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흔드는 '문고리 권력'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4: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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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여왕'(?) 스스로 자초한 '인의 장막'에 갇혔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가 '문고리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8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 이후 정치권에서는 문고리 권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미 김 실장은 '부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김 실장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통령 면담요청을 거부해 '진영 사퇴파동'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를 흔드는 문고리 권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인의 장막', '문고리 권력' 등의 논란을 겪어왔다. 박 대통령의 보좌진들은 박 대통령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때부터 웬만한 국회의원 못지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논란을 촉발한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11년 발생했던 일명 '박근혜 쪽지 사건'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다음해 4·11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상태였다.

박심 얻어
호가호위?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쇄신파와 친박계 사이에서 재창당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자 친박계 의원들은 당 개혁과 거리가 먼 퇴행적 메시지를 '박근혜의 뜻'이라며 쇄신파에 전달해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쪽지에는 '재창당 거부' '총선까지 전권을 가진 비대위 구성' '당권·대권 분리 당헌 유지' 등 3개 사항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일부 친박 의원들은 '박근혜의 뜻'이라며 "공천권을 달라"고 했다가 호가호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쇄신파였던 한나라당 김성식 전 의원은 쇄신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대화하길 희망했으나 박 대통령이 대화창구로 지목한 의원은 "재창당 문구가 있는데 어떻게 전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거절해 쇄신파의 뜻을 전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한 마디에 새누리당 지도부 '우르르'
'왕실장' 아니라면서 왕실장 행보 가속화

논란이 거세지자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직접 박 대통령을 찾아가 "정말 본인의 뜻이냐"고 물었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시부터 이미 박 대통령은 문고리 권력에 가로막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문고리 권력 논란은 이후로도 끊이질 않았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해 4월 박 대통령의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 논란에 대한 초기 대응과 관련, "박 위원장(현 박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며 '허위보고' 의혹을 제기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평의원인데도 (측근을 거치지 않고는) 이렇게 만나기 어렵고 소통하기 어려운데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더 만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며 박 대통령을 둘러싼 문고리 권력을 우려하기도 했다.

오래된 고질병
심해져 불치병

그런 우려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여름휴가가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기용은 여러모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고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인물이었다. 대표적인 공안통인 그는 법무부 장관 신분으로 '초원복집사건'에도 연루됐었던 인물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초원복집사건은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이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김영삼 민자당대통령후보 지원을 위한 대책회의를 하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김 실장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보다 나이와 사법연수원 기수에서 한참 선배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임명한 것은 청와대가 정부와 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김 실장에 대해 정치권에서 '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이유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에 있어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며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단행 이후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권력 논란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김 실장은 이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논란, 진영 전 장관 사퇴 논란 등에서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난 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결산심사는 마치 '김기춘 성토장'과도 같았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청와대 기획·배후설을 주장하며 시종일관 김 실장을 몰아 붙였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김 실장을 향해 "소통의 문이 되겠다고 했지만 현재 상태는 불통의 벽으로 그것도 철벽이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운영위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점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가 김 실장에게 거절당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였다.

모 일간지는 "진 전 장관이 복지부의 최종안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최초 수용된 뒤 갑자기 뒤집히자 직접 해명하기를 원했고, 이 문제를 김 실장과도 논의한 뒤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자신이 주도한 수정안을 마치 진 전 장관이 동의한 안인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야당의원들의 책임추궁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향후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진 전 장관은 친박 핵심 중의 핵심인사였다. 그런 진 전 장관조차 문고리 권력에 가로막혀 자신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없었다면 현재 박근혜정부는 문고리 권력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인 진 전 장관은 이 같은 보도가 있은 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또 최 고용복지수석이 자신이 주도한 수정안을 마치 진 전 장관이 동의한 안인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사실이라면 문고리 권력을 이용한 횡포가 김 실장 이하 청와대 비서진들 사이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김 실장은 지난 1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지면서 스스로 문고리 권력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아무리 순수한 의도를 가진 만찬이라고 해도 임명직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출직인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불러 공식적으로 만찬을 가지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당장 민주당은 김 실장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진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에 가는 것은 대통령 초청에 응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예인데 대통령 비서실장 초청으로 식사자리를 한 것은 참 어색하다"며 "대통령 주재 자리에서 (논의가) 있을법한 현안과 인사 난맥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한 것도 참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당시 만찬자리에서 김 실장은 '왕실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언급하며 "언론들이 하도 그래서(써서) 운신을 못하겠다. 방구 뀐 것까지 다 소문이 난다"며 "나는 대통령의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께 전할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실장 아니다?
누가 봐도 왕실장

하지만 야권은 자신은 왕실장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김 실장이 왕실장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새누리당 의원들 간에 벌어진 언쟁도 문고리 권력화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난 사례로 지적된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예산결산 심사가 끝난 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주재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뒤풀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준우 수석을 비롯해 여야 원내지도부가 참석했다. 식사 도중 민주당 정성호 수석부대표가 "예전에는 정무수석이 여야를 넘나들면서 의원들을 만났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전횡 "도 넘었나?"
각종 기획설 배후로 지목되며 '시끌시끌'
 


하지만 박 수석이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왜 아무 말이 없느냐. 정무수석은 뭐하는 사람이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날 해프닝이 전해지자 청와대의 불통에 대한 여야의 쌓인 불만이 박 수석에게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올해 8월 초 박 대통령이 정무수석에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수석을 임명하자 정치권은 의아해 했다. 정무수석은 정치현안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야 하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정무수석은 중진 정치인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박근혜정부에는 과거 정권과는 달리 국회와의 소통 창구였던 정무(특임)장관도 없다. 때문에 박 수석 임명은 박 대통령 스스로 정치권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인의 장막에 갇히기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비서정치 폐단
반드시 개선해야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권력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은 비서정치의 폐단에 대한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항명하는 이는 곁에 두려 하지 않는 성향 탓에 자신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문고리 권력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해 "귀족 출신에 세력 또한 압도적이었던 항우가 유방에게 진 이유에 대해 '항우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오직 항(項)씨 일가나 처남들만 총애하고 신임했다'는 구절이 있다"며 "문고리 권력에 둘러싸인 대통령은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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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