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고향 발전사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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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면 "당연한 것!" 낙후되면 "웬 역차별?"

[일요시사=정치팀] 국내 경기가 아무리 냉랭해도 대통령의 고향은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특혜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고향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구태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향은 그동안 어떤 특혜를 받아왔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역대 대통령의 고향 발전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는 줄곧 해외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왔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국내엔 없었고 지연을 이유로 특혜를 입은 지역도 딱히 없었다.

대통령의 힘
대도시로 탈바꿈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향은 충청남도 아산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역시 채 2년이 되지 않은 임기로 고향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대통령의 고향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입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였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구미다.

구미는 역대 대통령 고향 중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구미는 인구 2만의 작은 농업도시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구미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현재는 연간 35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국가산업의 전진기지로 발돋움 했다.

정부가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은 구미가 풍부한 용수와 노동력, 편리한 교통 등 내륙이지만 수출 공업단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묻지마 투자'로 야당 반발 직면하기도
취임만 해도 기대심리로 부동산 호황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인지 단지 입지조건이 맞았기 때문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어찌됐든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인구 2만의 구미시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인구 50만의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최 전 대통령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시. 하지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1년도 채 지키지 못했다. 최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대통령직을 역임했다는 불명예스런 기록의 소유자다. 당연히 고향이 혜택을 받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자신의 모교인 원주초등학교의 도서관 신축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하고 편지도 직접 써 보냈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관계 인사들과 만날 때면 낙후된 강원도와 원주 발전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후문이다.

수십년 묵은 사업도
한마디에 OK

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를 차지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 사랑은 무척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합천은 인근에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가장 큰 변화는 전 전 대통령이 합천에 합천댐을 건설한 것이다. 합천댐은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84년 4월 본격 착공해 1988년 12월 준공했다. 합천은 다목적댐인 합천댐의 건설로 홍수조절과 수력발전은 물론이고 훗날 관광지로 변모하며 크게 발전했다. 합천댐 건설과 도로정비는 전 전 대통령의 막후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합천댐은 일제시대부터 계획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했던 것을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실행에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 역시 합천댐의 건설이 합천군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은 대구시 동구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역대 대통령 고향 가운데 가장 변화가 없는 곳으로 손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고향인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에 순환도로를 내 시민들의 팔공산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발전 현황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거제시는 한때 'IMF도 피해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거가대교는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고 있다.

거제시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과거 어촌마을이었던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초대형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크게 발전했고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울산, 구미, 포항, 창원 등과 함께 전국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평가는 야박하다. 조선소가 없었으면 거제도는 죽은 도시라는 것이다.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은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출신 인사였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소외감을 느꼈던 호남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하의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50리나 떨어진 섬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은 실질적 정치적 고향인 목포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목포대교, 북항과 신항, 쌍둥이 빌딩 등 목포 미래 발전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특히 목포-광양 고속도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예비타당성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예산이 본격 투입돼 건설됐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가 고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김해시는 전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도로가 확장됐으며 주변에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예산을 몰아줬다고는 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은 특이하게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한 후 더욱 발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첫 대통령이었다. 논과 밭이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서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묘역까지 이곳에 마련되면서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후 봉하마을에는 165억원이 투자돼 종합복지관, 정자, 생태연못, 생태체험장 등을 갖춘 '웰빙 생태마을'로 변신했다.

관광객 행렬
또 다른 부수입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애정을 쏟았던 친환경 생태농업이다. 노 전 대통령 덕에 홍보효과는 높았고 친환경 무농약쌀인 봉하쌀은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경남도가 발표한 지역별 인구증감 추세에 따르면 김해시는 도내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김해시는 지난 2010년 10월4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15번째로 인구 50만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태생이다. 하지만 실질적 고향은 경북 포항.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자신의 고향이자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해줘 논란을 겪었다.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었다. 당시 야당이 지목한 형님예산 사업은 포항~삼척철도건설(1100억원)과 울산~포항복선전철(2200억원), 포항영일만신항인입철도(100억원), 포항영일만항(126억원) 등이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TK)사랑은 유별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명실상부 TK정치인이었지만 TK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유독 약했다. 때문에 더욱 TK지역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데 만족은 못해
고향 특혜냐 배신이냐 대통령의 딜레마

이상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약점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통령을 고향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동생이기는 하지만 불쌍하고 가련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TK지역에서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사실상 완패 했다. 이때부터 TK를 향한 이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애는 시작됐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력한 후보는 일찍부터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준비해온 강원 원주시였다. 원주시를 제치고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됐을 때 특혜 논란이 많았는데, 이 홍보수석비서관이 특혜 논란을 확인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은 대구 달성군이다.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나홀로 호황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대구의 부동산 매매가격 상승률은 3.6%로 전국 평균(-0.2%)을 크게 웃돌았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6월 기준 대구 매매가는 1년 전에 비해 8.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22% 떨어졌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가 5.42%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경북 지역의 상반기 부동산 상승률도 3.17%였다. 이제 겨우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고향 지원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기대심리가 대구지역의 부동산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만 해도
부동산 호황

특히 박근혜정부에서의 지방공약 중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공약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지역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적 차별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특혜 논란이 일었고, 반대로 고향발전이 더딜 경우엔 지역여론이 배신감으로 들끓기도 했다. 고향만 챙길 수도, 고향을 안 챙길 수도 없는 대통령의 딜레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고향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특혜를 줘도 대통령을 배출한 고향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웠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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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