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청원' 친박-친무 대박격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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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흔드는 손, 배후는 김무성?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10월 재보선 화성갑에 출마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겉보기엔 서 고문의 비리전력을 문제 삼은 소장파와 수뇌부 간의 단순한 의견대립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차기 당권주자 간의 파워게임이란 분석이다. 만약 10월 재보선을 통해 서 고문이 국회로 돌아온다면 새누리당은 더 큰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 고문의 복귀가 몰고 올 후폭풍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3일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후보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을 최종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서 고문의 공천 여부를 두고 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당내 소장그룹인 김성태, 박민식, 이장우, 조해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 고문의 공천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성범죄,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한 원칙"이라며 "공천의 기준을 부인하고 특정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공천을 진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공천
청와대 지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서 고문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형 확정' '특정인의 명예회복' 등의 우회적 표현을 통해 서 고문을 지목했다. 서 고문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차떼기사건과 2008년 공천헌금수수사건으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서 고문의 공천과정에서는 한때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권에 나돈 청와대 개입설의 골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서 고문을 공천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청와대에서 누구를 공천하라고 하는 건 분명하게 없다. 청와대는 당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올드 친박' 서청원 귀환에 불안한 세력들 
소외된 친이·비박, 김무성 중심으로 결집


그러나 홍 사무총장은 공천심사 기간 내내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홍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달 23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천심사를 앞두고 지난 8월에는 서 고문과 홍 사무총장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이 MB정권의 마지막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계 인사란 점을 들어 당시부터 이미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만약 서 고문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의 역학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6선 국회의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7선 고지에 올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함께 현역 최다선 의원이 된다.

내부 반발
김무성의 뜻?

따라서 박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하반기 국회의장이든 당대표든 여러 가지 포지션에 기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고문은 지난 2일 화성시의회에서 가진 출마선언 기자회견자리에서 '차기 당권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당선이) 되지도 않았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 고문이 당 안팎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 고문이 재보선 실시 지역이 휠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7월 재보선을 택했다면 국회 복귀과정은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2곳에서 실시되는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내년 5월 실시될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나 내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서 고문의 화성갑 출마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쪽은 야당이 아닌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때문에 서 고문이 화성갑 출마를 선언했을 때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 것도 김 의원과의 차기 당권경쟁 여부였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또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후반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가 서 고문을 통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서 고문의 공천을 정면으로 반박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놓고는 배후에 김무성 의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무계(친김무성계)'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김 의원의 지지로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을 꺾고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된 전력이 있다. 박민식 의원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무성 지원설'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조해진 의원 역시 경남 지역구 의원으로 경남의 맹주로 통하는 김 의원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의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 "본인들은 당을 위해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또 지역연고 없이 출마해 당선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고문의 공천을 막기 위해 사실상 친무계가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소장파 의원들은 기자회견 직전 다른 동료의원들에게도 서 고문 공천 반대 기자회견에 동참해 할 것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친박계도 반기
다가오는 결전

박민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들이 시간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제 동참을 많이 못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저희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실제 여러 의원들과도 접촉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친무계를 뚜렷하게 세력화하려고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친무계로의 이동을 타진하고 있는 의원들도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돼 공개적으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사는 고작 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새누리당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장우 의원이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충청권 친박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친박-친무 당권 대전쟁
화성갑 재보선 후 새누리 역학구도 바뀐다

이 의원은 소신에 따른 행동일 뿐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서 고문의 공천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알려진 마당에 친박인사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것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박 내부에서도 친무계로의 갈아타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대거 친무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 고문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조해진,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 인사다.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계에서는 서 고문이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권력으로 평가받는 친무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무성 의원은 친이계 의원들과도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0년에는 친이계 의원들의 지지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당내 일부 중진들도 반(反)서청원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反)서청원'
중진도 포함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을 인물로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서 고문의 복귀는 국회 내 요직을 노리는 다른 중진의원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청원 카드는 결국 청와대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당내 중진들의 반발기류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새누리당 중진들의 활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 고문의 복귀로 반서청원 세력이 친무계로 급속도로 결집하게 된다면 향후 친박계와 친무계는 필연적으로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과 친무 간의 피 말리는 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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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