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6: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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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합법적인 '갑의 횡포'

[일요시사=정치팀] 최근 국회는 연일 문전성시다.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앞두고 한창 바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 가만히 있다가 돌연 정기국회 기간에 갑자기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원들이 갑작스레 문학에 심취하기라도 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비밀을 추적해봤다.




지난 3일, 국회 제2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이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등은 화환을 보내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이날 도착한 화환은 80여 개로 행사장을 빙 둘러싸고도 남았다.

출판기념회?

420석 규모의 행사장은 빈자리가 없었고, 눈도장만 찍고 다녀간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참석자가 1000명은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됐다. 출판기념회를 위해 이 의원 측이 준비한 1600권 정도의 책은 금방 동이 났다. 판매대에 있는 직원들은 주소를 남겨놓으면 따로 책을 보내주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이 발표한 책은 자신의 신앙 간증집인 <동행>이다. 이 책은 총239쪽 분량으로 47년 만에 공천장을 들고 찾은 고향의 환대와 지난 총선 때 뇌졸중에도 선거를 치렀던 경험, 가족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사려고 출판기념회장을 찾은 인파만 보면 분명 베스트셀러감인데 정작 내용은 그렇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결위원장은 내년도 예산 심사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예산결산심사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산확보가 중요한 각 장관과 공공기관장, 여야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이라 피감기관장들도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이후 많은 언론들로부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일 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경남 통영시민회관에서 또 한번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서울에서의 출판기념회와 마찬가지로 통영에서의 출판기념회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의원 측은 자신의 출판기념회가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것과 관련 "예결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10월 중순에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아니겠냐"며 "6월에 책을 완성하고 행사장을 대관하려다보니 예약이 밀려 어쩔 수 없이 9월에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 측은 또 출판기념회를 두 번 열게 된 것에 대해서는 "서울에서만 출판기념회를 열어도 지역구에서 오실 분들은 다 오신다"며 "하지만 지역구인 경남 통영이 워낙 멀기 때문에 서울에서만 출판기념회를 열면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신다. 그 분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예결위원장이 되기 이전에도 출판기념회는 서울과 지역에서 두 번씩 열었다"고 밝혔다.

예결위원장이 부르는데 안갈 도리 없어
한도 없고 회계보고 의무 없는 '쌈짓돈'

한편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출판기념회에 나서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 의원뿐만이 아니다. 정기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 2일에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민주당 정호준 의원<길위에 서다>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또 3일에는 민주당 노영민 의원<노영민, 그의 삶과 지적 편력>이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4일에는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과 5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도 잇달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외에도 6일 민주당 유은혜 의원<유은혜와 꽃이 피는 만남>, 9일 민주당 김영주 의원<영등포의 정치와 문화이야기>, 11일 민주당 유대운 의원<유대운의 강북정치>, 16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등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출판기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의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기념회는 책을 팔고 책값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모금행사다. 하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상 어떤 규제도 없다. 선관위가 출판기념회를 경조사와 비슷한 성격으로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개인돈이다. 모금 한도도 없고 회계보고를 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개인이나 단체가 책을 아무리 많이 사거나 책값보다 다소 많은 돈을 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출판축하금도 낸다. 책을 파는 것 이외에 축하금을 전달하는 경우에도 통상수준에서 주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도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기준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사실상 출판기념회에서 모으는 돈은 정치자금 단속의 사각지대라는 말이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들이 왜 굳이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사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앞 다퉈 출판기념회를 여는지 납득이 된다.

강제모금회?

정치전문가들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대해 "굳이 정기국회 기간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본인들은 그런 뜻이 없었다고 해도 자칫 예산심의, 국정감사와 관련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매년 이 시기엔 온갖 정부기관·단체·지역구에서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거나 국정감사와 관련한 청탁이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출판기념회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책값의 회계처리를 의무화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행사 축하금이나 정가 이상의 책값은 정치후원금으로 규정해 정치자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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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