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소망교회 발길 끊은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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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목사 간 알력 다툼에 30년 인연 뚝?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소망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의 설립 초기 멤버이며, 교회 장로가 되기 위해 수년간 직접 주차봉사활동을 했을 정도로 교회 내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고소영 인사(고려대·소망교회·영남)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소망교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소망교회를 찾지 않고 있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소망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첫 일요일이었던 지난 3월3일 소망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했지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소망교회에 나오지 않았다고 소망교회 관계자는 전했다. 벌써 6개월째다.

유별난 교회사랑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는 신도 수만 7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5대 대형교회 중 하나다.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교회였지만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78년부터 소망교회를 다녔다. 소망교회가 설립된 바로 다음해다.

소망교회는 1981년 현재의 부지에 자리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당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 전 대통령이 교회에 지원을 해 줄 정도로 그의 소망교회 사랑은 각별했다. 또 소망교회에서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봉사활동이 중요한데, 이 전 대통령은 장로가 되기 위해 수년간 직접 주차 봉사활동을 했을 정도로 교회 내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비로소 장로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엔 이른바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임명한 고위공직자 총 3300여명 가운데 소망교회 출신은 이경숙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4명에 불과했다며 고소영 인사가 아니라고 적극 항변했지만 특정 교회에서 한 정권의 고위공직자가 4명이나 배출된 사실도 무척 드문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렇듯 소망교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소망교회를 찾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대통령 측은 현재 소망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추측만이 나돌 뿐이다.

가장 유력한 설은 소망교회 내 벌어지고 있는 전임 목사와 현 목사 간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이다. 소망교회는 설립자인 곽선희 전 목사가 물러나고 2003년 김지철 현 목사가 담임을 맡으면서 신도들 사이에 파벌이 조성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곽 전 목사는 지난 2003년 만 70세가 되면서 교회법상 정년퇴임했다.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김 목사다.

곽 전 목사 측 교인들은 김 목사가 부임한 후 곽 전 목사 측 사람들을 주요 자리에서 밀어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1년엔 김 목사가 곽 전 목사의 비서팀에 있었던 부목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들은 김 목사가 자신들을 갑작스럽게 해임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김 목사를 찾아왔다가 감정이 격해지자 폭행까지 저지른 것이었다. 김 목사를 폭행한 최 모 부목사는 사건 발생 석 달 전 김 목사로부터 일방적인 부목사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교회를 상대로 소송 중이었다.

이권 다툼에 교인끼리 비방하고 난투극까지
경호 어렵고 복잡한 정치상황, 개인사정 때문?

또 곽 전 목사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김 목사의 비리 의혹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들은 "김 목사는 '상담 목사' 자리를 자신의 부인에게 넘기기 위해 부인의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목사 안수를 받도록 했다"며 또 "제2교육관을 짓겠다며 땅 구입을 독단적으로 결정해놓고 44억원짜리 땅을 70억원에 산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하며 김 목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목사 측은 "곽 전 목사 측이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기 위해 김 목사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실제로 곽 전 목사는 담임목사 은퇴를 앞두고 분당에 200억 원대 교회를 지으면서 소망교회 재정으로 130억이나 지원해 변칙 세습논란에 휩싸였었다. 이 교회는 곽 목사의 아들인 곽요셉 목사가 시무할 교회였기 때문이다. 곽 전 목사는 현재 아들이 담임목사로 있는 분당 예수소망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설교하고 있다.

이처럼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 간의 알력 다툼이 계속 되면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양측이 연루된 크고 작은 소송만 4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소망교회 내분은 지난 3월 김 목사의 무혐의 처분 이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때문에 소망교회에서 만난 한 신도는 "소망교회 내 갈등은 벌써 10년이 넘은 이야기다. 게다가 최근에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교회 내 갈등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 내외가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 전 목사와 소망교회의 성장을 함께 이뤄냈던 이 전 대통령인 만큼 전임목사와 현 목사 간 내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다니는 것을 불편해 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각에선 다른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이나 국정원 사건 등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잦은 외부활동이 언론에 노출될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이 전 대통령이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개인사무실을 마련하고 활발한 외부활동을 펼칠 것을 예고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일정 없이 두문불출하고 있다. 소망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숨겨진 이유는?

또 다른 주장도 있다. 소망교회는 너무 교인이 많아 이 전 대통령을 제대로 경호하기가 어려워 좀더 한적한 교회를 물색 중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이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몰려드는 인파와 경호인력으로 인해 주위가 마비되다시피 해 이 전 대통령이 주민들과 교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한적한 교회를 찾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소영 내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의 특별한 인연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망교회도 정권 교체 중?  
박근혜 대통령 남동생 부부에 스포트라이트

 
소망교회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소망교회에는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부부인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전 법무법인 새빛 대표)도 신자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박 회장이 서 변호사와 결혼식을 올릴 때 소망교회 설립자인 곽선희 원로목사가 주례를 맡았었다. 서 변호사는 원래 불교신자였으나 결혼 후 기독교로 개종해 남편을 따라 소망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을 소망교회로 이끈 사람은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소망교회의 집사였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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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