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한 주의 국감스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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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질의로 '눈길'…국감다운 국감 만든 4인방

[일요시사=정치팀] 한해 정부 및 각 부처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 및 비판의 유일한 장인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1월2일까지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늘 그래왔듯이 국정감사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약속의 땅'으로도 불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상 국정감사 현장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피감기관과 의원들 간에 피하지 못할 날선 공방전도 오간다. 올해는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 농사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상임위원들은 ‘양명’에 기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시사>는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정무위원회)
"과세 사각지대? 11살 어린이가 120억 보유"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지난 17일 20세 미만 미성년 금융기관 부자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16개 은행의 미성년자 예금계좌 중 증여세 부과 대상(1500만원 이상) 계좌는 총 5만4728좌(1조7467억33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계좌는 1320좌(2012억3500만원), 5억원 이상 계좌는 92좌(1696억2400만원) 이며 증권사의 미성년자 예금계좌 중 증여세 부과 대상 계좌는 1578좌(1064억1900만원)다.

미성년자 예금잔액 중 주요고객계좌를 보면 10대 미성년자들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예금잔액을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세 어린이가 120억원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세율은 금액대별로 10~50%의 세율을 적용한다.

박 의원은 5억원 초과금액에 대해 30%의 증여세율을 적용할 경우 최소 은행권 미성년자 예금에서만 21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증권사 미성년자 예치금에서는 181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통계연보 중 미성년자 증여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1년 5441명만 증여세를 신고해 은행과 증권사 1500만원 과세대상 계좌 5만6306좌의 9.7%에 그치고 있다.


그는 "국세청의 2010~2012년의 증여세 결정현황 중 수증인의 연령이 20세 미만에 대한 결정현황은 2010년 1118억원, 2011년 1505억원, 2012년 1361억원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인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고자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작 20세 미만 미성년 금융기관 부자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 고객 예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 (안전행정위원회)
"집회신고 후 93%는 미개최, 경찰력 낭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경기 이천)은 지난 16일 노동조합이 서울 시내에서 집회·시위를 하겠다며 신고한 집회 중 실제 개최율은 7%에 불과해 경찰 행정인력, 경비인력 등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이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건수는 모두 1만8897건이었고 이중 실제 개최된 건수는 1315건으로 개최율이 7%였다.

남대문경찰서가 관할지역에서 신고 접수된 집회 가운데 2013건이 개최되지 않아 미개최 집회가 가장 많았다. 이어 수서경찰서 관할지역 1873건, 성동경찰서 관할지역 1793건, 영등포경찰서 관할지역 1322건 등 순이었다. 미개최 집회는 대부분 타워크레인 근로자 관련노조나 전국건설노조 등 건설업 관련노조와 금속노조, 금융 관련노조, 비정규직 관련노조 등이 신고한 집회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현행 집시법은 집회신고를 해놓고 개최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경찰관서에 통보하도록 의무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를 어겨도 법적 제재조치가 없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는 등 유령집회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신고 후 개최하지 않는 유령집회는 타인의 집회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경찰 행정력과 경비인력 낭비 등 요인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소비자는 삼성의 봉인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무소속 강동원 의원(남원·순창)은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해외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국내에서는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이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비싸다는 지적에도 휴대폰 원가는 영업 비밀이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자 강 의원은 "국내 소비자는 삼성의 봉이냐"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갤럭시노트3가 국내 출고가는 106만 7000원인데, 해외에서는 70~90만원으로 판매 된다"며 "미국의 경우 29만원 정도가 국내 출시 가격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에 백 부사장은 "동일 모델이라도 제품 사양이나 해당 국가 통신시장 구조, 세금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삼성전자 반박자료에는 국내용에는 DMB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갤럭시S3 LTE 제품은 DMB 부품이 포함되지 않는 모델과 포함된 모델이 9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갤럭시 노트3는 29만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품에는 예비배터리와 거치대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고, 해외 소비자의 경우 별도의 AS 비용이 지급한다는 것은 삼성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유통구조가 나라마다 다르고 보조금 때문에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은 출고 가격이 높게 측정됐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출고가가 기초 단계부터 인하돼야 한다"며 "전문기관이 낸 입장인데 삼성에서 온갖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 (국방위원회)
김광진 질의에 새누리당 위원장조차 공분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김광진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방사청의 안일한 근무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특전사가 사용하는 야전배낭이 지난 3월 신형으로 교체됐지만, 성능은 구형보다도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0년 납품된 구형 특전배낭은 물에 떨어뜨린 지 10분이 지나도 젖지 않았지만, 신형 배낭은 실험 5분 만에 완전히 물에 젖었다. 이유는 이 배낭을 납품한 업체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두겹짜리 나일론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한겹짜리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한겹짜리 원단은 두겹보다 2000~2700원 가량 가격이 싸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기존 특전배낭 재질의 단가보다도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 더구나 이 업체는 제안서에는 개당가격을 14만원으로 제시했으나, 개발 완료 후 배낭가격은 기존보다 2.5배 늘어난 37만원으로 납품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신형 특전사 야전배낭이 실제로 5분안에 물에 젖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와 국감장에서 틀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방사청 직원의 안일한 근무태도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방사청 직원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니 '물이 새면 랩으로 싸서 쓰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며 "방사청 직원들의 인식이 실상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질의에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발끈했다. 유 위원장은 방사청장에게 직접 해당 직원을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지적했으며 야전배낭 문제점에 대한 추후 상세 보고도 요구했다. 이날 김 의원은 신형 특전사 야전배낭을 제작한 해당 방산업체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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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