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민주당 '호남 고지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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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진짜 적'은 새누리 아닌 민주당?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독자세력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안 의원이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 안 의원이 제일 먼저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 의원과 민주당 간의 '호남 고지전'이 시작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 세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은 지난달 29일 전북도의회와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권의 정치세력화를 담당할 호남권 지역 실행위원 68명(광주-전남 43명, 전북 25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호남권 간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일'의 윤석규 선임조직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차 실행위원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중견 활동가, 법조·의료·노무·교육분야 전문직 종사자, 노동·농민단체 활동가, 군 예비역 장성, 전·현직 지방의원과 전직 고위공무원, 중소기업인 등이 망라됐다"며 "호남에서 일당 독주체제를 극복하고 정치혁신을 바라는 시·도민의 열망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은 이번 1차 실행위원 발표를 계기로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내일'은 또 이날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된 총 23명의 자문위원 명단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위원장으로 강인철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등 지난 대선캠프 시절부터 안 의원과 함께해 온 인사들을 주축으로 총 38명에 이르는 기획위원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새 인물?
반 민주당

안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실행위원들의 면면에 대해 '이삭줍기' '민주당 기웃 인사' 등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의원이 호남지역 실행위원 68명을 발표한데 대해 "만약에 야권분열의 단초가 돼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안 의원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호남 방문 하루 전 실행위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놓고는 김 대표의 호남 방문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광주와 전남 해남·목포 등을 돌며 전국 순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밀리면 죽는다" 호남 두고 사생결단
불쾌한 민주당 "결국 야권분열 될 것" 

사실 호남을 둘러싼 안 의원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안 의원은 지난 4·24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후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했었다. 이후 안 의원은 꾸준히 호남지역을 공략해왔고 민주당 역시 안 의원에 맞서 호남민심 다잡기에 애를 써왔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호남지역 지지도가 민주당을 뛰어넘기도 하자 호남을 사이에 둔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과열되어 왔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과 한 배를 탔던 민주당은 안 의원이 호남 공략전에 나선 이후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 의원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영남 독점 구도를 깨주는 데 앞장서야만 야권이 연합연대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안 의원은) 민주당의 구도를 깨려고 호남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세력화의 첫 장소로 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의 중요성
제2의 김대중?

우선 가장 큰 이유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꼽힌다. 안 의원의 세력은 현재 호남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내일은 타 지역 실행위원에 대해서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전국적으로 세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은 대전에서만 실행위원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도에서는 안 의원의 고향인 부산에서만 실행위원들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안철수 신당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과 경기도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호남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의원의 인재풀이 매우 빈약하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호남지역 실행위원들의 면면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전북 실행위원에는 민주당 정동영(DY) 상임고문 사람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 실행위원 인선 실무를 맡은 정기남 위원(전 안철수 후보 비서실 부실장)은 DY의 보좌관을 오래 한 측근 출신이다. 또 DY의 전주고 후배로 1996년 초대 보좌관을 지낸 김관수씨는 기획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DY 조직을 총괄했던 이학노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배병옥 ㈜하늘드림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상복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 최만열 전북희망조합 회장, 이영호 전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추진단장 등 다른 DY계 인물들도 실행위원에 포함됐다.

광주·전남 지역의 43명 실행위원에도 전 민주당 광주시당 조직국장, 전 민주당 대표 정무특보, 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물들을 보면 이미 민주당 당직을 가지고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치원로로 평가받으며 때만 되면 지역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자리를 노리고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게다가 상당수는 실행위원 명단 발표 때까지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명단 발표 하루 전에야 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인물들도 있었다.

호남 고지전
밀리면 끝장

때문에 일부에선 안철수 신당이 겉으로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 머물고 말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 정치를 표방하던 안 의원이 결국 지지율이 높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택함으로써 '안전제일주의'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반면 안 의원이 사실상 제1야당의 지위를 노리고 민주당에 정면승부를 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안 의원의 경쟁상대가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공략함으로써 민주당과의 경쟁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며 "호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다.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어 온 곳에서 선전한다면 현재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민주당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의 경쟁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이 호남을 집중공략하더라도 호남당으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며 호남을 발판으로 수도권은 물론이고 영남까지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다음 대권 도전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안 의원의 호남 진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패하고 나면 사실상 이빨 빠진 제1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호남지역의 경우는 오랜 기간 민주당이 일당독재 수준으로 집권을 해오면서 선거 때만 되면 공천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해왔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까지 이어지자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염증은 극에 달했고, 민주당을 대신할 새로운 정당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러한 지역의 분위기를 재빠르게 읽어낸 안 의원 세력이 호남 공략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인물선정 잡탕? 인선 실패했나?
호남 기반으로 대권까지 직행?

또 호남에선 친노계가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 동교동계가 박근혜정부로 대거 이동하면서 무주공산이 돼버렸다. 이런 틈을 노려 호남지역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경우 향후 정치행보에서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일의 윤석규 선임팀장은 "호남의 지지세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호남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안 의원의 조직 구성원의 면면이 호남세가 너무 강해 자연스럽게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꾀하게 된 것일 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좋은 상황에서 호남에서부터 세력화를 시작한 것은 다소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안 의원이 전국정당, 새로운 정당을 표방하면 절대 호남에서 먼저 세력화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태풍?
호남 미풍?

특히 이번 호남지역 인선을 놓고는 "일부 인선의 경우는 새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안 의원조차 내부 조직의 알력다툼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호남을 자신의 첫 정치세력화 지역으로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들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 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 의원과 민주당의 호남 고지전은 지독한 소모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칫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야권 정치지형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호남 고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 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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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