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고공행진의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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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장외투쟁 중인데 '묻지마 지지율'?

[일요시사=정치팀]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차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2번째로 높다. 야권이 국정원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 6개월을 맞이했다. 5년의 임기 중 10분의 1이 지난 것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2일 전국 성인 남녀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 박 대통령은 59%의 지지율을 기록해 전주 대비 지지율이 5%p나 상승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취임 6개월차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2위에 해당한다.

역대 2위 지지율
야권은 어리둥절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만 하더라도 국정지지도가 40%대를 맴돌며 취임 1년차 1분기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취임 6개월 차에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대통령은 14대 김영삼 대통령(83%)이었고,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56%,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53%였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29%,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23%로 역대 대통령 중 취임 6개월차 지지율 꼴찌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청와대 개방과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를 단행해 큰 인기를 얻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고, IMF 구제금융 위기 때 강한 리더십으로 국민통합을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도 앞서는 기록이다.

이 같이 높은 지지율은 야권이 국정원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악의 정치상황 속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권의 장외투쟁 속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얻자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 보수결집 효과
비정상의 정상화, 진보진영도 지지

이들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심할 경우 지지율의 격차가 25% 가까이 벌어지기도 한 점과 같은 내용이라도 질의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얼마든지 상이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6개월은 원칙과 신뢰를 쌓는 토대를 만드는 기간이었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기 지지율이 하락했던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상승했다. 국민들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착각해선 안 된다. 지지 이유가 분명치 않고 견고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신기루 같은 환상거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도 "지난 지지율은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나온 국민의 기대심리"라며 "초기 인사 문제나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등 공약 말 바꾸기, 전력대란 세금대란 등 각종 대란이 발생해도 국민 지지가 높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단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결산국회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지율 질주
장외투쟁도 못 막아


박 대통령의 취임 후 6개월간의 지지율 변화 추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54.8%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 당시 얻은 득표율 51.6%보다 높은 지지율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3월 마지막주 지지율은 45%대까지 떨어졌다. 4월에는 지지율이 다시 조금씩 올랐다. 특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이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5월은 다시 시련의 시간이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5월 첫째 주 지지율은 50%를 넘어섰고 둘째 주 지지율은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중 성추행사건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p 가량이나 급락했다. 이외에도 중국 방문, 증세논란, 국정원 국정조사, NLL 대화록 논란 등 주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요동쳤다.

그렇다면 취임 6개월차를 맞이해 국정원 사태와 증세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꼽는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 중 28%는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사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처음부터 큰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와 함께 남북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공단 중단 위협 이후 시종일관 단호한 대처로 결국 개성공단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대북관계에 있어 '저자세 외교' 논란을 겪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협상타결 과정에서의 북한의 태도변화는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군통수권자다. 대선기간부터 과연 여성 군통수권자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미사일 발사 위협 등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도발 위협을 겪으면서도 이를 비교적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점이 높은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단호한 대북정책

특히 안보는 보수세력을 집결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평소 진보진영의 대북정책을 '북한에게 끌려다니기만 한다'며 비판해왔던 보수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북기조를 환영했고, 이를 계기로 보수가 결집하면서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내치에서는 인사잡음과 대선공약 후퇴 논란, 국정원 사태 등으로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지만 성공적인 방미, 방중 등 주로 외교적인 부분에서 이를 만회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이유는 박 대통령의 ‘선긋기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NLL과 국정원 등 각종 정치적 이슈가 부각됐음에도 정치현안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민생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치전문가들은 "야권이 박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해도 대응하지 않고 민생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박 대통령의 대응은 일각에선 불통이라며 비판을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라며 "박근혜정부 출범 후 연일 이어진 정쟁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와 선 긋기, 불통 또는 민생
높은 지지율 이유로 일방통행은 안돼

다른 정치전문가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어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을 여러 차례 하는 바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박 대통령의 침묵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묵직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안정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이유는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이를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모토로 삼아왔다. 그 결과 이전 정부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개혁이 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이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진보진영의 마음까지도 움직였다는 평가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추징금 환수 작업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했으나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이중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과 그 일가는 이후에도 호화 생활을 영위하며 국민들을 우롱해왔다.

복합적 요인
차분히 돌아봐야

그러다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검찰은 수사를 통해 경기도 오산 땅과 서울 한남동 땅 등 800억원대에 이르는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 재산을 압류하고,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근혜정부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 비리에 대한 수사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와 판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해졌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권 초반 기대 심리 탓이라는 분석과 지역과 보수진영을 기반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 때문이라는 분석, 야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분석 등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이처럼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임기 초반 힘 있게 국정을 펼쳐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높은 지지율에 도취해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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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