현직 단체장 중 상당수가 신당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당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현재는 관망하고 있지만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신당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밀리자 조금씩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지난 9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백리서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강운태 광주시장이 신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장현 아이안과 원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무명에 가까운 윤 원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강 시장과 오차범위의 접전을 벌인 것은 신당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손잡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강 시장이 신당행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강 시장은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안 의원의 핵심측근인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초청한 특강을 실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호남지역에선 지난 대선과정 안 의원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정의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전북 남원) 의원과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 등이 신당행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안 의원이 어떤 인물을 영입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모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신당의 삼자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신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현재 안 의원이 야권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간접적 연대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신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당 경기지사 후보로는 민주당 손학규 고문이나 손 고문의 최측근인 정장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신당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과 안 의원의 연대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독일에서 생활하던 손 고문은 지난 9월말 재보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귀국했다. 자연스럽게 재보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손 고문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신당행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당초 민주당은 손 고문 재보선 출마카드를 손 고문의 신당행을 막고 손 고문도 재기의 발판을 다지는 윈윈전략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10월 재보선에서 수도권 출마 가능지역이 하필 민주당이 열세인 데다 새누리당의 거물 서청원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화성갑 지역이라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손 고문에게 사실상 승리가능성이 희박한 화성갑 출마를 강요하면서 손 고문이 민주당에 더욱 섭섭함을 느끼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이 사실상 신당행 결심을 굳히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과 손 고문은 작년 대선 때 비밀회동에서 친노세력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들에 대해 비판하며 공감대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안 의원 측은 손 고문을 시작으로 현재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비노계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주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데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철새 이미지로 고생한 바 있는 손 고문이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실적 어려움
극복할 수 있나?

현재 신당 인재영입과 관련,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김성식 전 의원으로 평가되면서 김 전 의원과 관련된 인물들도 신당행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약했던 김 전 의원은 현재 신당의 인재영입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이 과거 한나라당 친이계 출신인 점을 감안한 탓인지 신당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 또한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친이계나 탈박계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이 몸담고 있는 '6인 모임'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6인 모임은 민주당 김영춘, 김부겸, 정장선 전 의원과 새누리당 홍정욱 전 의원,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 등이 지난해 4월 총선 후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김 전 의원이 안철수캠프에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6인 모임 멤버들과 접한 안 의원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과 조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인 모임 멤버 중 일부나 대다수가 신당행으로 가닥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 인사도 꿈틀, 민주당 시대 끝? 
"찻잔 속 태풍 될 수도" 여전한 우려

가장 최근에는 한때 박근혜정부의 황태자로 불렸으나 항명사태로 새누리당 내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고 있는 진영 전 복지부장관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재오 의원과 함께 신당으로 갈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달 중순 출범을 앞두고 있는 '평화민주국민동행'과 신당과의 관계설정도 주목할 만하다. 평화민주국민동행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원로인 김덕룡, 권노갑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정치모임이다. 이 모임은 중도세력 정치인과 시민사회 원로, 청년진영 등이 참여하며 기존의 양당 구조를 뛰어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무척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일단 원로들과의 연대가 '새정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원로들의 조언이 신생정당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원로 참여?
의외의 인맥도

안 의원이 IT벤처 기업인 출신인 만큼 그의 IT 인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안 의원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현 소풍 대표)나,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변대규 휴맥스 대표 등이 안 의원의 가장 든든한 IT 인맥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인 '내일'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이들이 신당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의 경우 비록 정치경험은 없지만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큰 파급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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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